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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서 쇠점골로 내려서는 길은 천황산 방향으로 1분 정도면 만난다. 낙엽에 덮인 산길은 진행방향에서 북쪽인 오른편으로 희미하게 나 있어 약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곧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내리막길은 경사가 가파르고 자갈과 낙엽이 뒤섞여 미끄럽기까지 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15분 후 안부에서 약간 오르는 듯하다가 다시 내리막길로 25분이 지날 즈음 능동산을 관통하는 터널의 환풍구와 마주친다. 이 아래로 지나는 능동터널의 하행선인 밀양~울산 간 길이는 4,580m로 국내 국도 터널 가운데 가장 길다. 그러니까 국내 고속도로 최장 터널인 죽령터널(4,600m)보다 겨우 20m가 짧은 셈이다. 이렇게 터널이 길다 보니 자동차 배기가스를 지상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는 이 환풍구는 또 다른 공해 유발요인인 것이다. 아무튼 여기서 왼편 계곡을 따라 10분이면 쇠점골에 닿는다.
쇠점골은 옛날 밀양 산내면 쪽 사람들이 석남터널이 뚫리기 전 덕현재(지금의 석남터널 위의 고개로 석남재라고도 함)를 넘어 언양장을 보러 다니던 옛길이다. 쇠점골이란 지명도 덕현재를 넘나들던 말들의 말발굽쇠(편자)를 갈아주고, 길손을 상대로 술도 팔던 주막 ‘쇠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물길을 건너 곧장 내려서면 이 골짜기의 하이라이트인 오천평반석을 만난다. 골짜기에 펼쳐진 넓고 편평한 암반은 매트를 깔아 놓은 듯 깨끗하다. ‘감태백너리 방석’이라고도 하는 이곳은 심산유곡의 어두움과 화강석의 밝음이 옥색 물빛에 젖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부드러운 반석 위에는 각자(刻字)도 볼 수 있어 예부터 찾는 사람이 많았던 듯싶다. 계류를 따라 내려가면 암반을 타고 흐르던 물이 절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도 만난다. 쇠점골의 암반은 오랜 세월 흐르는 물에 씻기고 깎여 미끄럼틀처럼 되었고, 암반을 넘어 걸려 있는 폭포가 소(沼)와 담(潭)으로 이어진다. 이 절묘한 광경에 발을 물에 담그기도 전에 더위는 날아가고 한기마저 느끼게 된다.
쇠점골에서 빠져나와 내려서면 백연사 절집이다. 절집이 보이는 오른편 계곡으로 2분 정도 오르면 최근 개봉된 영화 ‘방자전’의 촬영지인 구연(臼淵)이다. 폭포수가 떨어진 암반이 패어 호박처럼 생겨 ‘호박소’로 더 알려져 있다. 이곳의 물은 한국의 명수(名水) 100곳 중 한 곳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주변의 이무기 굴, 베틀바위 등과 함께 얽힌 전설이 많은 곳. 다시 백연사 앞으로 내려온 뒤 구연마을을 지나 밀양행 버스 정류장까지는 20분이면 닿는다.
산행길잡이
○ 석남사 버스정류장~가지산 관광휴게소 전 쉼터~입석 능선~813m봉~능동산 정상~능동터널 환풍구~쇠점골~호박소~구연마을 버스정류장 <4시간 소요>
○ 구연마을 버스정류장~얼음골 입구~닭벼슬 능선~능동 2봉~능동산 정상~능동터널 환풍구~쇠점골~호박소~구연마을 버스정류장 <6시간 소요>
교통
능동산의 산행 들머리가 되는 석남사까지는 대중교통이 편리하다. 시외버스를 이용해 언양(시외버스터미널 052-262-1007)까지 간다. 언양에서 석남사는 좌석버스와 시내버스 2종류가 있다. 좌석버스(1713번 세원여객)는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바로 탈 수 있다. 시내버스는 언양 시외버스터미널 후문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대우여객 807번(052-264-2525)을 타면 된다. 이들 버스는 오전 6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20~30분 간격으로 다닌다. 또 기차나 고속버스, 시외버스를 이용해 밀양 또는 울산을 거쳐 석남사로 가는 방법도 있다. 산행 날머리인 구연마을 버스정류장에서 밀양행 막차는 오후 6시30분, 언양행은 오후 4시50분에 있다.
서울→언양 남부터미널(02-521-8550ARS)에서 1일 4회(08:30, 11:00, 16:00, 18:00)운행.
부산→언양 노포동 종합버스터미널(051-508-9966)에서 20분 간격(06:30~21:00)운행.
대구→경산, 동곡 경유 언양 남부시외버스정류장(053-743-4464)에서 1일 5회(06:20, 07:25, 10:00, 13:10, 16:00) 운행.
밀양→석남사 밀양 시외버스터미널(055-354-6107)에서 1일 11회(07:00~17:20) 운행.
울산→석남사 울산 시외버스터미널(052-257-4114)에서 25분 간격(07:00~19:00)운행.
숙식(지역번호 052)
능동산 산행에 있어 숙박은 경유지인 언양에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언양읍에는 하이트모텔(262-0182~5), 동일장여관(263-0789), 에쿠스모텔(263-0173~4) 등이 있다. 언양 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의 언양 돼지국밥(262-6260)과 언양 재래시장통의 할매곰탕집(262-5752)은 부담 없는 먹거리 집이다. 언양은 예부터 한우고기로 유명한 곳. 언양초등학교 사거리 인근의 언양기와집불고기(262-4884)에서 언양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 석남사와 운문령으로 갈라지는 궁근정마을의 용마루(264-5665)라는 민물고기 매운탕집도 제법 알려진 맛집이다.
/ 글·사진 황계복 전 부산산악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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