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질·화 자주 내는 아이 우울증 아닐까
청소년 우울증 진단과 치료
초등학교 때만 해도 모범생이었던 김모(15)군. 중학생이 되면서 공부에 흥미를 잃고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면서 매사에 짜증과 신경질을 많이 부렸다.
부모님이 무슨 말을 하면 화부터 내고 반항도 심해졌다.사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날이 갈수록 신경질과 화는 늘었고, 급기야 머리가 아프다며 무단결석과 조퇴도 잦았다.병원 검사 결과 김군은 심한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무기력하고 의욕도 전혀 없으며 심지어 자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들 못지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아기때보다 유병률 높아 이유없이 아프다는 표현도 섣부른 안심·위로 더 악화청소년들에게 우울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연구자에 따라 다르지만 실제 역학 연구에서 소아우울증의 유병률은 대체로 1.7∼2.5%, 청소년기에는 이보다 훨씬 높은 0.4∼6.4%까지 이른다고 한다.·
유전적 원인에 스트레스 겹쳐자신의 의지로 기분이나 생각, 행동 등을 변화시킬 수 없는 감정의 변화가 올 때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의 우울증에 대해 "도대체 왜 우울한 거야", "의지가 약해 우울해지는 것"이라며 오히려 아이를 나무란다. 이는 모두 소아청소년의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이해이다.우울증의 원인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상태에서 여러 가지 스트레스와 연관된 환경적 요인에 노출되었을 때라고 한다.
연령과 인지 발달 정도가 다른 만큼 소아청소년의 우울한 정서가 표현되는 방식도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성인 우울증과 달리 우울한 감정이 중심이 되기보다는 신경질, 짜증, 화 등을 더 잘 낸다. 또 특별한 이유 없이 자꾸 아프다고 하는 등 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에 대한 집중력도 떨어져 성적부진이 나타나거나 아예 학습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심할 때는 등교 거부도 보인다.구체적으로는 3세 이하의 영유아기나 걸음마 시기에는 걸음마, 언어, 대소변 가리기 등의 발달이 늦거나 엄마에게 유난히 매달리거나 또는 반항적인 행동, 잘 놀지 않는 것 등을 볼 수 있다.3∼6세 시기에는 짜증이나 분노, 잘 놀거나 웃지도 않으며 또래 관계가 위축되고 행동도 늦다. 슬프다고 말로 표현하거나 무서움을 많이 타고 겁이 많다.
7∼12세에는 학교 성적, 운동, 집안에서 할 일 등 일상 수행능력의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또래 관계를 피하거나 반항적 성향과 분노를 표현하고 자주 싸운다. 과잉행동이나 집중력 장애, 불안 증상과 등교 거부도 나타난다.12∼18세 시기에는 즐거움이 없는 무쾌감증, 낮은 자존감, 희망이 없음 등을 자주 표현하고 분노 등 기분의 변덕이 심하다.
또래 관계 위축이나 학교 성적 저하, 비행 및 약물남용에 이어 성적으로 난잡해지는 경향도 보인다. 일상생활에서는 너무 많이 자거나 너무 많이 먹는 모습도 보인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생긴다.·
심리 안정에 전력 다해야우울증은 정신과적 질병 중에서 상당히 치료가 잘되는 질환으로 정신, 약물, 가족치료가 위주. 정신치료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스트레스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게 한다. 감정이나 의사표현이 쉽지 않은 어린 아이는 놀이 치료를 한다. 약물치료는 항우울제 약물로 뇌의 생화학적 이상을 교정하는데 뇌신경전달 물질의 불균형을 교정해 주는 약물치료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가족치료는 가족 상담을 통해 적절한 양육태도와 대화법으로 가족 갈등 해소에 중점을 둔다.특히 부모들은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우울하면 조심스럽게 살펴보다가 기분이 좋은 때를 이용해 대화를 시도하면서 왜 우울한지 알아본다.
아이에게 굳이 어떤 답을 주지 않아도 되지만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어주며 지지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와 대화가 곤란하다면 형제, 친구, 좋아하는 친척과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한다.부모는 아이의 스트레스 상황이 뭔지 알아보고, 아이의 짜증, 신경질, 화에 대해 참을 수 있어야 한다.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행, 운동, 오락거리 등을 찾아보는 것은 좋지만 섣부른 안심이나 위로, 조언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하지만 소아청소년의 우울증 치료는 성인보다 반응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나 학습장애, 불안 및 행동장애, 반항성 도전장애, 약물남용 등이 흔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진단 아이의 약 3분 1은 수년 내 조울증으로 발전한다는 보고도 있으며, 성인 우울증이 될 확률도 배나 높다.
곽명섭 기자 kms01@ busan.com 도움말=서면나눔정신과의원 박세현 원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