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각하판결(원고적격 인정 안 됨)에 대한 항소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항소를 해서 혹시 1심 판결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다면 모를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2. 이제 와서 학생을 원고로 내세워 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알아봤는데,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첫째, 평가원이 '이상 없음'이라는 답변을 단 시점을 기준으로 기간을 계산하는데, 이미 90일(소송기간)이 한참 지났습니다.
둘째, 설령 소송기간 안에 있다고 하더라도 학생을 원고로 내세우려면 이 학생 자신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학생(졸업생을 원고로 삼으려고 했습니다만)들이 직접 평가원 게시판에 이의제기를 하지는 않았어요.
3.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판사들로서는 본안판단에 부담을 느낄 겁니다. 학술적인 거라서 자기들도 이해하는 게 쉽지는 않거든요. 그러니 각하판결이 마음 편하죠. 더욱이 지금까지 교사의 원고적격을 인정하지 않는 추세였으니, 기존 판결에 묻어가는 게 마음이 편했을 겁니다. 이런 내용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나오더군요. 도로를 내는 처분 관련된 사건인데 원고 측 변호사가 하는 말이, "판사들도 본안판단으로 들어가면 (자기들도 잘 모르는 내용이라) 골치 아프니까 각하판결 낼 가능성이 크다"라는 대사가 나옵니다.
4. 원래 이번 소송은 제가 '시험삼아' 해본다는 의도가 강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냐, 평가원이 앞으로도 오류를 내지 않을 리가 없는데, 이렇게 무력하게 방임할 거냐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첫째, 학생한테 이의제기 글을 올리게 하고(물론 글은 제가 대신 써줄 수도 있고, 학생이 대충이라도 직접 쓰게 할 수 있습니다. 일단 이의제기를 하면 그 학생은 원고적격이 생기니까요), 이걸 평가원이 안 받아들이면(당연히, 무조건 '이상 없음'이라고 할 것입니다만) 이 학생을 원고로 내세워 소송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전자소송으로 하면 학생은 전혀 소송 진행과 관련해서 신경쓸 일이 없습니다. 물론 관련 비용은 제가 내야죠.
둘째, 제가 직접 수능을 치르는 겁니다. 이 나이 먹고 시험장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은 일입니다만, 평가원의 오류 사태를 정정하는 가장 간결한 방법은 바로 이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학생을 원고로 내세워야 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도 있고...여러모로 간명하죠.
수능 출제 관련자들......불쌍합니다. 이번에 소송 진행하면서 그들의 답변 같은 걸 받아볼 수 있었는데, 넘 측은했어요. 물론 문제 수준만 보더라도 그걸 출제한 사람들의 실력을 알아볼 수 있는 것이라서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습니다만...상당히 측은했습니다. 무엇보다, '뭐시 중헌디?' 이걸 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게 답답했습니다. 잘못된 지식을 학생들이 배우게 하면 안 되는 게 중요하지, 저의 원고적격 여부가 중요한가요? 제 글과 증거들을 보고 두 문항이 오류라는 걸 이제는 알았다면 소송을 핑계대고서라도 오류를 인정하는 게 실은 마음 편해야 하는 게 교육자의 마음일 거라고 봅니다. 그들이 이 나라의 '교육'을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평가원 측의 답변서(글이 무려 3개나 있음)를 때가 되면 공개하겠습니다. 이미 다 캡처해두었습니다.
첫댓글 두번째 방안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직접 수능에 응시할 수도 있겠군요. 가장 속편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변론기일에 한번 법정에 참석했는데(10분만에 끝남), 변호사 녀석이 이상하게 제가 교사라는 걸 명확하게 해달라, 라고 하더라고요. 평가원 애들이 제가 교사라는 걸 이미 알고 있고, 심지어 평가원 측에서 증거자료로 제시한 한국경제 기사에도 제가 교사라는 게 기재되어 있는 데다가, 나도 제 답변서에서 교사라고 밝히고 있는데 왜 굳이 그걸 명확하게 기재해달라고 요구할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쟤네들 전략이 처음부터 각하판결이었기 때문에 그렇구나, 라는 걸 각하판결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평가원 입장에서 보면 본안판단으로 가면 승산이 없으니 무조건 각하판결 받아야 하는 거죠. 그래서 제가 교사라는 사실을 어딘가(판결문인가 어딘가에 명확하게 기재해달라고 했는데)에 명확하게 해달라, 라고 했는데...
그리고 또 어쩌면, 빤히 각하판결 나올 거 알면서 소송을 제기한 게 저들로서는 이상하게 생각됐을 수 있고, 그럼 혹시? 하는 우려, 말하자면 제가 혹시 수능에 응시한 건 아닐까 하는 우려 같은 것도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수능에 응시하는 형태로 원고 자격을 얻는다면 이거 뭐 매해 들어가야 하는 거라서 번거롭게 되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