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120
올림픽 쉬어가기(5)
동봉
가시철조망을 걷을 때입니다
ㅡ 동봉 ㅡ
조국이여!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산하여! 당신은 이 지구가 처음 생길 때부터 본디 하나였고 앞으로 머언 훗날 설령 천지가 개벽하는 날까지도 영원토록 하나일 것입니다.
조국이여! 나는 저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한국불교 수행자로서는 최초로 한국문화아카데미를 설립하고 한국불교사원을 건립하고자 동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나가 있으면서 때로는 내가 태어난 이 한반도가 너무나도 작은 것이 하도 서러워 지구본을 앞에 놓고 눈물을 쏟으며 울기도 했나이다. 게다가 허리에 가시철조망을 세 겹으로 두르고 있음을 생각하면서 안타깝기 그지없었나이다.
왜 가시철조망을 허리에 둘러야 합니까. 우리의 조국, 이토록 아름다운 산하에 가시철조망이 웬 말입니까. 이 대한민국은 지구촌을 하나의 건장한 남성으로 볼 때 분명 하나의 건강한 남성의 심볼입니다. 심볼이란 신체적 조건에 있어서 매우 작은 부위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한 없이 중요하며 그것이 있기에 그는 남성으로서의 완전한 자격을 갖게 되는 것이지요.
이 지구촌 크고 작은 많은 나라들이 우리의 산하가 남북으로 갈리어 서로 자유롭게 오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한반도가 허리에 가시철조망을 바싹 조여 두르고 있음을 아파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한반도가 아프면 지구 전체가 아픕니다. 한반도가 미래를 짊어지고 갈 훌륭한 인재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전세계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설령 만의 하나, 미국이나 일본 러시아나 중국 등 지구촌 강대국들이 남북의 단절을 속으로 은근히 반긴다면 그토록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들 심볼에 가시철조망을 둘러 배설도 자유롭지 못하고 기의 흐름도 원만하지 못하며 미래를 짊어지고 갈 참된 인류의 생산마저 원활하지 못한 상태를 놓고 속으로 반긴다면 그 어리석음이 어찌 작은 것이라 아니할 수 있겠나이까. 진정 지혜로운 강대국들이라면 그럴 리야 없겠지요.
또한 다시 그럴 리야 없겠지만,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들과 우리 모두의 소중한 심볼에 가시철조망을 두른 채 속으로 아픔을 견디면서 겉으로는 괜찮은 체 한다면 이 또한 어리석음 가운데 어리석음이라 할 것입니다. 적어도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라면 그럴 리야 없겠지요.
조국이여! 이토록 눈부시게 아름다운 산하여! 당신은 너무나 소중합니다. 당신이 만일 허리에 두른 가시철조망 때문에 기의 흐름이 원만하지 못하거나 배설이 자유롭지 못하거나 한다면 누가 그 고통을 받겠습니까. 바로 이 지구상 모든 인류입니다. 그러므로 당신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가장 사랑받아야 할 존재입니다.
이 지구 위 나라는 결국은 인류가 함께 숨 쉬며 살아왔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살아갈 땅입니다. 흰 사람이든 검은 사람이든 노란 사람이든 키가 크든 작든 중간치든 어떠한 언어를 구사하든 어떠한 음식을 즐겨 먹든 어떠한 사상과 어떠한 이념과 어떠한 문화를 지닌 사람이든, 적어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 지구촌 땅을 밟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단지 허리에 두른 철조망으로 인하여 서로 마음대로 오가지 못합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이 지구상에서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수 천 년 동안 역사를 공유해 온 하나의 민족이,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음식을 즐기며 같은 문화를 지니며 같은 하늘 아래 살아가는 같은 겨레붙이가 결국은 허리에 두른 가시철조망 세 겹으로 인하여 오가지 못한다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이냐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손으로 이 가시철조망을 걷어내야 합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과 일본이 이 일을 대신 해주기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동독과 서독이 그러했듯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된다면 가시철조망 아니라 그보다 수천수만 배 어려운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능히 그 어려움들을 무난히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이 시대 남과 북으로 결코 나뉘어서는 안 되는 나뉨 속에서 살아가지만 만일 우리 손으로 이 가시철조망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그리하여 위와 같은 현상이 계속되고, 또 이러한 조국을 후손에게 물려준다면 우리는 영원히 씻지 못할 역사의 죄인이 될 것입니다.
하루속히 이산가족들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하고 서로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동족상잔의 깊은 상처를 치유해야 합니다. 지난날의 잘못은 나중에 따져도 얼마든 가능합니다. 우선은 만나야 합니다. 그래서 서로가 본디 한 핏줄이요 한겨레며 하나의 국토였음을 확인해야 합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서로 만나 마음을 터놓고 통일을 얘기할 때입니다. 그러면서 한 녘으로는 지금보다 서민들의 여행이 더욱 자유로워지고 경제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고 학자들의 통일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고 그러면서 마침내는 남북의 정상이 자주 만나 가시철조망을 걷어내는데 합의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며 할 일입니다.
조국이여! 산하여! 우리는 당신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나이다. 우리는 당신에게 엎드려 참회하나이다. 당신의 그 소중한 몸에 가시철조망을 친 이 역사에 씻지 못할 엄청난 죄를 눈물로 참회하나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 가시철조망을 우리의 손으로 걷어내는데 힘을 모아야 하겠나이다. 다시 한 번 조국의 산하에게 고하나니 반드시 그 가시철조망을 우리 손으로 걷어낼 힘을 하나로 모으게 지혜를 주시옵소서.
2006년12월10일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동아프리카 탄자니아 한국문화아카데미
보리가람학교장 비구 동봉은 삼가 두 손을 모으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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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철선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 https://ko.m.wikipedia.org/wiki/%EC%9C%A0%EC%9E%90%EC%B2%A0%EC%84%A0#/media/%ED%8C%8C%EC%9D%BC%3ASecurity_fence.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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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전망대 - Google 검색 - https://www.google.co.kr/search?q=%EA%B3%A0%EC%84%B1%EC%A0%84%EB%A7%9D%EB%8C%80&prmd=imvn&source=lnms&tbm=isch&sa=X&ved=0ahUKEwiStNqXzI7ZAhVMUbwKHSfhCScQ_AUICSgB&biw=412&bih=670&dpr=2.63#imgdii=eVcpdnEAqSaJBM:&imgrc=eVcpdnEAqSaJ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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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철조망은 거두고 숲조망은 살리고]
02/06/2018
종로 대각사 '검찾는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