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희는 돌을 그리는 작가이다. 처음에는 일상적인 자연풍경을 그리고 싶어서 시작한 그림이었지만 어느 날 퇴촌의 계곡에서 발견한 여러 가지 돌의 형상들이 그의 작품 소재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꾸밈없이 담담하게 자신을 내보이고 서로를 안고 포용하고 존재하는 자연의 순수함을 발견한 작가는 그 순수한 자연의 대변자인 듯 한 돌의 매력에 빠져 그림 그리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작업을 했다고 한다. 돌을 그리는 동안 지루하기 보다는 행복감을 느꼈다고 하니 그것은 돌이라는 소재가 김남희에게 편안하고 친근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일 것이다.
돌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작가는 많이 있지만 김남의 돌 그림에서는 돌의 존재를 자연의 조연이나 엑스트라가 아니라 당당히 주연으로 캔버스에 끌어들인 점이 훌륭한 발상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화면속의 돌들이 조용히 흐르는 물과 대화하듯 흐르는 느낌을 주는 화면 구성에서 따뜻한 서정성을 느낄 수 있어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다가오게 한다. 그의 그림에서는 맑은 소리가 느껴진다. 은근하게 속삭이듯 끊이지 않고 소리를 내면서 돌을 감싸고 돌며, 소리를 낸다. 그 물소리는 김남희 자신의 살아 온 얘기며 살아갈 얘기일 것이며, 자신의 독백처럼 듣고 있는 돌들도 김남희 자신처럼 보인다.
지금까지는 눈으로만 자연과 사물을 바라보고 표현하고자 노력했다면, 앞으로는 마음의 문을 열고 마음의 눈으로 자연과 사물을 바라볼 수 있어야 대상을 좀 더 내면적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다른 작가와 같은 생각으로 보고 그리며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김남희의 시각으로, 김남희의 생각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작업한다면 김남희 작품이 다른 작가와의 작품과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른 작가와의 차별성은 그 작가의 개성을 뚜렷하게 함이며 개성의 뚜렷함이 작가로서의 자기세계를 찾아가는 길이라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작품을 하면서 겪게되는 좌절과 부딪침을 이기고 정진하기를 바라며, 늦게 시작한 그림이 지난 세월에 대한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보상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노력하는 화가 김남희를 기대한다.
작가노트 중에서
나는 빛과 자연이 만들어낸 풍광에 매료되어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모든 자연물들이 빛을 만나 나에게 비쳐 보이게 되는 아름다움에 감탄과 경이로움을 느낀다. 생각 만큼 작품이 잘 안될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는 행복 하다. 언젠가 퇴촌 근처 계곡에서 작품소재를 찾아 다니다가 돌들이 빛을 받아 이리저리 굴러서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모습에서 또 다른 자연을 발견하고 우직스러운 돌들의 모습에서 나를 보는것 같아 돌을 그리게 되었다. 오늘도 자화상을 그리듯 돌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