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축구계가 요상하다. 프로라는 세계가 돈이 좌지우지하는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 행해지는 프로의 세계는 그야말로 요지경속이다. 프로축구가 더욱 그러하다.프로축구 세계에서 스포츠맨쉽이라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지만 그래도 그 바탕이 아마튜어 정신을 기초한 것이 스포츠인데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러다가 그야말로 황금으로 만들어진 바벨탑이 붕괴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 판단이 들게 하는 것이 요즈음 전세계 프로축구 특히 유럽의 유명구단들의 행태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보다 훨씬 앞서 건축된 고층건물이 있었다. 바로 바벨탑이다. 인간들이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은 탑을 지으려했다. 그것의 결정물이 바로 바벨탑이다. 신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인간의 오만을 벌주기 위해 서로 말을 알아듣지 못하게 했고 결국 탑은 끝까지 올려지지 못한 채 붕괴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인간의 오만과 건방짐이 그 끝선상에서 야기하는 최후의 결과를 보여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유럽을 중심으로 한 프로축구계에 돈 광풍이 불고 있다. 바로 얼마전부터 중동의 오일머니가 공습하면서 벌어진 것이다. 중동의 석유 부국들은 석유가 고갈될 것을 우려해 뭔가 돈이 되고 앞으로 사업이 될 만한 것에 무조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것들이 그들의 타깃이 됐지만 그중에 가장 알짜배기 사업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 바로 유럽의 축구 구단이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맨시티는 2008년 아랍에미레이트의 만수르가 인수했다. 만수르는 세계 부호중 부호로 불리는 인물이다. 뉴캐슬은 2021년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인 PIF가 인수했다. 구단주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이다. 프랑스에서는 파리 생제르맹이 있다. 구단주는 카타르 국왕이다. 2011년도에 파리 생제르망을 인수했다.
돈의 광풍은 엄청났다. 돈으로 그냥 유명 선수들을 사가더니 각종 대회에서 우승을 일구어낸다. 영국의 맨시티가 그렇고 프랑스의 파리 생제르맹이 그렇다. 아랍에미레이트와 카타르 보다 조금 늦게 뛰어든 사우디의 빈 살만은 더욱 광기어린 행보로 돈의 위력을 축구 그라운드에 쏟아붙고 있다. 세계적 유명선수들은 그들의 황금보따리 놀음에 그야말로 이리 저리 불려다니고 옮겨다니는 행태를 보인다. 돈이면 안되는 것이 없고 돈이 권력인 세상이 되었지만 돈으로 대단한 선수들을 모아놓으니 순간적으로 광폭의 성적을 거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런 광기어린 황금 장난이 결국 파멸의 길로 가는 길임을 아마도 그들은 아직은 잘 모를 것이다.
황금으로 만든 바벨탑에서 가장 꼭대기로 가고 싶은 것이 인간의 욕망이라 구단주는 구단주대로 유명 선수들은 유명선수들대로 자신들의 욕망을 끊임없이 표출한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파리 생제르맹이다. PSG는 세계의 대표급 선수들은 대거 모았다. 프랑스의 음바페와 브라질의 네이마르를 영입한 PSG는 당대 최고의 선수이자 축구의 신 가운데 신이라는 메시까지 영입했다. PSG는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게 드리워지는 법. PSG의 내분은 쉴새없이 터져 나왔다. 프랑스계와 비 프랑스계 특히 스페인계로 나뉘어 치열한 갈등을 분출했다. 프랑스축구의 자존심인 음바페는 구단측에 거절하지 못할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팀 결정권 가운데 상당 부분에 간여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팀을 떠나겠다는 엄포가 이어졌다. 구단은 울며 겨자먹기로 수용했고 그런 결과 다른 선수들의 불만은 고조되게 됐다. 그러니 팀웍이 어디 존재하겠는가. 결국 우승중의 우승이라는 챔피언스 리그 우승의 문턱에도 도달하지 못했다. 그 정도의 선수들로서 우승을 이루지 못한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선수들끼리 자중지란이 계속되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메시는 떠나고 음바페도 떠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인간이 존재하고 특히 대단한 축구 스타들이 즐비한 유럽 프로축구계에 갈등과 잡음이 어디 한두개이겠는가. 하지만 돈으로 모든 것을 이뤄내려는 막가는 분위기가 상황을 우지좌지하는 모양새이다 보니 이제 그 욕망과 자존심과 갈등의 종착지는 과연 어디인가 궁금해진다. 물론 한국의 이강인선수가 우여곡절끝에 새로 입단한 PSG이기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지만 그 안에 존재하는 온갖 불쾌한 스포츠 작태에 안타까움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안그래도 프로축구에 돈의 영향이 우려되는 수준이었는데 중동의 오일머니가 그 우려에 강한 기름을 뿌려 넣었다. 중동의 오일머니에 무슨 철학이 있으며 스포츠맨쉽이 존재하겠는가. 빈 살만이 어딘가 휴가를 갔는데 멋진 배가 보이자 저것 구입하라는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즉시 수천억에 달하는 선박의 주인이 바뀌는 그런 세계에 존재한 경험이 그대로 프로축구로 옮겨 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비록 프로축구라고는 하지만 그 안에는 감동이 있어야 존재의 의미가 있다. 돈으로 해결되는 프로축구라고 하지만 그속에는 눈물과 애환과 단합과 인간의 극한의 상황을 극복하는 인간승리의 모습이 담겨야 감동을 주는 것이다. 감동이 없는 프로축구는 그냥 황금으로 도금한 바벨탑에 불과하다.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최악의 표현물인 바벨탑의 짙은 어둠이 지금 유럽 프로축구계에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2023년 7월 11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