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국에서는 고객번호가 무언지 모르겠다는 대답 뿐이었다
서울 본사에서는
이곳 지국이 시골이라 고객번호가 들어가는 칸에
'1'로 채우면 될 거라고 했다
하지만 은행측에서는 이렇게 하면 자동이체가 되지 않을 거라며
딱 잘라서 신청 못하겠다고 했다
신한은행 조선일보 제휴카드는 내가 서 있는 곳이
얼마나 작은 곳인지를 알게 했다
맨 처음 지국으로 신청을 했을 때는
번거롭고 복잡한 서류가 많다는 지국의 답변에
더 이상 카드신청을 요구할 수 없었다
그리고 온라인 신청은 직장의료보험이 아니라는 답변으로 거부당했다
직접 은행을 찾으라는 말을 들었다
여기가 서울이나 대구 근교나 김천 근교의 자그마한 도시였다면...
오늘처럼 시골에 살고 있기 때문에 겪는,
어려운, 번거롭고 지친 적이 있었을까
고향은 그 때보다 커지지 않았다
시집간 뒤 소식없는 언니들,
빚에 집을 넘기고 도시로 나가는 아주머니 아저씨들,
눈 내리는 날 상여를 타는 사람들,
간간히 들리는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친구 소식,
그 친구들 보다 더 보고 싶은 혜정이는
아직도 국민학교 5학년...
800명이 줄지어서던 운동장은
고작 200명의 학생들이 뛰고 웃는다 하하호호까르르...
우리 마을에는
나 하나를 보고는 설치하기 힘들다고
아직 유선방송이 들어오지 않아요
다른 가구들은 농사를 짓기 때문에
낮에 테레비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죠
집에는 컴퓨터도 없고
그래도 잘 나가는 텔레비젼은
딱 두 곳만 나오느데 하나는 먼지가 보이곤 해요
예전(옛날?)엔 차가 들어가느냐 들어가지 않느냐는 것으로
어느 정도의 오지인지를 가늠한 것처럼
요즘은 그 마을의 통신설비 같은 것을 보고
가늠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늘처럼 고향이 시골인 줄은 몰랐어요
늘 고향에 있어서 그런지 고향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못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