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격추라면 공개 처형한 것'
'사망자는 대역...살아있다' 소문도
바이든 '탈것 조심하라 했지 않나'
푸틴이 추락 배후 가능성 시사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나니 프리고진의 사망에 따른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망의 배후에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있을 것이란 관측은 지배적이나 정호가히 어떤 방식으로 프리고진의 전용 비행기를
추락시켰는지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방공망 혹은 지대공 미사일에 의한 격추, 기체 결함, 조종사 과실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됐지만 정확히 밝혀진 내용은 없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하지 않았고 어디엔가 살아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돌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이 사망 소식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 또한 각종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주요 국영 언론은 프리고진이 숨진 23일 저녁 뉴스에 서 사망 사실을 약 30초 분량으로 짧게 전했다.
반란 실패 두 달 만에 의문의 죽음
프리고진의 인생은 그의 죽음만큼 극적이다.
1961년 푸틴의 고향이기도 한 러시아 2대 도시 상트페트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1981년 강도, 폭행 등으로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돼 1990년 출소했다.
1996년부터 요식업에 진출했고 당시 사읕페테르부르크 부사장이던 푸틴과의 친분을 통해 각종 정부 계약을 속속 따냈다.
2000년 푸틴의 집권 후 크렘린궁 연회에 음식을 제공했고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를 강제합병한 2014년 프리고진은 특수부대 '스페츠나츠' 출신이며 히틀러 추종자로 유명한
드미트리 웃킨 등과 바그너그룹을 만들었다.
이후 시리아, 리비아, 수단 등 분쟁국에서 현지의 독재 정권을 도우며 광물 채굴 등 이권 사업을 따냈다.
이 돈이 푸틴의 통치 자금으로도 쓰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그너그룹은 우크라이나 부차 등에서 민간인 학살을 주도했다.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의 점령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자 정규군과의 갈등이 고조됐다.
결국 올 6월 23일 남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모스크바를 200km 앞둔 지점까지 800km를 진격해 푸틴 대통령에게 집권 후 최대
굴욕을 선사했다.
하루 뒤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의 중재로 반란을 중단했지만 푸틴 대통령이 그를 응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후 두 달간 상트페테르부르크, 밸라루스, 이프리카 사막지대 등을 자유롭게 오갔으나 결국 의문의 사고로 숨졌다.
비행기 추락 원인은 오리무중
항공 추적 전문 웹사이트 '플라리트라이더 24'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 싱트페테르부르크로 항하던 프리고진의 전용기는 운항 고도인 8.5km(약 2만8000피트)에서 약 30초 만에 2,4km(약 8000피트) 이상 추락했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이 비행기가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됐다고 전했다.
추락 직후 친바그너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그헤이...돈'은 '러시아군 방공망에 의해 비행기가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또한 '푸틴 대통령이 군 사령부에 비행기를 격추하라고 명령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윌스트리트저널(WSJ)은 고의 격추가 사실이면 일종의 '공개 처형'이라고 진단했다.
조 바이든 미귝 대통령은 이날 '내가 (프리고진이라면) 무엇을 탈지 조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느냐'며 푸틴 대통령이 배후에 있을 가능성을거론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 전체의 물자 부족이 심화한 만큼 기체 결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항공기를만든 브라질 엠브라에르는 '2019년부터 이 비행기에 대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다.
러시아 연방 수사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안전규칙 위반 협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불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일각에서는 프리고진이 종종 대역을 썼고 여권도 여러 개라며 신원 확인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그가 2019년 추락한 후 군용기의 승객 명단에도 이름이 있었지만 얼마 뒤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파리=조은아 특파원/이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