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먹고 9시에 도서관 도착.
이것저것 공부했다.
의외로 평일 이른 아침부터 사람이 많아 놀랐지만,
별달리 방해받을 것이 없으니 공부도 잘 됐다.
오후 2시에 광화문으로 향했다.
따사로운 봄볕은 그냥 그대로 내 몸에 와 닿는데,
버스 창문틈으로 마구 비집고 들어오는 봄바람이 나쁘지 않다.
광화문에 새로 생긴 문구점.
다이어리 속지랑 링바인더랑 필기구 하나를 샀다.
음... 지우개를 못 샀다.
네모 반듯한 지우개는 뭉툭한 샤프처럼 생긴 지우개에 밀려 더 이상 안 파는 것인가?
아님 내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한 것일까?
쩝... 지우개 하나, 그냥 동네 문방구에서 사면 되지.
수첩에 적어놓은 메모 하나를 볼펜으로 지그재그 지워버린다.
5호선 광화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종로3가로 이동.
특히나 5호선 탈 때마다 기분이 좀 묘~하다.
내가 운전했던 열차였을 수도 있는데...
5호선 종로3가역에서 지상으로 나왔는데...
허걱!!
여기가 어디야?
여기가 종로3가야? 종로3가에 이런 곳도 있었나?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구석진 곳이었을줄이야...
잘 모르는 외국인이었다면,
대한민국의 번화가라는 곳이 이런 곳인가 하는 오해를 일으킬만도 했다.
조금 걸어서 진짜 종로3가 거리...
얼마만이냐...
이런 평일날 이 시간에 여기에 와 보는 것이.
조그만 상자위 공간에서 빙글빙글 돌아가는 뚱뚱한 비행기 장난감.
버튼이 잔뜩 있는 만능 리모콘.
빨간색 스팀다리미.
저런 것을 어디에다 쓸까 싶은 고무마개들.
가죽가방들과 자동으로 물리는 허리띠.
가득 쌓인 충전기와 배터리, 중고 핸드폰.
울룩불룩한 고무벨트의 싸구려 전자손목시계, 비교적 세련된 메탈손목시계,
그리고 번쩍번쩍하는 금도금손목시계와 우리집에 있는것과 똑같은 탁상시계.
돋보기 안경과 명탐정 콜롬보가 썼던것 같은 돋보기.
수북히 쌓인 전자계산기.
천원에 세봉지나 하는 면봉과 편지봉투들...
목에 마이크를 걸고 열심히 광택제를 소개하는 아저씨도 그대로였고,
그 주위에 몰려드는 구경꾼들도 여전했다.
음... 코털제거기 하나 샀으면 했는데... 왠지 쪽팔려서...
갑자기 지하철 노점상 아저씨 한 사람이 생각이 났다.
몇 천원씩 주고 구두 뒷굽에 징 박지 말고,
자기가 파는거 500원짜리 두 개 사서 가르쳐 주는대로 집에 가서 박으라던...
가장 사고 싶었던 지하철 품목이었는데, 숫기가 없어서 결국 못 샀던...
그 아저씨, 아직도 그 자리에 리어커를 세워 놓고 물건을 팔고 있었다.
내가 사려했던 그 물건, 철 지난 다이어리...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그 앞을 지나가는 노선버스 안에서
다이어리를 파는 것을 보고 나중에 꼭 사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때가 몇 년 전인데 아직도 그 자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다니...
두 개 사려고 했던 것을 하나 더, 세권에 6천원을 줬다.
ㅋㅋㅋ
이렇게 뿌듯할수가...
그 다음에도 교대역에 잠깐 들렀다가 집으로 돌아왔다.
참... 그동안 뭐 해야지, 뭐 해야지 생각했다가도
귀찮다는 이유로 다음으로 미루고 미뤘는데,
오늘은 오늘 하고자 했던 일들을 모두 한 것 같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85점!!
첫댓글 얼~~ 뿌듯시련 하루를 보내셨네여~~ ㅋㅋㅋ 좋으셨겠음다.. 에고.. 나도 평일에 한적하니 종로나가보고 싶다~~
마음먹은걸 이루어냈을때 기분이 정말 좋은거 같아요. 아무리 사소한 거라두요. 전 날씨따뜻할때 대청소를 해야겠다고 맘먹었는데 일요일날 했답니다. 몸은 뻐근해도 기분은 넘 좋았어요~~ 구석구석이 깨끗깨끗~~~!
오호~~ 정말정말 아주 작은 한 가지 일이라도 하나하나 이루어가는 기쁨은 최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