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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맛 본다, 횟감에 스며든 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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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시장 회의 달인으로 통하는 대흥상회 김순석 사장. 그는 "30년 동안 회 썰면서 벤 살이 한 근은 될 것이다"고 말한다. 그에게 칼은 날카로운 혀와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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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를 썰면서 손가락 살을 베어 먹은 게 쇠고기로 치면 1근 분량이 될 겁니다." 그의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마디에 흉터가 선명하고 뚜렷했다. "자갈치에서 회를 썬 지 30년이 되었지요." 자갈치시장 1층 대흥상회 김순석(50) 사장은 자갈치시장에서 '회의 달인'으로 통한다. 그가 한석봉 어머니처럼 회를 눈 감고 빨리 썰어낸다는 것은 아니다. 횟감을 정확하게 알고 회의 맛을 제대로 내는 칼 맛을 구사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회의 달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횟감에 제대로 스며드는 칼은 곧 회의 온전한 맛을 발라내는 날카로운 혀가 되는 것이다.
"칼질을 하거나 맛을 보면 서해의 것은 무르면서 싱겁고,
동해와 남해의 것은 칼이 찰지게 들어가면서 맛이 있다.
칼질은 모름지기 회의 결을 잘 끊어서 맛을 살리는 것이다."
· 완도 제주 통영 동해의 회 맛, 다르다
그의 앞에서는 넙치(광어)도 똑같은 넙치가 아니었다. "완도 제주 통영 동해의 광어 색깔과 맛이 모두 달라요." 수온과 바다의 영양소 등, 요컨대 '물'이 다르기 때문에 횟감의 질과 맛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당연하지만 아주 미세한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포를 떠보면 완도의 광어는 색깔이 아주 투명해요. 제일 맛있어요. 제주의 광어는 완도 것보다는 좀 덜하게 투명하지요. 동해와 통영의 광어는 약간 검푸른 빛이 감돌아요." 30년 노하우가 쏟아지는 국면이다. "칼질을 넣거나 맛을 보면 서해의 것은 무르면서 싱겁고, 동해와 남해의 것은 칼이 찰지게 들어가면서 맛이 있어요."
그가 시중에서 '이시가리'로 통하는 '줄가자미' 한 마리를 물에서 건졌다. 등에 점점이 뿌려진 돌기가 돌처럼 딱딱하고 거칠다. 돌기를 잘못 건드리면 손에 상처가 날 수 있겠다. 줄가자미는 시퍼런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듯 시퍼렇게 싱싱했다. 그는 자갈치에서 '자연산 생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남해 제주 동해 바다를 다니는 36~40t 어선 7척과 거래를 하지요. 1.4t의 활어차를 몰고 새벽을 달려 통영, 삼천포, 거제의 지세포와 외포, 진해 용원 등지에서 한 차례에 100~200kg씩 횟감을 가져옵니다."
· 뼈째썰기의 진수
그가 물 바깥에 나온 줄가자미와 도다리의 껍질을 손으로 벗겨냈다. 요새는 기계로 많이 하지만 그는 손으로 힘들게 능란하게 했다. "기계로 하면 물을 묻혀야 하기에 회 맛이 덜해지지요." 회의 유용한 지방이 물에 녹아내린다는 말이다. 줄가자미는 불그스럼하고 도다리는 상대적으로 거무스럼하다. 줄가자미와 도다리의 빛나는 살점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 칼과 손의 빠른 속도가 눈부셨다. 낱낱의 뼈가 회 속으로 산산히 분해됐다. 뼈째썰기의 진수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 칼놀림! "한창 칼질을 배울 때는 붕장어 1관(4kg, 당시 대저울에 달 때는 3.75kg이었다고 한다)을 한 손에 움켜쥐고 회를 막 썰어냈지요." 그의 고향은 통영이다.
뼈째썰기한 자연산 줄가자미와 도다리의 맛이 아삭거리면서 혀 위에서 달게 녹았다. 그는 "첫 젓가락의 회는 양념을 묻히지 않고 그냥 꼭꼭 씹어보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볼락 돌돔 쥐치 자리돔을 비롯해 작은놈들은 모두 뼈째썰기를 할 수 있어요." 포를 뜬 회의 맛이 무형의 단맛이라면 뼈째 썬 회의 맛은 유형의 고소한 맛이다. 학술적으로 접근하면 자연산과 양식산의 영양가 차이는 없다. 외려 가격을 대비할 때 양식산이 더 낫다. 그러나 "자연산이 훨씬 맛있다"는 것이 시장과 시중의 입맛이다. 그랬다.
·칼맛 혹은 손맛
모든 생선에는 그 자체로는 질긴 결이 있다. 결을 그대로 한 점의 회 속에 남겨놓으면 질겨 회 맛이 제대로 안 난다. 칼질은 그 결을 잘 끊어내는 것이다. 그래야 회가 부드러워져 제 맛을 낼 수 있다. 결대로 썬다는 것은 실은 결을 죽여 맛을 살리는 방도다. 이게 회에 따라, 또 크기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변용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회 한 점의 두께를 구사하면 맛은 더 많이 변주된다. "숭어를 얕보지 마세요. 손질하기 나름이에요. 숭어를 죽인 뒤 얼음에 10여 분 재워요. 그러면 살이 수축되면서 탄력이 더해져요. 저는 숭어의 붉은 살은 거의 걷어내요. 그리고 결을 살려 삐져 썰어내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는 가덕도 숭어의 맛이 탄생하지요." 그것이 횟감의 살 속 깊이에 이르는 칼맛이고 손맛이다.
다금바리 사촌 격인 거제산(産) 능성어의 살점에서 달고도 찰진 기름기가 감돌았다. 광어 또한 맛의 꼭지점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미식가들이 훤히 알고 있는 부산의 자연산 횟집 몇 곳에 생선을 대고 있다. 그는 말했다. "30년 이상 회를 썬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회의 달인이라뇨." 너덧차례 만났는데 그는 인심이 후했다. 대흥상회를 찾은 이들은 자연산을 찾는 단골 위주. 손님의 절반은 사 가지고 가며, 나머지 절반은 2층 횟집(1인 양념 3천원, 매운탕 5천원, 밥 1천원)에서 먹고 간단다. 1㎏당 줄가자미 5만~8만원, 능성어 6만원 등. 오전 7시~오후 9시 영업. 051-246-8859. 최학림 기자 theos@ 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회를 썰면서 손가락 살을 베어 먹은 게 쇠고기로 치면 1근 분량이 될 겁니다." 그의 집게손가락과 가운뎃손가락 마디에 흉터가 선명하고 뚜렷했다. "자갈치에서 회를 썬 지 30년이 되었지요." 자갈치시장 1층 대흥상회 김순석(50) 사장은 자갈치시장에서 '회의 달인'으로 통한다. 그가 한석봉 어머니처럼 회를 눈 감고 빨리 썰어낸다는 것은 아니다. 횟감을 정확하게 알고 회의 맛을 제대로 내는 칼 맛을 구사하기 때문에 상인들이 '회의 달인'이라 부르는 것이다. 횟감에 제대로 스며드는 칼은 곧 회의 온전한 맛을 발라내는 날카로운 혀가 되는 것이다.
"칼질을 하거나 맛을 보면 서해의 것은 무르면서 싱겁고,
동해와 남해의 것은 칼이 찰지게 들어가면서 맛이 있다.
칼질은 모름지기 회의 결을 잘 끊어서 맛을 살리는 것이다."
· 완도 제주 통영 동해의 회 맛, 다르다
그의 앞에서는 넙치(광어)도 똑같은 넙치가 아니었다. "완도 제주 통영 동해의 광어 색깔과 맛이 모두 달라요." 수온과 바다의 영양소 등, 요컨대 '물'이 다르기 때문에 횟감의 질과 맛이 다른 것이다. 그것은 당연하지만 아주 미세한 감각으로 포착할 수 있는 것이다. "포를 떠보면 완도의 광어는 색깔이 아주 투명해요. 제일 맛있어요. 제주의 광어는 완도 것보다는 좀 덜하게 투명하지요. 동해와 통영의 광어는 약간 검푸른 빛이 감돌아요." 30년 노하우가 쏟아지는 국면이다. "칼질을 넣거나 맛을 보면 서해의 것은 무르면서 싱겁고, 동해와 남해의 것은 칼이 찰지게 들어가면서 맛이 있어요."
그가 시중에서 '이시가리'로 통하는 '줄가자미' 한 마리를 물에서 건졌다. 등에 점점이 뿌려진 돌기가 돌처럼 딱딱하고 거칠다. 돌기를 잘못 건드리면 손에 상처가 날 수 있겠다. 줄가자미는 시퍼런 바닷속을 들여다보는 듯 시퍼렇게 싱싱했다. 그는 자갈치에서 '자연산 생선'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남해 제주 동해 바다를 다니는 36~40t 어선 7척과 거래를 하지요. 1.4t의 활어차를 몰고 새벽을 달려 통영, 삼천포, 거제의 지세포와 외포, 진해 용원 등지에서 한 차례에 100~200kg씩 횟감을 가져옵니다."
· 뼈째썰기의 진수
그가 물 바깥에 나온 줄가자미와 도다리의 껍질을 손으로 벗겨냈다. 요새는 기계로 많이 하지만 그는 손으로 힘들게 능란하게 했다. "기계로 하면 물을 묻혀야 하기에 회 맛이 덜해지지요." 회의 유용한 지방이 물에 녹아내린다는 말이다. 줄가자미는 불그스럼하고 도다리는 상대적으로 거무스럼하다. 줄가자미와 도다리의 빛나는 살점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면서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 칼과 손의 빠른 속도가 눈부셨다. 낱낱의 뼈가 회 속으로 산산히 분해됐다. 뼈째썰기의 진수를 눈 앞에서 보고 있는 것이었다. 저 칼놀림! "한창 칼질을 배울 때는 붕장어 1관(4kg, 당시 대저울에 달 때는 3.75kg이었다고 한다)을 한 손에 움켜쥐고 회를 막 썰어냈지요." 그의 고향은 통영이다.
뼈째썰기한 자연산 줄가자미와 도다리의 맛이 아삭거리면서 혀 위에서 달게 녹았다. 그는 "첫 젓가락의 회는 양념을 묻히지 않고 그냥 꼭꼭 씹어보면 그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볼락 돌돔 쥐치 자리돔을 비롯해 작은놈들은 모두 뼈째썰기를 할 수 있어요." 포를 뜬 회의 맛이 무형의 단맛이라면 뼈째 썬 회의 맛은 유형의 고소한 맛이다. 학술적으로 접근하면 자연산과 양식산의 영양가 차이는 없다. 외려 가격을 대비할 때 양식산이 더 낫다. 그러나 "자연산이 훨씬 맛있다"는 것이 시장과 시중의 입맛이다. 그랬다.
·칼맛 혹은 손맛
모든 생선에는 그 자체로는 질긴 결이 있다. 결을 그대로 한 점의 회 속에 남겨놓으면 질겨 회 맛이 제대로 안 난다. 칼질은 그 결을 잘 끊어내는 것이다. 그래야 회가 부드러워져 제 맛을 낼 수 있다. 결대로 썬다는 것은 실은 결을 죽여 맛을 살리는 방도다. 이게 회에 따라, 또 크기에 따라 아주 다양하게 변용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회 한 점의 두께를 구사하면 맛은 더 많이 변주된다. "숭어를 얕보지 마세요. 손질하기 나름이에요. 숭어를 죽인 뒤 얼음에 10여 분 재워요. 그러면 살이 수축되면서 탄력이 더해져요. 저는 숭어의 붉은 살은 거의 걷어내요. 그리고 결을 살려 삐져 썰어내면 그렇게 맛있을 수 없다는 가덕도 숭어의 맛이 탄생하지요." 그것이 횟감의 살 속 깊이에 이르는 칼맛이고 손맛이다.
다금바리 사촌 격인 거제산(産) 능성어의 살점에서 달고도 찰진 기름기가 감돌았다. 광어 또한 맛의 꼭지점에 이르러 있었다. 그는 미식가들이 훤히 알고 있는 부산의 자연산 횟집 몇 곳에 생선을 대고 있다. 그는 말했다. "30년 이상 회를 썬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제가 회의 달인이라뇨." 너덧차례 만났는데 그는 인심이 후했다. 대흥상회를 찾은 이들은 자연산을 찾는 단골 위주. 손님의 절반은 사 가지고 가며, 나머지 절반은 2층 횟집(1인 양념 3천원, 매운탕 5천원, 밥 1천원)에서 먹고 간단다. 1㎏당 줄가자미 5만~8만원, 능성어 6만원 등. 오전 7시~오후 9시 영업. 051-246-8859. 최학림 기자 theos@ busan.com· 사진=정종회 기자 jjh@
첫댓글 회 먹고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