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생
ㅡ멀리 있는 연인에게 넷째 가락
강은교
나비 같은 게 나뭇가지에 걸려
(엄밀히 말하면 그건 나비 같은 게 아니라 잠자리 같았다.)
아니 새였을까, 그냥 비닐 조각이었을까
비닐 조각이었다면 그의 환생이었을까
비닐 주머니에 귤을 사 들고 한밤중 현관에 벌받는 학생처럼 쭈글쭈글 서 있던,
어느 늦봄엔 창문 앞에 날개 달린 노루가 되어 서글프게 서 있던,
여기까지 쓰고 언뜻 고개를 드니 나비는 어디 가고 없었다. 늦가을 바람에 가지 서너 개가 흔들릴 뿐,
하긴
늦가을 나뭇가지에 나비라니!
길 떠나는 기러기가 보냄
ㅡ멀리 있는 연인에게 여섯째 가락
그때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괄괄거리며 날아왔어,
당고마기고모와 내가 마당 가운데 손 맞잡고 서 있을 때
나는 지금 히말라야를 향해 날고 있다, 저 하늘도 내 것이다, 지금 밟는 저 허공 구름도 내 것
이다, 저 허공의 구름의 틈새도, 접힌 틈새로 끊임없이 오고 가는 저 한 사람,
아마 너도 그럴 거다, 네가 쳐다보는 한 네 것인 저 하늘, 네가 걸어가는 한 네 것인 저 길, 저
강가, 저 해변, 저 산등성이, 둥글디둥근 저 해…… 저 한 사람,
그때 한 무리의 기러기 떼가 괄괄거리며 날아왔어,
당고마기고모와 내가 마당 가운데 끝없이 손 맞잡고 서 있을 때
—웹진 《님Nim》 202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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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은교 : 1968년《사상계》로 등단.
시집『허무집』『풀잎』『빈자일기』『소리집』『벽 속의 편지』『초록거미의 사랑』『네가 떠난후 너를 얻었다』
『바리연가집』『다시봄-벽 속의 편지』『아직도 못만 져본 슬픔이 있다』『미래슈퍼 옆 환상가게』등과 다수의
산문집이 있음.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유심작품상, 박두진문학상, 구상문학상, 대산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