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색 가위
강은교
난 그때를 기억해, 흑장미 가시 돋친 팔 하나를 자르려고 하였을 때 나는 하늘색 가위가 없어진 줄을 알았지,
마당 구석구석을 헤맸어,
금목서 속잎도 들춰보고, 앵도 속잎도 들춰보고, 애란잔디 꽃잔디 속잎도 들춰보고, 공작단풍흑자줏빛 머리칼
속에 손을 넣어보기도 하고.......언덕길도 헤매고
그러나 하늘 색 가위는 없었어
잔뼈는 녹는 듯
굵은 뼈는 휘어드는 듯
나는 마을로 나갔어, 조경사였다는 서 선생집도 들여다 보고, 마을 안길의 모든 편지함들을 들여다보고, 고춧집
골목도, 하우스를 하는 김사장 집도 들여다보고, 목련꽃이 가득 담긴 화병같은 화단을 가꾸는 양파 아줌마 집도
들여다 보았어.......대파를 심고 있는 이장집 아줌마에게도 물어보았어,
잔뼈는 녹는 듯
굵은 뼈는 휘어드는 듯
나는 하늘 색 가위의 인상착의를 말해주었지만, 맨발에 슬리퍼를 신고 짧은 바지를 입었으며 손에는 주머니
를 들고 있음.......뭐 그렇게 설명하곤 했지,
오, 나의 하늘색 가위, 당고마기고모가 그렇게도 애지중지 하던 하늘 색 가위, 지금 맨발에 슬리퍼를 신은 채
어딜 헤매고 있나, 아니 어디선가 그 넓은 양팔을 벌려 흙이라든가, 그 무슨 꽃가지를 안고 있나,
흙속에 몇 천 년을 돛이 되어 있는 너, 나는 오늘도 꿈꿔, 그 녀석이 저 매화가지를 안던 것을, 어디 어디, 하며
꽃가지 찾던 것을, 가장 넓게 팔을 벌리고, 매화 웃자란 가지에 조심조심 키스하던 것을,
잔뼈는 녹는 듯
굵은 뼈는 휘어드는 듯
ㅡ계간《시결》 2024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