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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속으로]

  피안의 언덕

  밤새 펑펑 눈이 내렸습니다. 밖으로 나와 온통 하얗게 쌓인 눈을 치웁니다. 강릉 속초 양양 고성 등 동해안 지방에 눈이 많이 내려서 지붕이 무너지고 농작물을 기르던 비닐하우스가 주저 앉았으며 도로가 막혀서 승용차를 길가에 아무렇게나 이곳 저곳에 버리고 피난민처럼 눈에 푹푹 빠지며 민가를 찾아나선 행렬도 tv화면에 보입니다.

  아름다운 육각형의 보드랍고 연약한 눈송이가 거대한 빌딩이 즐비한 도시를 삼켰습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하나하나 모이고 쌓이면 막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요한 수행이 눈송이처럼 쌓여 점점 커지면 생로병사가 없는 안락한 피안의 세계에 이릅니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눈발이 다시 굵어지고 함박눈이 하늘 가득하게 내리고 있습니다. 학교에는 휴교령이 내려졌는데 아이들은 학교를 가지 못하고 집에서 쉬게 되었으니 하얀 눈밭에서 뒹굴며 강아지처럼 좋아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철없는 아이들은 집에서 노는 것이 마냥 좋을지 몰라도 주택 지붕이 주저앉고 생계 수단인 농장에 큰 피해를 보았다면 당사자들은 매우 슬프고 괴로울 것입니다. 특용작물을 기르던 비닐이 찢어져서 애써 기른 수확을 앞둔 농작물이 추위에 시들어가는 것을 보니 안타깝고 그것을 바라보는 농부는 절망으로 좌절하며 흘리는 눈물이 너무도 슬프고 가슴 아프게 합니다.

  지구촌 곳곳에는 기상이변으로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었는가 하면 홍수가 나서 집이 떠내려가고 사람이 죽고 혹한으로 죽고 폭서에 죽고 또 인간들의 분노로 촉발한 전쟁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고 다치며 병들어 죽고 늙어서 죽으니 세상 어디 건 안전을 담보할 곳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세상에서 어정거리며 노닥거리지 말고 죽음이 오기 전에 근심과 걱정과 슬픔과 고통이 없는 피안의 언덕으로 가야 합니다. 이 세상은 불안하고 무상한 곳임을 관찰하여 위대한 성자가 이미 밝혀 놓은 이정표를 따라 게으르지 말고 정진해가야 합니다.

  희말라야 깊은 산속에 둥지가 없는 새가 살고 있는데 그 새는 밤이 되면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날이 밝으면 틀림없이 편안하게 잠잘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말들 것이라고 결심합니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밤새 떨면서 고생한 것은 새까맣게 잊고 즐겁게 재잘거리며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가 다시 밤이 되면 추위와 찬바람에 웅크리고 떨며 집을 짓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평생을 그렇게 고통스럽게 산다고 합니다.

  배짱이 새처럼 게을러서 놀기만 좋아하지 말고 그리고 바보처럼 어리석지 말고 밤이 되어도 바람이 불어도 비가 와도 뙤약볕이 쨍쨍 내려비춰도 편히 쉬며 잠잘 수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보금자리를 준비해야 하는 것처럼, 계율과 선정과 지혜를 닦으며 부지런히 피안의 언덕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계율은 지옥문을 지키는 수호신과 같아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고, 불륜을 저지르지 않고, 과음하지 않는 등, 몸과 말로 악한 짓을 하지 않으면 결코 지옥에 떨어지지 않으며, 귀신이나 축생과 같은 나쁜 세상에 태어나는 것을 막아주니 참으로 귀한 보배 중의 보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계를 생활에서 잘 지키도록 노력해야 하며 더 나아가 자비로운 마음으로 보시하므로써 복과 덕을 쌓아 세세생생의 양식으로 삼아야 하며, 욕망과 교만과 원망과 분노 등 번민과 온갖 망상을 떠나 맑고 고요하며 평온한 선정을 닦으므로써 마음은 새털처럼 가볍고 허공처럼 커지며, 열반(중도)의 지혜를 명상하며 수행해가면 불생불멸을 이룹니다.

  비록 아뇩다라삼막삼보리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천상세계에서 태어나며 인간세상에 태어나더라도 좋은 가문에 좋은 환경에서 완전한 몸으로 태어날 것이니 참다운 수행자의 삶에는 사람들의 눈에 드러나지 않은 무한한 공덕이 있습니다.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제멋대로 오욕락을 따라 그릇되게 산 결과로 참담한 지옥에 떨어져서 지독한 고통을 받는 것이며, 지옥 귀신 축생세계와 같은 삼악도에 떨어져 괴로움과 두려움으로 울부짖지 않으려면 반드시 참되고 훌륭한 법을 수지하여 인욕하며 진실하고 바르게 살아야 합니다.

  더구나 좋은 세상에 태어날 수 있는 귀한 인연이니 어찌 아름다운 수행의 삶을 멀리하거나 포기할 수 있겠는지요. 함께 할 동반자가 없다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용기와 희망의 깃발을 높이 들고 묵묵히 정진해가야 합니다. 영원한 자유와 평안과 기쁨과 행복의 언덕으로,,! 

(11,2,14)

 무명수필가의방 / 윤철근

[흑룡 (黑 龍)]

南 無 阿 彌 陀 佛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