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수사단장, 진술서 제출
'김계환 사령관에게 들었다' 주장
해당 사령관 '그런사실 없다' 부인
지난달 수해 실종자를 찾다 순직한 해병대 채아무개 상병사건에 대한 임성근 해병대사단장의 과실치사혐의를 뺴고
사건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배경에 윤석열 대통령이 있다고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주장했다.
윤 대통령 관련 발언을 했다고 박 대령이 언급한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은 이를 부인했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 대령은 지난 28일 국방부 검찰단에 출석해 진술을 거부하고 이런 내용을 포함해
사건 관련 날짜별 상황을 정리한 10쪽 짜리 사실관계진술서를 제출했다.
29일 이 진술서를 보면, 박 대령은 지난달 31일 낮 12시2분께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을 위해 국방부 근처에 대기하던 중
김계환 사령관이 급하게 전화해 '언론 브리핑이 취소됐으니 부대로 복귀하라'고 해서 경기도 화성 해병대사령부로 복귀했다.
같은 날 오후 3시18분께 유재은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대령에게 전화해 경찰에 이첩하는 사건 서류를 보내라고 하면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을 다 빼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제목을 뺴라'고 압박했다고 한다.
유 법무관리관과 총화를 마친 박 대령은 오후 4시께 김계환 사령관이 찾아 사령관 집무실에 올라가니
김 사령관도 같은 국방부 요구를 받았다며 '어떻게 하느냐'고 해서 '안 된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건의했다.
이어 박 대령이 '도대체 국방부에서 왜 그러는 것입니까'라고 질문하자, 김 사령관은 '오전 대통령실에서 브아이피이(VIP.대통령
지칭) 주재 회의 간 해병 1사단 수사 결과에 대한 언급이있었고 브아이피이가 격노하면서 국방부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되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박정훈 전 수사단장 'VIP 맞습니까 묻자 맞다고 해'
'대통령, 해병대 수사결과 격노' 진출
이에 박 대령이 '정말 브아이피이가 맞습니까'라고 다시 물었고 김 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는다고 했다는 진술서의 내용이다.
박 대령 쪽이 파악한 구체적인 상황은, 지난달 31일 오전 대통령이 주관한 대통령실 회의에서 국가안보실이 '해병대 1사단 익사사고 조사 결과 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라고 보고하자 윤 대통령이 격노하면서
바로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책했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검찰단은 박 대령의 진술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이날 해병대사령부를 방문해 김 사령관을 조사했다.
김 사령관은 조사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령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워노히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사 축소 외압 의혹 등에 대해 전면 부인했고,
해병대 관계자는 29일에도 '김 사령관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했던 발언에서 달라진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이종섭 장관도 지난 25일 국회국방위에서 '누구와 통화하거나 이야기를 들은 것 아니냐'며 수사 외압 의혹을 추궁하는 야당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없었다'고 부인했다.
박 대령 법률대리인 김정민 변호사는 한켜레와 한 통화에서 '해병대와 국방부는 박 대령이 주장한 내용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을 것이라 믿고 부인하고 있지만, 박 대령이 진술서에서 거짓말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합리적 추론'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들을 처벌하고 박 대령의 명예를 회복시켜주고 더 이상 확대하지 말고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