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적 불안의 본질 ]
1.
구석기 시대를 살아가던 한 여인이 있었습니다. 그날도 아기를 등에 업고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산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근처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본능적으로 여인은 동작을 멈추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를 맹수로부터 몸을 숨기기 위해 자세를 낮추고 소리가 난 곳을 응시했습니다. 여인의 심장은 걷잡을 수 없이 뛰었고 호흡은 가빠지기 시작했습니다. 맹수에 저항하거나 재빨리 도망치기 위해 벌써 다리에는 바짝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동은 위험에 대비한 모든 인간의 자동적인 반응입니다.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상태에서 여인은 어떻게 해야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은지를 재빠르게 판단해야 합니다. 다행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 곳에서 한 마리의 새가 날아올랐고 여인의 심장 박동 수는 천천히 감소하면서 뇌와 신체는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습니다.
2.
2024년 미국의 작은 도시에서 거실과 방 한 칸이 딸린 집에 혼자 살고 있는 여성이 있었습니다. 그 여인은 힘든 회사 업무를 마치고 방금 저녁 식사를 한 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평소 즐겨보던 드라마를 볼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뒷문 쪽에서 갑자기 뭔가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순간 여인은 겁에 질려 꼼짝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드라마에서 봤던 온갖 장면들이 순간적으로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복면을 쓴 무장 강도들이 저 문을 부수고 들어온다는 상상만으로도 심장은 쿵쾅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졌습니다.
1분쯤 지나고 용기를 내어 주방의 창문 틈으로 밖을 내다봤더니 너구리 한 마리가 휙 지나가는 것이 보였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제 뒷문에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를 치우지 않았고 너구리가 음식물을 뒤적이다가 뒷문에 부딪쳤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인은 소파로 돌아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TV를 봤지만 이전과는 달리 드라마에 빠져들 수가 없었습니다.
치안이 불안한 이 작은 도시를 벗어나 좀 더 안전한 동네로 이사를 가야 할지, 이사를 가야 한다면 추가 자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이도 저도 아니면 총기라도 구입해야 할지, 총기를 마련한다면 사격 훈련은 어디서 받아야 할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집니다. 여인은 결국 TV를 끄고 이 복잡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수면제를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3.
구석기 시대를 살던 여인과 2024년 오늘을 살고 있는 여인이 겪은 불안의 시작점은 동일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우리의 뇌는 잠재적인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몸이 대비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이에 따라 심박수가 증가하고 아드레날린이 분비되면서 호흡은 가빠지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일련의 신체적 반응은 잠재적 위협요인으로부터 신속하게 도망가거나 싸우기 위해 설계된 것입니다. 우리의 뇌는 외부적 위험에 대해 도망칠지, 싸울지, 아니면 죽은 척할지를 순간적으로 결정합니다. 이 반응은 교감신경계라는 주요 소통 경로를 통해 의식적인 통제 없이 자동으로 발생합니다.
심박수의 증가, 동공 확장, 신속한 행동을 위한 혈액의 이동 등은 위험이 임박한 상황에서 우리의 몸이 이에 대처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잠재적 위험 요소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신호를 보내는 뇌의 작동 방식이며 생존 본능입니다. 따라서 평소 우리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라는 감정은 생존을 위한 신체적 반응을 강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의 삶은 더 복잡하게 체계화되고 사회적인 요인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뇌는 복잡한 형태로 변화한 현대 사회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고 위험에 대해 자동적인 감정 반응을 보이지만 그 위협이 실제인지 상상인지 잘 구별하지 못합니다.
뇌과학자인 로버트 새폴스키(Robert Sapolsky) 박사는 이러한 뇌의 분별 능력 부족이 현대인들이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직면하는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우리의 뇌는 실질적인 위협뿐만 아니라 상상적 위협이라 할지라도 자동으로 감정적, 신체적 반응을 보이도록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직접적인 위협에 맞닥뜨리지도 않았는데 상상의 위협에 반응하여 밤새 잠 못 이루고 뒤척인 경험을 다들 한 번쯤은 하셨을 겁니다.
캐나다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우리가 가진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며,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이고, 22%는 사소한 것들, 나머지 4%만이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진짜 걱정거리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니 상상의 위협 때문에 불안해하지 마시고 항상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시기를 바랍니다.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홍원장의 글 잘보았습니다
본인은 지금으로 부터 4 50년 쯤인가
셋방에서 살적에 심야에 밤손님이 부억문을 열고 들어온다는 옆지기의 말에 잠자는옷그대로 문을박차고
나가니 밤손님은 달아나고 잠을청하려고하니 겁이나고 무섭기만 해 잠을 잘수가 없는 경험을했죠!
캐나다의 심리학자 어니 젤린스키(Ernie J. Zelinski)는 우리가 가진 걱정거리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며,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들이고, 22%는 사소한 것들, 나머지 4%만이 고민하고 대처해야 할 진짜 걱정거리라고 주장..
좋은 자료에 동감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