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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민주당 혁신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혁신위원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은 불체포 특권 포기 등 혁신안을 외면하고 있는 민주당을 비판했다. /뉴시스
민주당이 당 혁신위가 요구한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포기를 질질 끌면서 의원총회 안건으로도 올리지 않고 있다. 혁신위원들이 “혁신위 만들어 놓고 남일 보듯 하느냐. 강 건너 불구경하지 말고 반성하고 답변하라”고 발끈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약속한 불체포 특권 포기를 결국 없던 일로 만들려 한다는 의구심을 피하기 힘들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민주당이 기득권에 안주하고 절박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다른 혁신위원들도 “철갑을 두른 민주당”이라면서 “검찰권 행사가 부당하다는 대국민 설득에 완전히 실패했다”고 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23일 혁신위가 ‘불체포 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 방안을 내놓은 후 보름 넘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의총에선 ‘후쿠시마 오염수 규탄 결의안’ 본회의 처리 당론을 정했지만 불체포 특권 포기는 안건으로 올리지 않았다. 지난 5일 의총 때도 IAEA 최종 보고서 규탄만 하고 혁신안은 다루지 않았다. 다음 정책 의총 때도 불체포 특권을 안건으로 올릴 계획은 없다고 한다. 후쿠시마 방류 저지와 다른 법안 처리가 시급하다는 이유였다.
이재명 대표는 대선 때 불체포 특권 포기를 공약했다. 하지만 대장동 비리 혐의 등으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치자 스스로 불체포 특권 뒤에 숨었다. 뇌물과 돈 봉투 비리로 수사받던 노웅래·윤관석·이성만 의원 체포동의안도 줄줄이 부결시켰다. 그랬던 이 대표가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또다시 들고 나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당 내부에선 이 대표의 결단이라는 칭송도 터져나왔다.
그러나 이후 당 지도부는 실제 행동 없이 ‘향후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뭉개고 있다. 돈 봉투와 개인 비리 등으로 수사받는 의원들이 불체포 특권 포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구속영장이 줄줄이 날아올 텐데 어떻게 특권 포기나 가결 당론을 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간만 끌며 유야무야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두 번에 걸친 대국민 약속을 모두 사기극으로 끝낼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