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우도(樹牛島)는 남해군 창선도와 사량면의 주도인 사량도 사이에 있다.
통영시에 속하는 여러 섬들 가운데 가장 서쪽 해상에 위치하고 있다.
섬의 모양이 소처럼 생기고 동백나무가 많아 ‘나무 수(樹)’ 자와 ‘소 우(牛)’ 자를 합한 지명이 유래하였다
수우도는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고 있지만 사량도 그늘에 가려서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몇 년 사이에 방송에 여러번 나오면서 산꾼들이 즐겨 찾고 있는 섬이 되었다.
전주에서 새벽 5시 30분에 출발하여 약 3시간 만에 삼천포항에 도착하였다
요즘 산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수우도 은박산에 가기 위해서다
수우도는 통영시와는 21km 떨어져 있고, 사천시와는 12km 떨어져 있다.
따라서 뱃길도 삼천포와 연결되고, 전화도 삼천포 국번이다
수우도는 통영에 속한 사량도의 부속섬 중 하나이다.
통영으로 이어지는 여객선은 다니지 않지만 삼천포항에서 하루에 두 번 들어간다.
정원 98명의 일신호가 운행하는데, 승선 과정이 매우 허술하여 불안한 느낌이 든다
타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는 사장의 말을 흘려들으며 승선한지 30분 만에 수우도에 다다랐다
수우도에 사람이 처음 살기 시작한 것은 임진왜란 때 고씨 성을 가진 장군이 피난 오면서부터라고 한다.
25가구 50명이 기대어 살아가는 수우도에는 홀로 사는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나물을 캐고, 50~60대 부부들은 홍합 양식과 통발 어업 등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곳이다.
배가 도착하는 걸 보고 마을 초입길에서부터 할머니들이 홍합, 미역, 고사리 등을 내놓느라 분주하였다
이곳 사람들은 이 섬을 시우섬이라고 부른다.
식생은 온화한 해양성기후로 아열대성 식물이 자라며, 동백나무 자생지가 있다.
수우도는 동백나무가 많아 일명 동백섬이라 불리는데, 3월의 초봄이면 붉은 동백꽃이 지천으로 피어난다.
동백섬답게 마을 초입의 이장님댁 벽에는 동백꽃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선착장을 돌아 동백나무들이 즐비한 가파른 암반 사이를 지나서 산행길로 접어든다.
동백나무와 여러 나무들이 울창한 숲을 이루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고래바위, 신선대, 백두봉, 해골바위, 높은재(189m), 은박산(196m)까지 돌아오는 코스로 약 3시간 30분 걸린다
들머리에서 10분 정도 가면 능선에 올라선다.
여기서 진행 방행 좌측 동쪽 방향으로 사량도가 위치해 있다.
남동 방향 가장자리에 다다르자 주변 환경이 완전히 뒤바뀐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북쪽과는 달리 이곳 남쪽에는 거대한 바위로 이루어져 있다.
거대한 고래가 바다를 향해 누워있는 듯한 형상의 고래바위에 올라섰다
고래바위는 멀리서 보면 바다 쪽으로 둥근 머리를 길게 내민 기암괴석이 마치 거대한 고래와 같다
금방이라도 머리에서 물을 내뿜으며 힘차게 바다로 나아갈 것 같은 형세다.
지도에 그려진 '백두봉'이니 '고래바위'니 하는 지명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그런 지명들은 대부분 유람선 선장들이 붙인 것이라고 한다.
섬사람들이 부르던 이름은 도둑놈꼴창이다.
과거 해적들이 배를 숨기던 곳이었기에 그런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닐까.
고래바위 암릉을 타고 갔다가 고래바위 끝에서 더 이상 앞으로 가지 못하고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통째로 생을 마감하는 동백꽃은 목련꽃처럼 남루하지 않고 벚꽃처럼 바람에 난분분하지 않으며 무궁화처럼
여름내 지리멸렬하지 않다 단호한 결별의 순간처럼 뒤끝이 서늘하다.
단칼에 잘려나간 동백꽃 모가지는 땅에 떨어져서도 생생하다 벌겋게 눈을 뜨고 있다 죽어서도 붉은 입술로
동박새를 유혹한다 선혈 낭자한 낙화의 자리는 그래서 처형장 같다 끔찍하게 아름답다...........김선태 <동백낙화> 부분
해골바위를 보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한채 밧줄을 잡고 아찔한 절벽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
해골바위는 풍화작용으로 바위에 구멍이 숭숭 뚫려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해골바위로 불리는 수우바위는 비바람에 씻기고 패여나가 기묘한 형상을 이루었는데, 남해안에서 가장 조형미가 뛰어나다.
억겁의 세월로 빚어낸 자연의 조각품 속에 안기운 인간들이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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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 버림받고
살얼음 낀 선운사 도랑물을
맨 발로 건너며
발이 아리는 시린물에 이 악물고
그까짓 사랑 때문에
그까짓 여자 때문에
다시는 울지 말자 다시는 울지 말자
눈물을 감추다가
동백꽃 붉게 터지는
선운사 뒤 안에 가서 엉엉 울었다...........................김용택 <선운사 동백꽃> 전문
백두봉을 지나 수우도 정상인 은박산을 향해 가는 산행은 서쪽 방향이다.
암릉과 숲길이 번갈아 이어지는 비교적 걷기가 편한 길이다.
숲길을 지나 사방이 확 트인 암릉 구간을 지나면 수우도 최고봉인 은박산 정상에 도착한다
해발 196m로 표기된 정상석이 서 있고, 작은 돌무더기 위에 옛 표지판이 꽂혀 있다
삼천포에서 바라보면 동백나무가 은박지처럼 반짝거린다 하여 은박산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은박산 정상에서 하산길은 북쪽으로 이어지는 경사진 내리막길이다.
은밀한 동백숲에는 꽃을 낳는 여인이 있다
산고의 고통을 치루느라 사타구니에는 선혈이 낭자하다
꽃을 낳는 나무의 진통으로 가득찬 숲속은 지극히 고요하고 엄숙하다
이 거룩한 출산의 축제에 초대받은 나무들은 모두 눈을 감았다
동박새를 유혹하지 못하는 동백꽃만이 눈을 부릅뜬 채 처연하게 죽어가고 있다
그들은 죽어야 다시 태어나는 부활의 깊은 의미를 피의 꽃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동백숲에는 생(生)과 사(死)가 공존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고목은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나무는 모든 꽃들과 새들과 바람을 안아주던 젊은 시절을 회억하고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 안에 들어와 앉은 붉은 꽃을 보고도 뜨거워지지 못하는 육체를 탓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늙은 나무여, 너무 서러워 마라
동백꽃이 제 아무리 붉다 한들 이미 모가지가 댕강 떨어져 있지 않느냐
동백은 붉은 빛으로, 나무는 암갈색으로 자연의 질서 속에서 생을 마무리하고 있는 중이다
붉은빛과 암갈색이 합해지면 무채색이 되리니....세상의 죽음은 무채색이다
수우도의 수호신 설운장군의 사당인 ‘지영사’(至靈祠)가 마을 뒤편에 자리 잡고 있다.
수백 년은 묵은 느티나무 아래 돌담으로 에워싸인 설운장군 사당은 마을 주민들이 신령스럽게 여기는 곳이다
반인반어(半人半漁)인 설운장군이 남해안 일대를 침략한 왜구를 물리쳤으나 모함으로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실제로 설운장군사당에서 매년 음력 10월 15일에 동제(洞祭)를 지내고 있다.
실은 아픔을 웃음으로 노저어 풀듯
눈물보다 더 깊은 곳을 갈라내며
안달이 나서 다시 그물을 칼로 끊어내고
잇달아 낸 매듭 다시 보며
내가 먼저 바다보다 소리쳐서 앞닻을 던져도
가슴 한복판에 한바다가 있어
한 생애의 밧줄을 다 주고도
된살 되앗아잡고 사리고 사려도
비탈길어 휘어잡은 나뭇가지처럼
놓으면 사정없이 후려치는
그 회초리로 하여 혼자 웃고 사는 늦날진 샛바람이여...........................차영한 <섬> 부분
폐교된 수우도초등학교를 복합휴양센터로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2018년 완공되었다
변변한 식당이나 펜션이 없는 수우도의 주민들이 마을공동으로 운영하는 깨끗하고 현대적인 건물이다
그러나 섬을 찾는 여행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방치된 것 같아 안타까웠다
수우도는 2017년 행정안전부 전국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에 쉴섬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인적 없는 수우도 마을 안길에는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정겨웠다
그중에서도 80세 어머니와 살고 있는 김정갑씨가 아기자기하게 꾸민 작은 갤러리가 가장 눈에 띄었다
서울에서 캐릭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몸이 아픈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3년 전부터 수우도에 들어왔다고 한다
돌미역 채취, 고사리 캐기 등을 하며 살아가는 김정갑 씨는 그 나름의 방식으로 수우도의 품에 기대어 살고 있다
나는 때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이생진 <고독> 전문
카페 게시글
山行을 다녀와서
<섬>수우도 은박산에는 꽃을 낳는 여인이 있다
나마스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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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55
20.02.12 11:24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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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동백이 애잔햐!
날씬이가 고향을 찾아갔구먼...ㅋ
석양을 받은 모아이 석상이 환상적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