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민심서 율기(律己) 제3조 제가 (齊家)
11. 물건을 살 때에 가격을 따지지 않고 위력으로 사람을 부리지 않으면 규문(閨門)이 존엄해질 것이다.
《상산록(象山錄)》에 이렇게 적었다. “매양 보면, 법도 없는 집은 수리(首吏)ㆍ주리(廚吏)[관청색(官廳色)]ㆍ수노(首奴)ㆍ공노(工奴)[공고직(工庫直)]들이 늘 염석문(簾席門) 밖에 섰다가 무명ㆍ삼베ㆍ명주ㆍ생모시 따위를 보따리로 싸서 지게에 잔뜩 지워 내아(內衙)에 보내어 고르도록 하면, 억센 노비들이 분부를 전하되, 거칠다느니 성글다느니 값이 비싸다느니 하며 좋은 물건을 골라 싼값으로 팔기를 강요한다.[싼값으로 좋은 물건을 갖고자 한다.] 시끄러운 소리가 바람결에 흘러나가고 얕은 속셈이 여러 사람의 눈에 훤히 드러나 보인다. 그러므로 장수가 포목을 가지고 밖으로 나오자 나쁜 소문이 사방에 퍼지니 이것은 천하의 큰 수치이다.
마땅히 미리 약속을 정하되 무릇 포백(布帛)을 사들이는 권한은 수노에게 일임하고[수리(首吏)도 큰 아전이니 이런 잔일을 맡기는 것은 좋지 않다.] 수노는 자신이 묵인(墨印)을 찍어서 책방에 바치고, 책방은 펴보지 말고 내아에 들여보낸다. 내아에서는 비록 승수(升數)가 반으로 줄고 가격이 곱절이 되었더라도 되돌려보내지 않고 이런저런 말이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가정의 법도가 어그러지지 않고 나쁜 소리가 퍼지지 않을 것이다.”
《상산록》에 또 이렇게 적었다. “무식한 부녀자들은 관비(官婢)를 집안 종 부리듯 해서 매를 때리기도 하며 우격다짐으로 감독한다. 기한을 촉박하게 정하고 매질을 엄혹하게 하여 원한이 그의 일신으로 돌아오고 비난하는 소리가 사방에 퍼지니 어찌 이래서야 되겠는가. 안으로부터 일언반구(一言半句)도 나오게 해서는 안 된다.”
내외의 의복은 관비와 관기에게 바느질을 시켜서는 안 된다. 만일 부득이 남의 손을 빌어야 할 경우에는 침비(針婢)[이른바 침장(針匠)이라는 것이다.]를 불러서 침가(針家)[읍마다 다 있는데 침가는 선수자(善手者)라고도 한다.]로 보내어 삯을 주고 짓는 것이 좋다.
매양 보면, 안사람들이 온필의 가는 누비감[속칭 필누비(疋縷飛).]을 강제로 침기(針妓)에게 맡기면 침기는 제 비녀ㆍ팔찌ㆍ솥 등을 팔아서 침가(針家)의 삯을 치르게 되니 그 원성이 하늘에 사무친다. 그 비녀ㆍ팔찌ㆍ솥은 본래 음란한 짓을 해서 마련한 것들인데, 그것으로 옷을 짓고 조복(朝服)이나 제복(祭服)을 만들어 부모가 물려준 몸을 가리니, 임금을 공경하고 선조(先祖)를 공경하며 부모가 물려준 몸을 공경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 말하기도 더러운 일이다.
오직 부중(府中)에 있는 가난한 손에게 주는 옷은 그 바느질이 거칠더라도 남의 손을 빌 것이 아니고, 침기(針妓)에게 시키는 것이 좋다.
貿販不問其價。役使不以其威。則閨門尊矣。
象山錄云。每見無法之家。首吏廚吏。[官廳色] 首奴工奴。[工庫直] 恒立席門之外。棉布麻布土紬生紵。連苞盈擔。納于內衙。以聽抽擇。印豪奴悍婢。遞傳吩咐。曰粗曰疏曰刁曰踊。執其尤物。勒以賤直。[欲以輕價取美物] 琅琅之音。或及於風聆。瑣瑣之腸。悉露於衆目。抱布而出。惡聲四散。此天下之大恥也。宜定約束。凡布帛貿易之權。任之首奴。[首吏亦大吏 不宜管此小事] 首奴自著墨印。納于冊房。不敢展看。納于內舍。卽雖升數半減。價直倍高。毋得還給。恭受不辭。默無一言。庶乎家法不乖。惡言不播矣。
象山錄云。婦女無識者。役使官婢。有同家奴。授之以苦楚。董之以威力。迫促其期限。嚴酷其箠罰。怨歸於一身。謗達於四境。惡乎可哉。一言半詞。不可自內而出。
〇內外衣服。不可使婢妓針縫。如有不得不借手者。宜召針婢。[卽所謂針匠] 持往針家。[邑邑皆有針家。號稱善手者] 給雇以製之。
〇每見內眷。以全疋細衲。[俗稱疋縷飛] 勒授針妓。針妓賣其釵釧錡釜。以償針家之雇。怨聲徹天。其釵釧錡釜。本是行淫所得。以此爲衣。以爲朝服祭服。以掩父母遺體。其可曰敬其君上。敬其祖考。敬其父母之遺體乎。言之醜也。
惟府中貧客授衣者。其針功麤疏。不必借手。宜令針妓爲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