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의96'.
독도의 지번이다. 독도를 둘러싼 역사적 배경은 뒤로 하고, 최근 일본의 독도 침탈을 목적으로 하는 일련의 행동은 너무나 터무니없고 집요하다. 일본은 왜 바위로만 이뤄진 독도를 침탈하려고 하는 것일까?
일본이 노리는 배경의 근거가 바로 막대한 생물 자원과 에너지 자원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토록 일본 정부가 대놓고 노리는 것이 바로 미래에 필요한 자원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이다.
일본이 독도 근해에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를 노린다는 점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집요하게 주장하고 나서는 이면에도 동해에 대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에너지원인 가스하이드레이트 등과 같은 귀중한 해저 에너지 광물자원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인 포석이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을 대량 포함한 고체가스로 수심 1~2㎞의 해저 층상에 매장된 빙상고체 가스이다. 대략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을 기준으로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으로, 150조원 이상의 경제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본은 치밀한 장기 전략 아래 가스하이드레이트에 대한 기술을 쌓아가고 있으며, 독도문제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여기에 대해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 30년 사용할 가스하이드레이트
가스하이드레이트란 해초나 플랑크톤이 썩을 때 발생하는 천연가스가 영구동토나 심해저에서 저온·고압 하에 물분자와 결합돼 형성된 고체물질(얼음) 에너지원을 말한다. 외관이 드라이아이스와 비슷하며 불을 붙이면 메탄이 해리되면서 타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불타는 얼음(Burning Ice)'이라고도 불린다. 기존 휘발유에 비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0.7배로 적고, 연소 후 휘발유나 디젤유처럼 중금속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할 21세기 대표적 청정에너지원으로 평가받는다.
이처럼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는 국제 유가가 고공행진을 펼치면서 그 몸값이 나날이 상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약 10조t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 중 미국이 9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의 98%는 심해저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전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6억8천만t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에너지원임을 알 수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존재가 상징하는 또 하나의 의미는 석유의 부존 가능성이다. 해저에 석유 자원이 있는 지역을 탐사해보면 통상 맨 위쪽에 얼어붙어 있는 하이드레이트층이 나타난다고 한다. 실제로 대한석유공사가 작성한 천연가스층의 지도와 러시아에서 작성된 가스하이드레이트 분포도를 비교해보면 놀랄 만큼 일치해 있다. 이렇게 볼 때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발견된 동해 해저에 천연가스와 원유가 매장돼 있을 개연성은 매우 높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이미 1970년대부터 미국이나 일본이 개발기술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일본은 우리보다 11년 앞선 지난 1989년, 이미 가스하이드레이트 실물 채취에 성공한데 이어 2002년에는 자국 근해 가스하이드레이트 채굴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등 이 분야 탐사와 기술에서 '독자노선을 걷는 가장 앞선 나라'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1984년 동해일대에 매장량을 조사한 결과, 상당량이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일본이 호시탐탐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가스하이드레이트와 무관하지 않다.
현재 학계에서는 독도 인근 동해 심해저에 매장된 가스하이드레이트의 양을 6억t(30년간 국내 사용량)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최소치를 추정한 것으로 앞으로 기술개발이나 연구에 따라 막대한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울릉분지에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을 가능성은 더 크다.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단 박근필 단장은 "독도는 화산섬이기 때문에 독도 섬 자체에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심해저 퇴적층인 독도 부근 수역엔 약 6억t 정도가 분포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억t은 국내 천연가스(LNG) 소비량의 30년치, 일본 국내 소비량의 25년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무려 150조원을 웃도는 엄청난 액수이다. 독도가 자국 영토라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 "독도 주변 수역에 묻혀 있는 150조원 가치의 '불타는 얼음' 가스하이드레이트를 확보하기 위한 계산된 도발"이란 비판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독도 수호=미래 자원확보전 승리
동해 울릉도 심해저에 부존자원이 있으리라는 추측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우리 정부가 지식경제부(옛 산업자원부) 주도로 가스 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단을 조직, 독도 주변 해역 탐사에 나선 것은 1996년. 이마저도 워낙 방대한 예산이 들어가다보니 정부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건 2005년부터다. 그 결과 지난해 6월 사업단은 탐사선을 이용, 독도 서남방 80㎞, 울릉도 남방 100㎞, 경북 포항기점 동북방 135㎞ 해상 울릉분지 일대 2천㎞ 심해저에서 자연 상태의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채취하는 데 성공했다. 학계에서는 이 지점보다 독도 인근에 가스하이드레이트 본맥(本脈)이 흐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이곳의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두께만 130m에 달하는 등 상업적 가치가 높은 초대형 가스전으로, 성분 분석 결과 99% 정도가 메탄 성분인 최상품이다. 더구나 예상보다 많은 양의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묻혀 있을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관계자들을 더욱 들뜨게 하고 있다. 이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을 t당 500달러로 추산하더라도 최소 3천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양이며,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실제 가치는 50% 이상 더 높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상업화까지는 엄청난 돈이 투입돼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대량생산해 활용하려면 고체상태의 가스 하이드레이트에서 가스를 저렴하게 분리하는 기술이 필수적이나, 아직까지 이런 기술은 개발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는 2015년경 가스하이드레이트 상업생산을 목표로 올해부터 가스하이드레이트 상업적 생산기술 개발을 위한 R&D 사업에 약 6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2011년까지 총 850억원, 2015년까지는 총 2천257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의 사전작업으로 지경부는 지난 6월 현행 광업법과는 별도로 지경부장관 지침에 의거,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 전담 추진기관과 위원회의 구성, 운영 및 세부사업 기획·선정·집행·평가와 관리 등에 대해 적용하는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사업 운영 규정'을 고시하기도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서부터 서해, 남해, 동해를 합쳐 총 15개 지점에 대해 자원 시추 작업을 해왔는데 울릉분지 지점 8광구 9번공, 10번공 지점에서만 '대박'이 터졌다"면서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동해가 앞으로 우리나라 에너지 자원의 보고(寶庫)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가스하이드레이트와 같은 미래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독도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래서다. 지난 7월 24일 민주당 김희철 의원은 국회 민생안정특위 회의에서 "에너지 자주 개발률을 높이기 위해 동해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에 나서야 한다"며 "특히 독도 주변에서 자원 개발을 추진하면 실효적 지배를 강화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에너지 자주 개발률이란 순수한 국내 자본과 기술로 에너지를 개발·생산하는 비율을 말하는 것으로, 2008년 현재 우리나라의 에너지 자주 개발률은 약 4%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