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교류재단 펠로로 고국에 돌아오자마자 세월호 참사를 고스란히 지켜봐야 했다. 가슴이 하도 먹먹해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이런 비극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아팠다. 한 달여 동안 거의 매일 시도 때도 없이 울었더니 눈의 실핏줄마저 터져버렸다. 두문불출하는 동안에도 수도권 지하철이 역주행하고, 아산에서는 신축오피스텔 건물이 무너지고, 고양 터미널 지하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시화공단에서는 폭발이 일어났다. 우리 모두 불완전한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슷한 실수의 계속적인 반복은 우둔함 내지 거만함이다. 과연 우린 비극에서 교훈을, 고통에서 희망을, 실패 속에서 성공을 끌어낼 수 있을까?
고국에서의 일상도 세월호의 씨앗을 품고 있지는 않을까 하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오늘도 1번 마을버스를 30분을 넘게 기다렸다. 그동안 5번, 15번은 몇 대나 왔다 갔는데. 도착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의 내용과 길 위의 현실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첨단기술과 접목된 승객들을 위한 배려가 참 신기하고 자랑스러웠는데. 계속 기다리면 1번 버스가 정말 올 것인지에 대한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그 사이에 어떤 버스 기사는 빈 주스 병을 기사석에서 길가의 휴지통으로 던져 넣기도 하고, 또 어떤 기사는 아예 도로로 내려와 바지를 내리고 속옷을 정리하기도 한다. 그런 모습은 정말 보고 싶지 않다. 황사와 매연으로 찌푸린 하늘에서 거리로 눈을 돌려본다. 다닥다닥 붙은 가게들은 제 각각의 음악을 크게, 더 크게 틀어 음악인지 소음인지 도저히 분간할 수가 없다. 단지 엄청 시끄러운 덩어리의 소리일 뿐이다.
이제는 포기하고 길 건너편으로 가서 37번 버스를 탄다. 반복되는 이런 경험은 사회적 약속인 버스정류장 표지를 불신하게 만든다. 약삭빠르지 못하고 이렇게 계속 속기만 하는 나는 영락없는 바보다. 앞에 앉은 아주머니는 쇼핑백을 옆 좌석에 두고 서있는 할아버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어떤 아가씨는 자기 가방에서 휴지가 바닥으로 떨어졌는지도 모른다. 버스의 자동전산기는 '카드를 다시 대 주세요'라는 경고를 반복한다. 어쨌건 목적지에 다 와 가는데 시장 카트를 들고 오른 어떤 분이 "이 버스 중앙시장 안 가요?"하고 몇 번이나 물어온다. 미안하지만 기사 아저씨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내리려는데 버스 승차장은 택시들로 점령당해 있다.
버스에 장착된 모니터에서는 세월호 관련 영상들이 계속 비춰진다. 희생자들과 유족을 생각하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입술 위에 잠시 머물다가 사라져버리는 가벼운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슬픔이다. 이 와중에 한국의 수준이 어떠니, 국민성이 어떠니, 문화가 어떠니, 시스템이 어떠니, 무엇을 고쳐야 하니 마니, 누가 나쁜 사람이니, 어떤 자들이 얼마만큼 해 먹었니, 지도자가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하니, 눈물에 진정성이 있니 없니 등등의 온갖 언설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어떤 경우에서건 한 가지 분명한 건 기본과 원칙의 준수다. 이건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몫이자 책임이다. 누구에게 분노의 돌을 던지기 전에, 확인되지 않은 온갖 억측과 소문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퍼뜨리기 전에, 생업에 손 놓고 마음만 아파하기 전에, 정신 줄을 똑바로 잡고 다시 바로 일어서서 자신의 자리에서 본분을 최선을 다해 지켜야만 한다. 어떤 위기가 닥쳐도 자신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것이 진정한 저력이자 희망의 끈이다.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쓴 날림 기사들, SNS에 넘쳐나는 모략과 중상의 언설들, 눈물을 보이지 않는다고 진심마저 의심하는 돌팔매질. 목구멍으로 삼키고 또 삼키는 어떤 비통함은 흐르는 대로 흘려버리는 눈물보다 더 비장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울음을 보이는 지도자를 원하지 않는다. 차라리 혼자서 소리내지 않고 피 토하는 우직한 리더를 원한다. 우린 왜 슬픔의 형태마저 타인에게 강요하는가? 이건 인권과 개성의 문제다.
지금 우리에겐 희생된 학생들의 몫만큼 살아내야 할 책임이 있다. 아름다운 꽃봉오리들이 끝까지 믿은 기본과 원칙이 유효함을 증명하고 그 믿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남겨진 우리의 의무다. 아이들이 우리들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언제까지 슬퍼하고 분노만 하고 있을 것인가. 위기 속에서 분열하지 말고 힘을 다해 다시 두 발로 꼿꼿이 서라, 내 조국, 대한민국.
좋은 글입니다. 특히 '어떤 위기가 닥쳐도 자신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것이 진정한 저력이자 희망의 끈이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예상컨대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해하기 힘든 비슷한 사회 상황이 또 일어나겠지만 결국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서서 전진한다는 것도 확실합니다. 우리의 과거 한많은 수천년 역사가 입증하니까요. 좌절은 결코 없습니다. 파이팅!..
첫댓글 기본과 원칙이 서는 나라.
열심히 노력하면 잘 사는 나라....
"다시 일어서라 대한민국~~~!!!"
좋은 글입니다. 특히 '어떤 위기가 닥쳐도 자신의 역할을 똑 부러지게 해내는 것이 진정한 저력이자 희망의 끈이다.'라는 표현이 인상적이네요. 예상컨대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해하기 힘든 비슷한 사회 상황이 또 일어나겠지만 결국 오뚜기 처럼 다시 일어서서 전진한다는 것도 확실합니다. 우리의 과거 한많은 수천년 역사가 입증하니까요. 좌절은 결코 없습니다. 파이팅!..
아~~~^^
늦었지만 그리고 지면으로나마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새가정출발과 시아버지가 되시는 운중님... 축하합니다^^*
교수님, 지난주 아드님 결혼 감축드립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 못해 송구하옵니다. 내내 건강하시고 카페에서 종종 뵙기를 바라겠습니다.
과분한 결혼식 축하, 감사드립니다. 부산,대구 등지에서도 몇 분 오셨어요. 작은 결혼식 하려고 했는데..박하님,시내님에게 재삼 감사드립니다. 사실 결혼이란 기쁨이면서도 인생 고생길에 본격 들어서는거지요. 인생 새출발하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힘찬 격려보냅니다...
@운중 저도 축하합니다!!!
@찬샘 찬샘님, 축하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소서...운중 김명철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