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녕군 계성면 사리 청련사 인근에 대흥사 터가 있다. 대흥사는 7개 암자를 거느린 큰 절이었는데 태풍으로 폐허가 되고 석조광배는 아랫마을까지 떠내려 갔다고 한다. 절터는 무성한 잡초와 논과 밭으로 변하고 묘지들이 자리잡고 있어 형체를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산골짜기 이곳 저곳에 깨지고 넘어진 부도들과 대나무 숲이 이 곳이 절터였음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원래 대흥사 동편에 있던 동암(東庵)이 지금의 청련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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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룡사 부도>
청련사 입구에서 개울을 건너는 북암교를 지나면 삼성암과 북암마을의 갈림길이다. 삼성암 방향 이정표를 보고 가파른 산길을 따라 20여분 오르면석대산 자락 해발 380m 쯤에 통도사 말사 삼성암(三聖庵)이 바위 아래에 제비집처럼 둥지를 틀고 있다. 암자 입구에 들어서면 가파른 산길을 올라온 방문객들에게 하늘을 찌를 듯 쭉 뻗은 대나무 숲 사이에서 불어오는 청신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씻어준다.
암자입구 맞은편 절벽에 자리한 아담한 관산정(觀山亭)에 앉으면 건너편으로 펼쳐지는 옥천 저수지와 영취산 자락 시골마을의 풍광이 하도 아름다워 저절로 발길이 머문다.
조용하고 깨끗한 이 암자는 석대산을 거쳐 구현산 화왕산으로 가는 등산객들이 마지막으로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다. 삼성암은 근래 대웅전 불사가 한창이다. 대웅전 뒤편 바위에는 신라의 고찰 대흥사 말사였던 시절에 새겨진 것으로 보이는 시주자의 이름이 고찰의 면모를 말해주고 있다. 삼성암 내리막길에서 보이는 옥천 저수지의 싱그러운 물빛은 말 그대로 한폭의 진경산수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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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룡사 여장승>
옥천 저수지를 따라 관룡사로 가는 길은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상쾌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옥천 저수지가 끝나는 옥천교 앞에 고향민속가든 식당이 있다. 혼자 답사길을 나서면 늘 끼니를 때우는 일이 고역이다. 혼자 식당으로 들어오는 것을 빤히 쳐다보면서도 몇 사람이냐고 물어보는 것이 짜증섞인 목소리로 들린다. 그러나 이 곳은 전혀 그런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 5천원 짜리 쌈밥 정식의 반찬이 18가지다. 혼자 먹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주인 권현순(52)씨가 일일이 손님들 밥상을 찾아 묵은 김치를 가위로 잘라 된장에 담가 쌈을 싸먹으면 새콤달콤한 독특한 맛이 있다고 거들어 준다. 즉석 돌솥밥에 검정콩 보리쌀 등을 섞어 상을 차린다.
화왕산 군립공원 매표소를 지나 곧장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관룡사 입구 주차장이 있다. 여기서 200m쯤 되는 절집 마당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지만 차를 타고 절집까지 가면 관룡사 답사의 맛은 반으로 줄어든다. 주차장에서 관룡사로 가는 오솔길이 있는데 여간해서 찾기 어렵다. 울창한 숲 사이에 등산객들이 달아놓은 형형 색색의 리본을 찾아 보일 듯 말듯한 입구로 들어서면 산죽이 하늘을 가린 숲 터널이다. 길지 않은 산죽 터널을 벗어나면 해맑은 소년의 미소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관룡사 석장승(觀龍寺 石長丞) 두기가 수문장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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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룡사 남장승>
사찰 입구에 두는 장승은 절의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과 더불어 잡귀의 출입을 막고, 풍수지리적으로 허한 곳의 기운을 불어넣는 등 기능을 한다고 믿는다. 이 곳의 장승은 사찰의 경계표시와 수문장의 역할과 함께 인근 마을 사람들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왼쪽에 있는 남장승은 높이 220㎝ 둘레 70㎝의 크기로 상투를 얹은 듯한 둥근 머리에 관모(官帽:관리가 쓰는 모자)를 쓰고 있다. 툭 튀어나온 커다란 눈과 주먹코가 해학적이다. 콧잔등에는 두 개의 주름을 새겨 놓았다. 꼭 다문 입술 사이로 송곳니 두개가 뻗어 있다.
오른쪽의 여장승은 높이 250㎝, 둘레 80㎝로, 사다리꼴 모양의 받침돌 위에 구멍을 파서 세웠다. 상투모양이 조각되어 있지만 남장승과 달리 관모가 없다. 두 장승 모두 몸체에는 아무런 글귀가 없으며 육중한 몸매로 인해 전체적으로 안정감을 준다. 언제 만들어 세웠는 지 알 수 없으나 불교와 민간신앙이 결합된 신앙물로 민간의 소박한 미의식이 잘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심재근 / 옛그늘 문화유산답사회장
첫댓글 장승이 돌로 되 있어서... 돌하루방인 줄 알았어요.. 비슷한 것 같지만..
남장승하고 여장승의 크기를 잘 알고 있는걸 보니,직접 잰 길이는 아닌듯하네요..;;
장승도 돌로 만드니까 더 무서운것 같다
장승이 돌로되있고 여장승도 돌로만드니 조금돌하르방같기도하고 장승같기도하고,,
장승이 정말 저런능력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