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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리베이트 발칵…의사와 업체 은밀한 거래 "총 매출액 20∼40% 주고 받아"…국민 건강보다 개인 돈벌이 급급 | ||||||||
#1.대구의 한 병원에서 관절센터장으로 근무하는 의사 A(57) 씨는 고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병원 운영자에게 “리베이트는 모두 내가 받겠다”고 대놓고 요구했고, 능력이 좋고 환자 수가 많은 이 의사를 채용하기 위해 병원 운영자는 이를 승낙했다. A씨는 병원을 옮길 때마다 같은 요구를 해 지금까지 총 8억여원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 #2. B(41) 씨 등 의사 3명은 서울에서 병원을 운영하다가 병원을 한 개 더 설립하기로 하고 이 의료기기업체에 병원 설립 자금을 요구해 총 7억원을 받았고, 병원을 설립한 뒤 이곳 업체 제품을 사용해 1년 만에 모든 리베이트를 차감했다. #3. 의사 C(42) 씨는 전국에 네트워크 병원을 소유`운영하면서 이곳 의료기기업체가 제조`판매하는 의료기기를 네트워크 병원에서 사용하게 하고, 업체로부터 리베이트로 12억8천만원을 받았다. #4. 의료기기 리베이트로 1억5천여만원을 받은 의사 D(45) 씨는 리베이트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을 알면서도 이 의료기기업체 직원에게 전화해 “이번 달 리베이트가 지급되지 않았다. 빨리 가지고 오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의료기기 납품 대가로 78억원을 주고받은 의사, 의료기기 제작`판매업체 관계자 등 49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된 가운데 의사와 의료기기업체 간의 리베이트 거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리베이트를 주고받기 위해 약정을 맺는 것은 물론 독점공급계약서까지 작성하고 매달 리베이트를 전달하거나 먼저 거액을 건넨 뒤 차감하는 방법 등 다양한 리베이트 수수 방법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리베이트 약정 및 독점계약서 작성 의료기기 제작`판매업체는 의사들과 인공관절(TKR)의 경우 개당 40만∼70만원, 척추수술용 접착물질(RACZ)은 개당 22만∼55만원, 나사못 등 척추 관련 의료기기(Spine) 경우 총 매출액의 20∼40%를 리베이트로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또 이들은 선지급 리베이트를 받은 경우 독점공급계약 체결 또는 차용금으로 가장하기 위해 독점공급계약서, 현금보관증, 차용증서 등을 작성했고 특히 리베이트가 아니라 연구비로 지급된 것처럼 속이기 위해 의사들에게 지급하는 돈의 내역을 ‘CASE 연구비 지급내역’이라는 문서로 작성, 보관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리베이트 수수 방법 의료기기업체와 의사 간의 리베이트 수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리베이트를 매달 정산 후 현금으로 수수하는 방법으로 의사들은 매달 사용한 의료기기의 개수 또는 매출에 따라 정해진 리베이트를 다음 달 중순쯤 의료기기 업체 담당자로부터 병원 집무실 등지에서 은밀하게 현금으로 받았다. 또 하나는 선지급 리베이트로 거액을 일시금으로 받는 방법이다. 이는 의사들이 병원을 개원하는 등 목돈이 필요한 경우 의료기기 업체 담당자에게 리베이트를 선지급해 달라고 요청해 거액의 리베이트로 먼저 받은 뒤 사용한 의료기기의 개수 또는 매출만큼 선지급된 리베이트에서 차감, 정산해 나가는 방법이다. 이뿐 아니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가 병원장인 경우 병원 소속 의사들에게도 리베이트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곳 업체 제품을 사용하도록 지시 또는 권장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경우 병원장은 소속 의사들이 이 업체의 제품을 사용하면 영업직원으로부터 직접 리베이트를 받도록 하거나 병원장이 직접 의사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현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의료기기업체의 리베이트 자금 조성 방법 의료기기업체는 세무조사를 피하기 위해 회사 직원들을 대표이사로 등재하고 설립 및 폐업이 예정된 동종 업체 등 수십여 개의 페이퍼 컴퍼니(Paper Company)를 만들어 의료기기 판매업체로 전면에 내세운 뒤 그 판매업체 통장과 대표이사 인감 등을 이용해 상품권을 다량 구입, 할인받아 현금화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조사 결과 밝혀졌다. 특히 이들은 거액의 상품권 구입 등 의심 거래내역이 들키기 전에 판매업체를 폐업시키고 새로운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수법을 은밀하게 반복해 장기간 수사기관에 노출되지 않고 범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전국 지사에서 리베이트 자금을 요청하면 대표이사가 결제한 뒤 리베이트용 현금을 각 지사장에게 전달하고, 각 지사장은 전달받은 현금을 각 지사 금고에 보관하는 방법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또 전국 지사에서는 매달 의사별 납품실적을 계산해 영업직원이 직접 병원에 찾아가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전달하고, 본사에 리베이트 전달 상황을 보고하는 조직적인 형태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수사 의의 검찰은 의사들의 배임수재 범행에 대해 총 17명, 32억7천700만원 상당을 추징보전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 조치로 범죄를 조장하는 경제적 요인을 박탈하는 한편 적발된 의사 등 관련자 총 55명(38개 병원)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해 의사면허 취소,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취하도록 조치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을 위반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사면허를 취소해야 하고(의료법 제65조), 그 외의 경우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다. 또 검찰은 이번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하면서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지역본부의 협조를 얻어 ‘네트워크병원’이라는 명목으로 서울 및 지방에 지점 병원을 두고 본점 병원에서 운영을 통합, 관리하며 수익을 올리는 형태의 복수 의료기관을 운영한 의사를 최초로 적발해 기소하기도 했다.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3부 박흥준 부장검사는 “상당수 의사는 리베이트를 받은 뒤 유흥비, 외제차 구입비, 해외여행 경비, 생활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고, 일부는 병원 운영비로 사용하기도 했는데 대부분 ‘의료기기를 사용해 준 만큼 당연히 받을 수 있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등 죄의식이 희박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된 의료행위에 대해선 지급된 보험급여를 환수하는 등 행정적 제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매일신문 공식트위터 @dgtwt / 온라인 기사 문의 maeil01@msnet.co.kr ⓒ매일신문사,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
2013.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