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비
심장섭
새벽 유리창 흔들며 깨우는 새벽비
오늘도 마음은 일터로 향하고
굵어져 가며 요란하게 때리는 비야
기왕 내릴 테면 하루 종일 내려라
낸들 네 바퀴 힘차게 굴리며
강렬하게 달리고 싶지 않겠냐마는
눅눅한 오늘은
쉬고 싶어진다
잠 못 드는 마음이 젖고
길도 젖는다
젖은 인생이 어딘들 없으랴마는
하늘이 깨져 내려도
돌처럼 굳어 일어나고
싶지 않은 하루
꺾어진 신
꺾어진 뒤꿈치가 빛난다
지가 무슨 신이라고
오직 바램이라면 다섯 발가락처럼 오순도순
어둡고 시린 고리타분한 냄새 속에서도
온 정성으로 받들지 않겠는가
카운터 옆에 놓인 꺾인 구두는 이방 저방
어지럽게 돌아다닌다
문이 열려 있기 때문에
문설주처럼 빛나는 뒤꿈치
몸의 출입을 막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낡은 구두처럼
자신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
길이 난다는 것은 어둠의 빛을 주고받는 것이다
자기 혼자 이루는 빛은 없는 것
신은 갈수록 뒷모습이 빛난다
심장섭
충남 당진 출생. 《공무원문학》신인상으로 등단. 전 호수시문학회 회장. 현 당진정미우체국 재직. 시집 《건드리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2015, 도서출판 맥)
첫댓글 당진 호수시문학회 심장섭 시인의 출판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심장섭 시인은 우체국 집배원입니다. 애틋한 마음으로 불안한 세계를 극복하는 일에 동참하는 그의 시선에 박수를 보냅니다.
임 시인, 먼 걸음 반갑고 고마웠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건강하길 빕니다. 자주 뵙죠.
@시사랑(고완수) 에궁 이제야 답글을 올리네요. 그날 환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장섭 형도 고맙구요. 돌아오면서 우린 왜 남산이 없는지 문예의전당이 없는지 해오름가든이 없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경묵이형 고생하셨구요,
심장섭 시인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저도 심장섭님의 출판을 축하드립니다!
'우리의 삶은 낡은 구두처럼 /자신의 이름을 지워야 한다/ 길이 난다는 것은 어둠의 빛을 주고받는 것이다 /자기 혼자 이루는 빛은 없는 것'
심장섭 시인님 <건드리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임샘,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