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갈 길을 마치고”
예장 합동 세계 선교부(GMS) 케냐 지부 최고 선배 선교사인 고 정광호 선교사의 수목장례 예배가 케냐 나쿠루에 위치한 그레이스 바이블 신학교(GRACE BIBLE COLLEGE OF AEPC) 교정에서 있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신학교 교정 도서관 옆 선교사님의 사무실 옆 살아계실 때 직접 심으셨던 우산나무 아래 묻히셨다고 한다. 75세를 일기로. 정광호 선교사는 총신 2년 선배인데, 44년 만에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정 선배는 해외 선교에 뜻을 품고 학부시절부터 영어 공부에 열중하였다. 기억하기로는 신촌 이대 앞에서 매주 한차례 미8군에 있는 신실한 미국인들과 함께 영어 성경 공부하던 모임의 주 멤버였는데, 나를 눈여겨봤는지, 함께 가서 영어공부를 하자고 강권했다. 서너 번 갔지만 숙맥이었던 나는 그 분위기에 잘 적응치 못하고 뒤로 빠졌다. 모두 영어를 잘하는 데 처음 간 나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ㅎㅎ 그게 친절한 정 선배와의 독특한 첫 인연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러니까 지금부터 44년 전 6월에 결혼식을 한 나는 아내와 함께 전남 고흥의 소록도로 2박 3일 신혼여행을 갔다가, 거기서 다시 페리를 타고 한려수도를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어떻게 연락이 되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쨌든 부산에 도착하여 머문 곳이 정광호 선배 댁이었다. 당시 정 선배는 일본인 아내 미요코와 결혼한 사이였고, 그때도 신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선교 열정으로 선교 배인 로고스 호를 타고 전 세계를 누비던 선교사 지망생이었다.
정 선배 부부와 우리 부부는 함께 미래에 펼쳐질 일들에 대해 생각을 나눴지만, 앞이 창창한 두 신혼부부들의 이야기는 한 곳에 정박하지 못하고 표류한 것으로 기억한다. ㅎㅎ
그것이 정 선배 부부를 처음 만났던 기억이다. 그런 정 선배의 소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괄호에 담긴 44년의 이야기는 어떻게 전개되었는지 피차 모른다. 하지만 평생 케냐에서 신학교 사역과 원주민 선교에 힘을 쓴 정 선배는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케냐에 묻혔단다. 묘지 비석에 새긴 문구가 내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습니다.”(딤후 4:7)
근데 75세를 일기(一期)로 하늘의 부르심을 받았으니 너무 아쉽고 서운하다. “하나님, 뭐가 그리 급한 일이 있다고 그를 빨리 불러 가십니까?”
잘 마친다는 것이 무엇일까? 잘 죽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신혼 때 만나고 장례 소식으로 만나니 세상사 참 기이하도다.
첫댓글
우리네 인생이~~
때로는 많이 아프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