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 소망
새해 새 소망이 있다. "… 건강하여 불편하지 않게 살아 갈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자신을 돌아보며 전에 없던 새로운 꿈이 생겨서 감사합니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데 옆에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부모님보다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와 다른 수용자들을 위해 기도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저를 여기에(소망교도소)보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세끼 맛있는 밥을 먹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를 이해하여 주시고 걱정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합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날을 반성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변화될 수 사람으로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은 한 수용자가 쓴 「지금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스무 가지」에서 나오는 얘기다. 고아인 그는 여러모로 사회적인 약자였고 소외된 사람이었다. 어쩌면 그래서 범죄라는 일탈 행위가 당연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어서도 아니 되고 마땅한 형벌이 따라야 한다. 이는 보편적인 사회 규범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오랜 교도관 경험에서 깨달은 확고한 가치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교도관의 직무는 항상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흔히‘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격언도 그렇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도 역설적으로 법보다 주먹을 다스리는 따뜻한 가슴, 인정(仁情)을 의미하는 말인 듯하다.
나는 이 감사의 이유를 묻기 전에 수용자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그릇된 자존감을 회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강의를 마친 후 지금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스무 가지를 써보라고 했고, 그 주제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게 하였었다. 의외로 반응은 진지했다. 이 시대가 아무리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손 치더라도 변할 수 없는 것은 내가 지금 살아있다는 존재 가치이듯 ‘나’라는 말 속에는 입장을 바꿔 생각해야 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너’가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하였다. 마르틴 부버의 사상이 아니더라도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성이야 말로 국가나 사회공동체를 향한 이웃 사랑의 첫걸음이라는 생각에서다.
지난 해 말,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가 시작되었다. 사실 민영교도소가 준공되고 개소하기까지에는 15년이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필자에게도 그 동안 교정현장에 있었던 교도관으로서 느끼는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먼저 우리나라에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기독교(개신교)가 들어온 후 초창기 병원이나 학교를 짓고 선교를 시작하였듯이 이제 한국교회도 자생적으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도소를 세우고 성경에서 가르치는 소외되고 고통 받는 자들에게 공동체 구원을 향한 한 틀을 마련하였다는 것이고 정작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정행정이 괄목하게 발전하여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그 바탕위에서 민영교도소가 가능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앞으로 신설 민영교도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자체적인 부단한 노력과 아울러 수용자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보여줄 수 있는 전문 봉사자들의 참여, 지속적으로 교회적인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전국 51개의 교도소, 5만 수용자도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이기 때문이다.
(소망교도소 교육교화과 총괄계장)
첫 민영교도소 ‘소망교도소’의 새해 소망
“몸이 건강한 것. 지난날을 반성하며 새로운 꿈이 생긴 것.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것. 하루 세끼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으며 진정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것. 무엇보다 새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기회와 변화될 수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은 것.”
한 수용자가 쓴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스무 가지’에 나오는 얘기다. 고아인 그는 여러모로 사회적인 약자였고 소외자였다. 어쩌면 그에게 범죄라는 일탈 행위가 당연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는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되며 마땅한 형벌이 따라야 한다. 그럼에도 교도관의 직무는 자주 예외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흔히 ‘죄는 미워도 사람을 미워해선 안 된다’는 금언도 그렇고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말도 역설적으로 주먹을 다스리는 따뜻한 가슴을 의미하는 말인지도 모른다.
일전에 수용자들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주제로 그릇된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강의를 마치면서 “지금 내가 감사할 수 있는 이유”를 써보라고 했다. 그리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반응은 진지했다. 이 시대 급속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존재가치이듯 ‘나’라는 말 속에는 항상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너’가 포함되어 있다고 강조하였다. ‘나’와 ‘너’,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성이야말로 사회공동체를 향한 첫걸음이라는 생각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최초의 민영교도소인 소망교도소가 개소되었다. 개소하는데 무려 15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필자에게도 남다른 감회가 있었다. 이 땅에 기독교(개신교)가 들어와 초창기 병원이나 학교를 지었듯 이제 한국 교회도 자생적으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한 교도소를 세워 소외된 자들에게 공동체 구원을 향한 한 틀을 마련한 것이다. 또 간과할 수 없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정행정이 괄목할 만큼 발전하여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런 바탕 위에서 민영교도소가 가능했다고 믿는다. 앞으로 민영교도소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부단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것은 수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참여 그리고 지속적인 사회적 관심일 것이다.
- 조선일보 2010.01.04. A33 오피니언 '편집자에게(독자컬럼)'란에 게재
첫댓글 사랑하는 서남지부 아버지학교 동역자 여러분, 새해 가정마다 큰 소망 이루시길 축복합니다. 윗 글은 올 해 첫 사역이 시작되는 소망교도소 1기 아버지학교를 준비하며 썼던 컬럼입니다. 아래 청색 컬럼은 다시 1200로 줄이고 줄여 조선일보에 게재된 컬럼입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소망1기를 위해서 기도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