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로타리와 로타리재단
(Rotary International and The Rotary Foundation)
국제로타리(RI)와 로타리재단(財團)은 분명히 창립 배경과 그 목적(目的)을 달리하고 있다. 국제로타리는 1905년 네 사람의 실업가들이 청년변호사 폴 해리스의 의견에 투합하여 첫 모임을 가짐으로 탄생했으며, 로타리 재단은 1917년 제6대 국제로타리 회장인 아치 클럼프의 제창으로 로타리가 만든 조직이다.
국제로타리의 목적은 4개 항으로 표시된 강령(綱領)으로 나타나 있으며, 이는「봉사(奉仕)의 이상(理想)을 모든 가치 있는 사업 활동의 기초가 되도록 고취하고 육성하며… 」로 시작하는 직업봉사를 핵심으로 한 로타리의 이념(理念)과 철학(哲學)을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한편 로타리 재단(財團)의 목적은,「로타리 강령에 따라 지역별, 국가별, 국제적 차원의 인도주의(人道主義), 교육(敎育) 및 문화 프로그램을 통하여 국제 이해와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국제로타리의 사명을 지원하는 것이다.」로 되어 있다. 즉 인도적자선봉사를 위해 RI가 만든 것이다.
그러므로 각각의 목적에 따라 그 프로그램도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국제로타리의 주요 프로그램은 지역사회봉사단(Rotary Community Corps (RCC))을 위시해서, 로타랙트, 인터랙트, 청소년교환, RYLA(Rotary Youth Leadership Awards), 로타리우정교환(Rotary Friendship Exchange), 직업, 사회봉사 등으로 물질적인 자선봉사보다는 정신적이며 인간적인 성장을 위한 것이 주로 되어 있다.
국제로타리가 별도법인으로 만든 로타리재단의 프로그램은 교육(敎育)과 인도주의적 자선봉사로 나누어, 교육적인 것으로서는 각종 장학금제도와 GSE(연구단 교환) 등등이 있으며, 인도주의적 프로그램에는 3H 보조금을 비롯하여 상응보조금(Matching Grant), 로타리평화프로그램 등 여러 가지의 보조금과 PolioPlus와 같은 것들이 있으며, 이들은 모두가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것들이다.
로타리안들이 내는 기부(寄附)는 재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자금원(資金源)으로서 로타리재단 기부금이며, 이의 대부분은 일반기부로서 기부자 기금의 사용용도를 특별히 지정하지 않는 기부로 연차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그밖에 영구기금, 제한기부, 고액기부, 유증(遺贈)기금 등이 있다.
두 개 조직의 순위나 성격을 따지거나 논하려는 것이 아니고, 어느 것이나 인류사회를 위해 큰 업적을 쌓아가고 있기에, 무엇보다 그 내용을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함이다.
어느 운동이나 그 실천 활동에는 그 활동의 동기(動機)가 되는 근본이념이 필요하다. 봉사이념의 연찬(硏鑽)에서 시작되고 그것을 실천 활동으로 이어 가는 것이 본래의 순서가 아닐까 생각된다. 따라서 설령 실천부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그 원점(原點)이 되는 봉사이념의 탐구를 소홀히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술(前述)한 바와 같이 로타리재단은 어디까지나 국제로타리가 교육과 인도적 프로그램을 위해 만든 별도의 법인체(法人體)이다. 15명의 재단관리위원은 RI 회장이 理事會(이사회)의 승인을 얻어 임명하게 되어 있다. 많은 로타리안들의 재단에 대한 기부는 봉사활동 실천의 한 형태이지, 로타리의 목적 그 자체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도의 RI 테마였던 “Service above self”가 상징한 바와 같이 최근 사회봉사나 국제봉사에 속하는 인도적봉사활동이 활발하며, RI는 마치 재단기부의 모금기관인 것처럼, 또 이들 활동이 로타리운동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하기까지 하여, “로타리는 자선봉사단체”라는 사회적 이미지가 강하게 부각되고, 기부금 액수로 모든 로타리 운동의 성과를 평가(評價)하려는 경향마져 짙어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본다.
인도적 봉사활동에서도 사회봉사와 국제봉사의 두 분야가 있다. 여기서의 국제봉사는 로타리 강령 4항의「봉사의 이상으로 결합된 사업인과 전문직업인들은 세계적 우의를 통하여 국제간의 이해와 친선과 평화를 증진한다.」는 목적과는 뜻을 달리한다고 본다.
즉 인도적 봉사활동의 대상으로 지역사회를 구별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회와 국제로 구별하는 것 같으나, 이것이 세계사회봉사와의 관계도 이해를 엇갈리게 하는 점이 있다. 특히 최근 사회(Community)의 범주가 넓어져 “국경 없는 사회”(Borderless)가 되고 있기 때문에 지구전체를 하나의 사회로 생각하게 한다.
인도적 봉사활등을 실천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잘못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실시하는 프로젝트가 정말 현지의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고 있는 프로젝트인가의 확인도 없이 그냥 자금을 전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문배달 소년에게 운동화를 나누어 준 일로 논란이 있었던 일이 있다. 그 신문배달 소년이 가난한 생활 때문이냐, 여행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오트바이를 타고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이냐, 운동 삼아 걷고 달리기 위해 하는냐 하는 구체적인 상황 파악이 없이 현실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더구나 공동사업이란 명목으로 카운트파트 클럽이나 관계자에게 일정액의 기부금만 제공하는 것으로 사업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이다. 프로젝트 규모의 대소(大小) 보다도 로타리안 혹은 클럽이 실천을 시작하여 완결하는 직접참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해온 것이 로타리의 근본 방침이다.
원칙적으로는 봉사활동의 실천은 클럽 자치권(自治權)에 속함으로 클럽이 독자적으로 봉사프로젝트를 찾는 것이지만, 현실적 여건상 상대방에게 의뢰하는 경우도 있으나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이나 완성에 대해서는 반드시 담당위원장과 함께 참여한 클럽회원들이 현지를 방문하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 로타리가 실시한 몽골 식목(植木)프로젝트 같은 것은 훌륭한 사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참가한 모든 로타리안들에게 성취감을 주고 더 나은 봉사의식을 길러줄 것이다.
국제로타리가 완성하려는 폴리오플러스 사업은 인류 역사상 위대한 업적으로 후세에 기록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업을 국제로타리가 전적(全的)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로타리안이 많으나, 사실은 이 사업에 투입된 막대한 비용 가운데 로타리는 약 15%인 6억달러와 지역 혹은 외국 로타리안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더 많은 비용은 각국의 정부나 개인 자선가, 단체 등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든 로타리안들이 확실하게 인식함으로써 보다 참된 더 많은 봉사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로타리의 창립 당시부터 목적은 직업을 바탕으로 하여 봉사를 통한 정신적 윤리(倫理)고취와 인간관계(人間關係)의 향상을 위한 운동이었으며, 이를 이해하기 위해 아더 F. 셀든의 봉사철학을 얘기하지만, 그것을 이해 하기는 다소 어렵고 그 효과도 당장 나타나는 것이 아님에 비하여, 손쉽고 가시적(可視的) 성과도 빠른 인도적봉사활동의 실천으로 뛰어드는 것이 편하고 홍보적(弘報的) 효과도 좋아, 계속해서 이 활동에 치중(置重)하는 것은 좋다고 해도, 이 활동이 로타리운동 그 자체인 것처럼 착각하고, 로타리의 근본(根本) 철학(哲學)을 잊어버린다면 이것은 로타리의 이념을 벗어난 단순한 자선봉사단체로 전락하는 결과가 될 것임을 우리 모든 로타리안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 필요한 인도적자선봉사활동도 중요하지만, 좀 더 먼 장래의 지구환경(地球環境)과 평화로운 세계사회를 고려한다면 로타리 본래의 목적인 직업윤리와 인간관계 향상을 위한 정신적인 운동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하는 것이 21세기의 로타리 사명(使命)이 아닌가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