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아래 경사노위) 위원장의 입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확실한 김일성주의자”라고 말한 게 발단이었다.
문제의 발언은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의 “문재인 대통령을 종북 주사파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은 본인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라고 말했다. 굉장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발언했다.
다음날인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김 위원장은 수위 높은 발언을 이어나갔다. 문 전 대통령을 여전히 김일성주의자라고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 받자 이렇게 답했다.
“신영복 선생의 사상은 김일성 사상이고 김일성 사상을 자기 사상으로 아는 신영복 선생의 사상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한다면 김일성 주의자라고 봐야죠.”
김 위원장의 말 폭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진행자인 김현정 앵커는 2019년 자유한국당 주최토론회에서 ‘문재인은 총살감’이라고 한 발언에 대한 경위를 물었다. 김 위원장의 답변은 이랬다.
“박근혜 대통령을 22년형을 했지 않습니까? 이명박 대통령은 17년형. 이거는 굉장히 문제가 있다. 이거는 너무 심하다. 그런 식으로 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훨씬 더 심하게 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저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투철한 노동운동가로 정평 났고, 꽤 영민하다는 찬사도 받았다. 그러나 그가 지금 쏟아내는 말들은 그냥 망언 그 자체다.
그런데 그가 쏟아낸 발언의 진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사실 그의 망언은 새삼스럽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매 주마다 있었던 아스팔트 극우보수들의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망언이 익숙한 건, 그의 말 대부분이 사랑제일교회 담임인 전광훈 목사의 말을 그대로 ‘복붙’했기 때문이다.
전광훈 목사 만나 ‘기사회생’한 김문수
전 목사는 문재인 전 정부에 대해 독한 말을 쏟아 냈다. 전 목사는 공개 석상에서 문 전 대통령이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문 전 대통령이 간첩활동으로 20년 간 복역한 신영복 교수를 존경해서”다. 전 목사는 2019년 이후 줄곧 고 신영복 교수를 끌어와 문 전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매도했다.
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낙인찍은 근거 역시 고 신영복 교수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전광훈 목사와 김문수 위원장의 발언이 비슷한 이유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동안 김 위원장과 전 목사는 밀월관계였다.
김 위원장은 20대 총선 직전까지는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대구수성갑에서 상대인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밀리며 낙선 한 후 완전히 존재감을 상실했다.
한동한 잊혀졌던 김 위원장은 전광훈 목사의 집회에 참석하면서 다시금 존재감을 알렸다. 그리고 근묵자흑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내뱉는 언어위 수위는 차츰 전 목사와 비슷해져갔다.
김 위원장과 전 목사의 관계가 썩 매끄러웠던 건 아니다. 하지만 2021년 2월 김 위원장은 법정에서 “전광훈 목사님의 설교가 통쾌해 들으러 가는 것인데 사랑제일교회만 기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전 목사를 감쌌다.
당시 김 위원장과 사랑제일교회 관계자들은 2020년 8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방역지침을 어기고 대면예배를 강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전 목사를 변호하고 나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김문수를 경사노위 위원장에 앉혔다. 씁쓸한 건 그가 전광훈 목사와 협력하면서 새삼 존재감을 얻었고, 여세를 몰아 새 정부에 입성했다는 점이다.
물론 윤석열 정부가 전 목사와 협력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발탁한 건 아닐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본인 스스로 “노동 현장을 잘 아는 분”이라고 김 위원장을 추켜 세웠다.
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이 암암리에 윤석열 정부의 외곽조직 노릇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김문수의 새 정부 입성에 전광훈 목사의 그림자가 드리운 건 부인할 수 없다.
결국 김문수의 사례는 보수 정권의 외곽조직, 특히 보수 교회에 줄 대면 얼마든지 부활할 수 있음을 입증하는 셈이다. 실로 씁쓸한 풍속도가 아닐 수 없다.
첫댓글 망언들...
교회가 참으로 부끄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