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실내武道(무도) 아시아 경기대회가 29일부터 인천에서 열린다. 바둑과 체스, 킥 복싱과 댄스스포츠 등 12개 종목이다. 바둑에서 먼저 공격하는 것을 先手(선수)라고 한다. 바둑은 손자병법의 勢(세)를 통한 전략적 포위, 체스는 클라우제비츠의 力(력)의 중심에 대한 결정적 공격 목표(decisive point of the center of gravity) 개념을 적용한다. 케산전투 당시 북베트남군 유인책에 걸려든 미군 전투에선 이겼으나 철수론 거론되며 전쟁 패배로 ● 九變과 先手 손자병법 제8편 九變(구변)은 5利(리)와 5危(위)뿐만 아니라 先手를 말하고 있다. ‘屈諸侯者(굴제후자)는 以害(이해)요, 役諸侯者(역제후자)는 以業(이업)이요, 趨諸侯者(추제후자)는 以利(이리)니라’가 있다. 이는 害(해)를 운용하면 제후의 의지를, 業(일)은 고생을 시키며(役), 趨(추)와 利(리)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유인하다는 뜻이다. 始計(시계)의 利而取之(이이취지)의 방법이다. 그리고 ‘故로 用兵之法(용병지법)은 無恃其不來(무시기불래)하고 恃吾有以待也(시오유이대야)라. 無恃其不攻(무시기불공)하고 恃吾有所不可攻也(시오유소불가공야)라’가 있다. 이는 군사력 운용은 적이 오지 않기를 믿지 말고, 어떤 적도 대적할 수 있는 나를 믿으며, 적이 공격하지 않기를 믿지 말고, 어떤 적도 공격할 수 없는 나를 믿으라는 뜻이다. 恃는 믿다, 待는 대적하다는 말이다. 여기에서 적을 유인하는 것은 先手와 같다. 복싱에서 잽과 마찬가지로 상대로 하여금 끊임없이 대처하게 해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동양과 서양의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전략을 구현하는 뚜렷한 차이는 바둑과 체스에 비유된다. ● 동양의 바둑과 서양의 체스의 전쟁 바둑은 검정과 흰색 돌이 빈 공간에 집을 지으면서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문자가 생기기 이전 발생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19×19줄의 바둑판에서 나오는 결과는 흥망성쇠와 희로애락의 여정이다. 바둑을 마친 후 하나하나 복기(復棋)하며 반성의 재료로 삼는다. 슬로비디오다. 좋은 수를 두면 유리한 결과를 빚고, 나쁜 수를 두면 불리한 결과를 빚는 인과법칙을 따른다. 그러므로 둔 바둑을 복기를 통해 패배의 원인을 따져보는 것으로, 프로들이 제자를 가르칠 때 복기해 주는 것을 가장 효과적 지도법으로 여긴다. 체스는 인도에서 만들어져 이슬람이 유럽을 침략했을 때 건너갔다. 각자 다른 기능을 갖고 상대방 말들을 제거하면서 왕을 죽여야 이긴다. 전진만 가능한 폰(pawn)이나 유일하게 말을 뛰어넘을 수 있는 나이트(knight) 등이 있다. 닉슨 대통령 시절 유명한 외교관이었던 헨리 키신저는 ‘중국이야기(On Chinaㆍ2012)’에서 동양과 서양의 사고방식과 군사전략의 차이를 바둑과 체스 게임으로 설명했다. 즉 동양의 바둑은 바둑돌이라는 군사력으로 면적 비교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며, 서양의 체스는 말이라는 군사력으로 정면충돌을 통해 왕을 공격해 완전한 승리를 거두는 것으로 표현했다. 결국 바둑은 공간을 만들면서 심리적으로 제압해 나가는 상대적 게임이다. 이에 반해 체스는 물질적으로 압도해 상대편을 죽이는 절대적 게임이다. 한편 장기(將棋)는 중국의 楚覇王(초패왕) 항우와 漢王(한왕) 유방의 이야기를 담았다. 卒(졸)과 像(상) 등으로 유인해 차(車)나 포(包)로 제압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졸보차(?卒保車)의 유인책에 넘어간 것이 케산전투다. 미군은 북베트남군 미끼(利)에 걸려들었다. ● 케산전투, 덫에 걸리다 1968년 북한군 특수전부대 31명이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해 온 1·21사태 그날이었다. 베트남 중부 고원지대에서도 북베트남군 4개 사단이 케산(khe sanh) 미 해병대 기지를 공격해 왔다. 미군의 의도는 호찌민 루트를 통해 내려오는 북베트남군을 유인해 격멸하고자 했다. 그러나 케산전투의 참혹한 모습은 워싱턴 안방으로 생중계됐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미군의 철수를 발표했다. 전장은 베트남이었지만 미군은 이미 워싱턴에서 패배하고 있었다. 북베트남의 미끼에 옭아매였던 것이다. 이어서 1월 30일 대규모 게릴라전 구정공세(Tet offensive)로 이어졌고, 케산전투는 77일 간 계속됐다. 미군은 전투에서 승리했으나 이미 철수론이 거론되면서 전쟁에서 패배하는 길을 걸었다. 동양의 바둑과 장기전략이 서양의 체스전략을 이긴 승부수였다. 바둑은 인류 최고의 지적(知的) 게임이다. 바둑에서 복기는 자기 실수를 발견하고 국면 운영의 넓은 시각을 터득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훈련이다. 그런데 조직에서 상관과 윗사람만 있고, 복기를 해 주는 리더가 부족한 것이 현실임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오홍국 군사편찬연구소 연구관·정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