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이 돌아왔다
김 성 문
서문 시장이 활기를 찾고 있다. 2019년 12월부터 바이러스 감염병인‘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전파되었다. 약 3년이 지난, 2022년 10월 현재는 발병률도 낮아지고 있다. 환자 수도 많이 줄어들어 야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될 형편이다. 거리에는 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차량 흐름도 복잡하다. 어떤 장소는 언제 코로나19가 유행했나 싶어질 정도로 코로나19 발병 이전 상태가 된듯하다.
어떤 행사에 사용할 휴대용 봉투를 사기 위해 승용차로 서문 시장으로 향했다. 동산 사거리에서부터 서문 시장 공영주차장까지는 차들이 길게 줄을 섰다. 제일 오른쪽 차선은 차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불법 주차들이라 생각하고 중앙선 쪽 차선으로 천천히 가서 보니 모든 차량이 서문 시장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질서를 지키고 있다. 조금 지나서 있는 다른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 오기로 하고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서문 시장과 집과의 중간 지점에 주차 공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서문 시장으로 가는 대구 3호선 지상철을 탈 수 있었다.
지상철 속에는 온통 사람들이다. 근래 보기 드문 인파다. 아직도 코로나19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은 마스크를 착용한다. 모두가 마스크 착용 규정을 잘 지키고 있다. 빼곡히 들어선 사람들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나도 한 위치를 차지했다. 몇 정거장 가지 않으면 서문시장역이라서 참고 견디며 도착했다. 조금 전 서문 시장 주차장으로 가는 차들도 그대로이고 많은 사람도 그대로이다. 온통 사람과 자동차 천지다.
시장 안의 간이식당 몇 군데에는 질서정연하게 긴 줄로 서서 기다린다. 혹시 꿈속이 아니냐 싶어질 정도이다. 군데군데 있는 보리밥, 납작만두와 떡볶이, 호떡 등의 가게에도 고객들이 한없이 북적인다. 지금 시각이 오후 3시인데 시장 온 사람들이 모두 간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내가 즐겨 사 먹던 잔치국수 가게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 서문 시장의 잔치국수는 멸치 육수이다. 그 육수가 내 몸에 배어 있다. 군침이 돌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20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아 그대로 돌아섰다. 빠져나오는 길에 조금만 기다리면 먹을 수 있는 호떡을 두 개 샀다. 어릴 때 먹던 그 맛이다. 누런 설탕 맛과 밀가루 맛이 엉킨 호떡 특유의 맛이 기억된 것 같다.
시장 사이에 있는 좁은 길은 사람들에 부딪혀 겨우 지나갈 정도다. 내가 사야 할 봉투 가게까지 가는데 5분이면 갈 것을 10분은 걸린 느낌이다. 봉투 가게 주인이 활기가 넘친다. 반가이 맞아 주는 주인의 태도가 물건을 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친절하다. 손님들이 많아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 약 3년 전의 주인과는 딴 모습이다. 주인의 좋은 기분이 나에게도 전달된다. 덩달아 나도 좋아진다. 필요로 하는 물건을 사서 가벼운 마음으로 가게를 나왔다.
비좁은 시장길을 빠져나오면서 몇 년 전 서문 시장에 대형화재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서문 시장은 가게들이 밀집되어 있어서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화재로 번진다. 옷 가게를 하던 지인은 화재로 몸은 빠져나왔으나 재정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 지인은 주위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시 옷 가게를 열고 영업을 잘하고 있다.
서문 시장의 화재라 생각하니, 1922년 개설된 이래로 무려 17회나 화재가 있었다. 특히 1952년 2월에는 크고 작은 점포 4,200개가 전소된 아주 큰 화재였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2005년 12월은 전기 합선으로 서문 시장 2지구 전체를 불태웠다. 2016년에는 4지구와 1지구에서 불이 났다. 이 화재로 4지구의 의류, 원단, 전통 의상 등을 취급하는 점포 839개가 모두 전소됐다. 이때 담당인 중부 소방서는 물론, 대구소방안전본부 담당 모든 소방서에서 소방차 90대가 총출동했다. 그러나 불이 쉽게 붙는 의류 상가로 불이 번지는 바람에 피해의 규모가 엄청나게 컸다.
화재의 원인은 대부분 담뱃불 추정, 성냥불 실화, 전선 합선 등이다. 서문 시장 정중앙의 좁은 길에는 먹거리를 팔기 위해 가스나 전선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낡은 전선은 합선을 일으키고 스파크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제 서문 시장은 여러 차례 화재를 딛고 더 좋은 시설로 개선하여 영업을 잘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화재의 위험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상가가 너무 밀집 상태라서 항상 불안함을 느낀다. 어느 구역을 가더라도 점포가 다닥다닥 붙어 있고 모든 물건이 화재에 취약한 물건들이다. 시장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한산했던 서문 시장은 다시 활기를 찾고 사람 사는 참모습이 보인다. 시장을 빠져나오는데 가만히 있어도 떠밀려 나오고 있다. 하루빨리 마스크를 벗고 모든 곳에서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기대한다. 지상철 3호선이 내가 승차한 역에 도착하고 있다.
첫댓글 코로나로 인한 탓인지 우리 경제가
이상합니다.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꾸 올라 갑니다. 빨리 안정을 찾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대구 서문시장이 살아나고 있다니
반가운 작품입니다. 감사합니다. 서용선
서 선생님! 반갑습니다.
우리 경제가 회복되기를
기대합니다.
코로나로 피해입은 사람들이 어디 상인뿐이었겠습니까. 긴터널을 지나온 것 같습니다.
터널 끝을 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온 세상이 환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63년도에 대구 2군사령부에서 근무를했습니다. 서문시장 화재를 TV로만 보았는데 회장님 글을 읽어보니 자주 화재가 나는 시장이군요. 시장터가 불이 일어나는 명당인 모양입이다. 김진화
불난 터는 무엇이든지
잘 된다고 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글을 읽으니 마음이푸근해 집니다. 활기띤 서문시장의 모습뿐만 아닙니다. 코로나가 시장경제를 마비 시키고 사람과 사람의 거리도 멀게 하였지요. 무서운 코로나 하루 빨리 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혜원 선생님! 댓글이 더 푸근함을 느낍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우리나라 재래시장을
탐방해보면 情感이
넘치지요.
특히 대구에서는
서문시장,칠성시장,관문시장,
비산시장을 찾을때마다
색다른 묘미를 느끼곤
했지요.
서문시장의
추억을 되살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정수
김 선생님!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년 전에 모습이 그려집니다
끔찍한 코로나의 상황속에서도
이렇게
살아 남음에 감사 하는 마음입니다
항상 건강 챙기시면서 잘지내십시요
글 잘 읽고 갑니다 꾸벅^^~ 김정희
김 선생님! 2년 전 대구가 코로나로
전국의 눈이 다 모였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