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30. 04;30
먼동이 튼다.
이게 무슨 향(香)이지?
아카시아향은 진즉에 사라졌고,
요즘은 정액냄새와 비슷한 밤꽃향이
숲 속을 지배해야 정상이다.
오늘은 묘한 암향(暗香)이 흐르기에
숲길에서 벗어나 유난히 하얗게 빛나는
꽃을 향해 다가간다.
숲 속은 으아리와 찔레나무꽃, 개망초의
하얀 꽃이 지천이다.
그 틈에서 쥐똥나무가 하얀 꽃을 피우고
그윽한 암향을 풍기며 나를 유혹하였던
거다.
이렇게 예쁜 꽃이 '쥐똥나무꽃'이라니,
꽃의 이름이 아름다움을 따라가지
못한다.
< 쥐똥나무꽃 >
자세히 보니 댕강나무와 정향나무꽃을
많이 닮았는데 이름 참 고약하다.
쥐똥같이 생긴 쥐똥나무 중 수놈 남정목
열매는 남성들의 정력을 올리는데 뛰어
나고,
여성에게 성감을 올려주며,
전립선 비대증 개선과 이뇨작용이 뛰어
나다고 한다.
또한 입안이 허물고 입 냄새가 심하고,
잇몸에 출혈이 생기는 구강질환에도
좋으며,
볼거리에 쥐똥나무를 생으로 씹어 붙임
면 좋다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검정알
나무'라고 부른다.
십수 년 전 은퇴 후 처음 자연공부에
입문할 때 읽은 자료에선 쥐똥나무 중
수놈인 남정목(男貞木)은 아무런 효과
가 없고,
암놈인 여정목의 열매만 한약재로 쓰인
다고 했는데 이제는 남정목의 가치도
인정해 주는 모양이다.
문득 "남자한테 참 좋은데~~"라며
산수유 제품 광고에서 너스레를 떨던
천호식품 전 김영식 회장이 생각난다.
그렇다면 쥐똥나무 열매는 밤에 문을
뚫는다는 비수리(야관문 夜貫門),
산수유와 함께 한국판 3대 자연 '비아그
라'인 셈인가.
또한 쥐똥나무는 꿀이 많아 꿀벌에게
소중한 꿀을 내어주는 밀원식물이요,
뿌리 근처의 부드러운 흙은 곤충들이
살기에 적합하고,
매연에 강해 도심의 생울타리로도 많이
심으며 나무가 단단해 도장을 새기거나
회화용 정밀 조각에도 쓰는 유익한
나무이기도 하다.
하긴 쥐똥나무만 이름이 억울할까,
'똥'자가 붙은 방가지똥, 애기똥풀,
노루똥나무, 새똥아재비, 개똥쑥,
'오줌'자가 붙은 노루오줌, 계요등(닭
오줌), 여우오줌풀, 쥐오줌풀, 오줌싸리
(광대싸리),
'불알'자가 붙은 소경불알, 개불알꽃 등
도 억울하긴 마찬가지일 게다.
국립생물자원관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
나라에서 발견된 식물은 총 8,306종이
라고 하는데,
이름을 지은 사람, 즉 명명자에 한국
사람의 이름은 거의 없고,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학자 마키노
도미타로가 발견하여 이름을 붙인
종(種)이 많다고 한다.
이밖에도 스웨덴 출신 Thunb가 691개,
네덜란드 의사이자 식물학자인
Siebold가 660종의 이름을 붙였다.
혐오감과 놀림의 대상이 되는 사람의
이름에 대한 개명은 예전보다 많이
쉬워졌다.
고 현신규 박사가 수십 년 전 국내에서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의 인공
교잡종으로 개발했고,
미국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리기테다
소나무'가 5월 28일 67년 만에 국제적
으로 인정받는 학명을 갖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어왔다.
늦었지만 우리나라의 식물학자들이
노력하여 쥐똥나무와 같은 미천한
이름을 아름다운 이름으로 바꿨으면
좋겠다는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6. 5. 30.
석천 흥만 졸필
카페 게시글
느림의 미학 (석천 흥만)
느림의 미학 987 남자한테 참 좋은데 쥐똥~~!
신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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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3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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