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분부하시던 당신의 음성이 그립습니다.
최고의 선을 향해 가라 하시던 비장한 그 음성이 이 시간 저희의 마음을 다시 움직이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가 남기신 핍박의 길, 고통의 길, 환난의 길, 골고다의 산정을 넘어 역사적인 비운의 길을 가라고 권고하시던 애달픈 당신의 사정이 그립습니다.
아버지! 마음대로 자랐고, 마음대로 살았고, 멋대로 되어 있는 저희들을 모으시사 지극히 높으신 주의 성상을 닮으라고 하옵시는 황공한 은사에 머리를 숙이오니, 긍휼히 여겨 주시옵소서. 본질이나 성품을 다 분석해 보아도 당신 앞에 내어 놓을 아무런 무엇이 없는,
죄악에 가득찬 저희들을 불러 모으시고 한량없는 축복의 은사를 베푸신 당신께 감사드리옵나이다.
다만, 간절히 믿음과 심정 하나만을 요구하시는 아버지의 애달픈 그 사정과 심정을 저희들이 체휼하고 실증하게 해주시옵소서. 아버지! 저희들은 어떠한 사람의 말을 듣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말을 들었고 많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많은 사람을 대하여 보았고 은혜스럽다는 자리도 찾아가 보았지만,
저희 자신과 관계맺지 못한 채 다 지나가 버렸습니다.
은혜는 은혜대로 지나가 버렸고, 사람들은 사람대로 지나가 버려 남은 것은 혼자밖에 없는 역사적인 고아와 같은 저희입니다. 때문에 저희는 새로운 봄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라고 있사옵니다.
아버지께서도 그와 같은 은사를 허락하실 수 있기를 얼마나 고대하고 계시옵나이까?
저희들, 갈급하고 조급한 마음과 직고하는 심정을 갖고 아버지의 성상 앞에 모이는 무리가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버님, 간절히 바라옵고 원하옵나이다. 저희가 무슨 말을 하오리까? 말하기 전에 마음속에 자신도 알 수 없는 사무친 감격이 체휼되게 하여 주시옵고,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하여져서 눈물 흘리며 통곡할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하늘이 움직여 주지 않으면 그런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사옵고,
천만 마디의 말보다도 한 가지 체험이 더 귀한 것을 아옵니다. 이제 부족한 모습들이 아버지 앞에 나왔사오니 어린 아이의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여 주시옵소서. 인간이 배워서 안다 한들 얼마나 알며, 자랑할 무엇을 스스로 갖추었다 한들 천상에 내세울 것이 얼마나 있겠사옵니까?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 있사옵니다. 변명보다는 사실, 사실보다는 심정의 체휼이 저희가 죽은 후에 수거될 것이요, 남아질 것임을 알고 있사오니,
역사적인 주인공이 되어야 할 저희들 위에 친히 현현하여 주시옵소서.
모든 말씀 주의 이름으로 아뢰었사옵나이다. 아멘. (1959. 10.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