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혈관에 좋다더니”… 오락가락 오메가3 효과
美 6개 합동 위원회 가이드라인 발표…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 없어
최근 국내 연구서는 심혈관 질환 사망 위험 줄였다고 보고
소비자 혼동…“심혈관 질환 감지되면 전문의 진료부터”
서울의 한 매장에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박선혜 기자
“혈행 개선에 도움이 된다던 오메가3, 그래서 효과가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그간 혈행개선 영양제로 알려져 있던 ‘오메가3’가 실상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대중들의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기능식품, 보충제에 대한 효능을 맹신하기보단 식품으로 인한 영양소섭취가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 미국임상약학회(ACCP), 미국자문약사협회(ASCP), 미국국립지질협회(NLA), 심혈관질환예방간호협회(PCNA)가 참여한 합동위원회는 ‘만성 관상동맥질환 환자 관리를 위한 임상실무지침위원회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오메가3 보충제가 혈관 질환을 예방하거나 완화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합동 위원회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는 ‘스타틴 치료’를 받는 관상동맥질환자들에게 오메가3를 함유한 건강 보조제를 추가 적용해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줄이는 이로운 작용이 없다고 전했다.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고 권했다.
다만 오메가3 중 아이코사펜트 에틸(EPA)은 관상동맥 질환이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을 20%가량 줄인 것으로 나타나 일부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관련 지침에 대해서도 합동 위원회는 “연구마다 결과가 달라 정확하지 않다”면서 “오메가3 복용보다 당뇨병 치료나 생활방식 개선 등을 먼저 시도하는 게 좋다”고 부연했다.
오메가3는 알파 리놀렌산(ALA), 도코사헥사엔산(DHA), 아이코사펜트 에틸(EPA) 같은 여러 종류의 불포화지방산을 일컫는 말이다. 오메가3는 혈액 응고를 막는 기능이 있고 콜레스테롤 농도를 저하시켜 심혈관계 질환이나 중풍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국내 오메가3 성분 단일제 시장만 해도 1200억원 규모로, 건강기능식품 중에서도 인기가 높다. 병원에서도 중성지방이 높은 이상지질혈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영양제다.
오메가3에 대한 신뢰가 큰 국내 시장에서 미국 합동 위원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소비자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겼다.
김창권(가명·45세) 씨는 “마흔이 되던 때부터 꼬박꼬박 챙겨먹는 영양제였다. 가족력으로 인해 고지혈증, 고혈압이 있는데 주변에서 혈행을 개선해준다고 권유해 복용한 게 5년이 넘었다”며 “이번 발표를 보고 어이가 없었다. 그동안 믿고 사먹은 소비자들은 뭐가 되는 것인가. 건강기능식품도 정부가 효능을 검증하고 부작용이나 미진한 효과에 대해 검토를 할 텐데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주부인 최민경(가명·56세) 씨도 “남편, 아이들 다 챙겨먹었던 영양제인데 갑자기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오니 당황스럽다. 매체나 뉴스에서는 분명 혈행 개선 효과가 좋다고 강조해왔던 제품인데 그 동안 나왔던 연구 결과들은 다 무엇인가”라며 “건강기능식품을 완벽히 믿고 먹은 건 아니었지만 실망이 크다. 돈도 아까운데 다른 건기식도 먹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라며 한숨을 보였다.
오메가3 제품을 먹고 실제 효과를 봤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가이드라인을 그대로 믿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현승범(가명·38세) 씨는 “사실 오메가3의 효과 논란은 예전부터 있지 않았나. 고지혈증 위험이 높아 병원에서 오메가3를 처방해줘 6개월 정도 복용했다. 지금은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물론 식단과 운동을 병행하고 있지만 오메가3 효과도 분명히 있는 것으로 안다. 오메가3 복용을 끊으니 3개월 후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10여년째 효능 ‘있다’·‘없다’ 씨름… “보충제보단 식품 섭취로”
오메가3는 효능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다. 의료계에 따르면 약 10여 년 전부터 국내외 수많은 심장·고혈압·내분비내과 전문가 단체들이 오메가3 효능에 대한 엇갈린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지금까지도 진실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발표된 미국 합동 위원회 가이드라인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인 국내 연구 결과도 있다. 지난달 말 분당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오메가3 투여군이 대조군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14% 감소했으며, 치명적 또는 비치명적 심근경색증 위험 또한 16% 줄었다고 보고했다.
익명을 요구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오메가3 효과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명확히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메가3 자체가 건강에 의미가 없다기보다는 보충제로 섭취했을 때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이라며 “어떤 영양소든 보충제보다 식품으로 먼저 섭취하는 게 몸에 이롭다. 오메가3 섭취는 생선, 들기름 등으로 하고 오메가6 섭취는 가공식품을 피하면서 줄이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상지질혈증이나 심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 오메가3 같은 보충제를 먹기 보다는 먼저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약을 복용하길 당부한다”며 “병원에서 오메가3를 처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근거 없는 치료가 아닌 환자 상황에 맞게 처방된 것으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경기 지역 종합병원의 순환기내과 교수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속 오메가3 함량으로는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를 갖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오메가3의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어디에서 추출됐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일반인이 이를 구분해 구매하기는 어렵다”며 “건강에 좋은 오메가3 지방산은 평소 음식을 통해 충분히 섭취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보충제나 건기식을 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영양제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복용할 것을 추천한다”면서 “금연과 체중 관리,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 위주의 식습관 관리가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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