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색 / 김광욱
어떻게 하면
아름답게 살 수 있을까?
추하지 않은 삶은 어떤 것인가?
스스로에게 질문해 봅니다.
정치의 퇴색
예술의 퇴색
도덕의 퇴색
그보다 가슴 아픈 건 꿈의 퇴색
희망의 퇴색이 아닌가 합니다.
나는 저명한 소설가,
김소월 같은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나는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무명의 소설가
무명의 시인이 되고 말았지만
그 닉네임마저 부끄러워 쓰지 못합니다.
지금 돌이켜보니 그 노력은
허울뿐인 것이었습니다.
남들 기쁠 때 기뻐하고
남들 즐길 때 즐기면서
그 누구를 위해 그 무엇을 위해
속까지 빼어 줄 정도로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진정한 노력이 아니고
사람들이 그저 노력이라고 하는
사전적인 용어를 되씹은 겁니다.
정치도 예술도 도덕도
내 영혼까지 빼어 줄 정도로
사랑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게 실패의 근원입니다.
타락하지 않은 게 퇴색이 아닙니다.
노력이 꿈의 실천은 아닙니다.
가을 낙엽처럼 뚝뚝 떨어지는
내 인생이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서산의 낙조가 검게 물들기 전에
내가 아끼는 것들을
더 많이 사랑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문학까지 포함해서 말입니다.
*음악 : 가을의 노래(안나 게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