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내년 그러니까 2024년 11월이다. 하지만 선거전은 이미 시작됐다. 공화당에서는 전 대통령인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 후보로 유력해지는 모양새이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대통령인 바이든이 다시 링위에 오른다. 대진표가 거의 확정되어 가는 분위기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2020년 미국 대선의 리턴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대선 과정은 매우 길고 험하다. 그래서 돈도 많이 들고 그 과정도 험난하다. 현 바이든 정부에서 대선 시간표 확정이 가까워오자 뭔가 초조한 기색이 묻어 나온다. 공화당 트럼프의 기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불미스러운 일로 기소도 당한 트럼프이지만 전혀 주눅이 드는 상황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자신에 대한 음모이자 치졸한 공작정치라며 더욱 뻔뻔스럽고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그런 모습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교인들 답게 트럼프가 아니라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듯 하다. 지금 바이든 행정부에 놓인 문제가 산더미같다. 제일 먼저 바이든의 나이이다. 올해 2023년에 81살이다. 물론 트럼프도 고령이지만 그보다 4살이 적은 77살이다. 둘다 고령이고 미국민들 사이에서 절반이상이 이들의 나이를 우려하고 대선에 나서지 말것을 언급하지만 그들은 그런 지적을 무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은 상대적으로 어린 트럼프에게 일단 한 수 지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그래서 바이든 캠프는 더욱 강력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 같다.
지금 답보상태인 러시아 우크라 전쟁도 바이든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때는 미국의 군수산업의 호황으로 미소지었던 바이든이지만 이제는 오히려 러시아 우크라 전쟁이 바이든의 앞길을 막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무려 1년 5개월동안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다. 바로 트럼프의 주장과 흡사하다. 트럼프는 자신이 당선되면 하루만에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그럴 가능성도 없지는 않은 것 같다. 트럼프와 러시아 푸틴은 상당히 친한 관계이다. 트럼프의 그 요상한 특유의 협상력을 발휘하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바이든은 강공책을 내놓았다.
바로 강철비라는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우크라에 집속탄과 고속기동 로켓시스템 탄약 등 모두 8억 달러 규모의 신규 군사지원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집속탄은 하나의 폭탄 속에 수백개의 작은 포탄을 갖고 있는 살상무기이다. 어미 폭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면 수백개의 아들 폭탄이 흩뿌려져 광범위한 지역에 폭발을 일으키는 그야말로 대량 살상무기인 셈이다. 공중에서 비처럼 폭탄이 뿌려지는 데 1개만으로 축구장 4개 정도의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이런 대량살상무기가 분쟁지역에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 사상자를 내는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123개국이 집속탄의 금지를 내용으로하는 협약에 서명을 했을 정도이다. 당연히 서방 동맹국들 사이에서 반대의견이 강하게 나오고 있다. 미국이 러시아 우크라 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려고 꺼낸 초강수 카드가 빛이 바래는 상황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 시기를 놓고도 미국과 우크라의 의견차이가 심화되는 상황이다. 우크라 대통령 젤렌스키는 나토 회원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미국 대통령 바이든은 CNN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명확히했다. 젤렌스키는 전쟁이 끝난 뒤 가입으로 물러서긴 했지만 명확한 시간표를 주지 않으면 앞으로 나토 회의에 불참할 수 있다고 압박하고 나섰다.
끝을 모르고 계속되는 미중 갈등도 바이든에게는 결코 호재가 될 수 없다. 물론 트럼프때부터 미중 갈등과 무역전쟁은 시작됐지만 바이든 정부에 들어 더욱 첨예화되면서 국제적으로 피곤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미중갈등이다. 트럼프가 또 언급을 시작했다. 대중 관계도 효율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말이다. 바이든은 초조해졌다. 급히 블링컨 국무장관을 중국으로 급파하고 옐런 재무장관도 파견했다.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미중 양국 경제 관계의 안정을 바라고 있다는 메시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옐런 장관은 미중 사이에는 과제가 있지만 관계를 안정시키고 현안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며 솔직하게 상대를 존중하면서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입장에서는 군사외교적으로 중국을 집요하게 따돌리려하는 미국이 경제적 측면에서만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것에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미 국무장관과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아직 분명하게 알 수는 없지만 큰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판단이다.
미국 국내외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내년 대선이 바이든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아니 지금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바이든은 자신의 치적으로 동맹국들을 미국편으로 대거 끌여들였고 경제 상황도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내세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동맹국들의 표정은 그다지 밝지는 않다. 이런 저런 단서조항과 제약조건을 많이 붙여놨기 때문이다. 동맹국들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너무 미국 우선주의만 내세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동맹국들 사이에 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국내경제 상황도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물론 고용지표 등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된다고 하지만 미국 경제 전체를 놓고 보면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렇다면 바이든 캠프는 앞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까. 미국은 물론 국내적인 문제가 더 큰 선거이슈겠지만 외교적인 측면을 결코 가볍게 볼 수는 없다.미국은 세계 경찰국가라는 인식이 아직도 미국인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적 이슈가 한계를 보일 경우 외교적인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어떤 카드를 꺼내들 것인가. 그것은 오로지 바이든과 그의 참모들이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다지 눈이 확뜨일 그런 획기적인 조치는 찾아내기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조금 더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바이든 캠프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23년 7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