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푸바오 앓이'를 하고 있다.
온몸에 귀여움을 정착한 한국 용인 태생 자이언트 판다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탄성을 내놓게 하는, 국민 귀요미가 되었다.
고기 한점 먹지않는 채식주의자 곰, 온몸이 둥글둥글 하고 눈빛은 순박하고 동작은 엉금엉금, 나무 위에서 잠만 늘어지게 자는
친구가 우릴 왜 이렇게 자지러지게 할까.
혹자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그만큼 '꾸밈없는 콘텐츠'를 보고싶은 갈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쯤해서 잠깐 주목해야 할 것은, 푸바오를 비롯한 자이언트 판다 식구들이 '용인 주민'이라는 점이다.
코로나 터널에서 이제야 겨우 빠져나오려는데, 다시 폭염과 폭우 등의 기상이변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 땅의 사람들에게,
늘 한결같은 표정과 동작으로 영혼까지 힐링을 시켜주는 착한 친구들이 용인경전철에서 내리면 늘 만날 수 있는 곳에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는 점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푸 덕후'들이 푸바오를 '용인 푸씨'라고 재치있게 주민등록을 만들어준 것을 떠올려보라.
이 모든 관심과 사랑이야말로, 용인이 지닌 '감성자산'이 아닐 수 없다.
고마워요. 푸
'귀여움'계에서 이미 슈퍼스타
전국 대부분 지역이 36도를 웃도는 2023년 8월1일 오전 10시쯤.
쏟아지는 떙볕을 가리려 우산을 쓰고, 요즘 용인 출신 슈퍼스타로 떠오른 친구를 만나러 갔다.
얼마 전 쌍둥이 동생이 생긴 그 친구는, 이 찜통 속에서 어찌 지내고 있을까.
용인특례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는 이미 인파가 몰려 주차장 진입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푸바오를 만나러 가는 길은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 최초의 '용인 푸씨(용인 태생)'라 불리는 이 자이언트 판다는 '귀여움'계에서 이미 세계적인 용인르네상스를 일으키고 있는
주역이다.
전국의 어느 지자체에 이보다 더한 초강력 '애교 덩어리'가 있을 수 있을까.
어린이를 넘어 모든 세대를 '푸 앓이'에 빠지게 한 그 주인공과 데이트 가는 길에, 더위가 문제랴.
에버랜드.동물원인 '주토피아'의 판다월드, 캐릭터 등 기념물들이 전시된 공간을 지나자, 대나무밭 안쪽에 시원하게 물이 흐르는
푸바오네 집이 나타났다.
2020년 복덩이가 태어났다
우선 이 가족의 족보부터 살펴보자.
2014년 중국 시진핑 주석이 방한했을 때 , 중국의 멸종위기 동물인 자이언트 판다를 한국에 선물로 입양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2년 뒤인 2016년 에버랜드 개장 40주년 기념으로 판다 부부 두 마리가 한국에 들어왔다.
2012년생 수컷과 2013년생 암컷이었다
암컷 판다는 아이바오(사랑스런 보물), 수컷 판다는 러바오(즐거운 보물)로 이름이 정해졌다.
이 이름은 '에버랜드'에서 따왔다.
에버랜드는 중국어로 '애보낙원 타이바오러위안)'으로 부르는데, 그속에서 애보와 낙보를 뗴어내어 작명 한 것이다.
2020년 7월20일 대사건이 일어났다.
단군 이래 처음으로 한국에서 자이언트 판다가 고고성을 울린 것이다.
4년 만의 아기 탄생, 이 아이가 100일을 맞았을 때 인터넷 투표로 이름을 공모했다.
당선된 이름이 푸바오(복덩이)다.
그런데 그해 코로나가 중국에서 발생해 번지기 시작했다.
푸바오는 태어나자마자, 마스크와 거리두기의 시절을 만났고,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에버랜드는 이 아까운 '복덩이'를 알리기 위해 푸바오의 성장기를 유튜브에 공개한다.
모두가 움츠리고 위태롭던 시절이라 판다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었다.
2023년 들어서야 마스크를 벗은 사람들이, 푸바오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때 지나간 한 영상이 뜨기 시작했다.
푸바오 100일 때 사육사의 다리를 붙잡고 매달리는 '귀욤 판다' 장면이었다.
1500만 뷰를 넘긴 이 영상은 순식간에 푸바붐을 불러 일으킨다.
중국에서도 푸바오는 인기판다 톱3에 든다.
그들은 '재벌집 공주 판다'라고 부른다.
올 여름 쌍둥이 동생이 생겼어요
2023년 7월7일 새벽에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이 태어났다.
이 사건은 다시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다.
테중 120kg 엄마 아이바오가, 겨우 비누 한 개 정도의 무게라는 180g과 140g의 아기들을 낳았다.
엄마 체중의 1000분의 1밖에 안되는 새끼.
곰이라기보다는 생쥐 같은 자식이었다.
전문가는 판다의 임신기간에 그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정란이 착상되면 한 달 만에 새끼를 낳는다.
어미 뺏속에서 자라나는 시간이 짧기에 거의 미숙아로 태어나 석 달 동안 어미가 캥거루처럼 품에 안고 키운다고 한다.
만약 쌍둥이를 낳게 되면 어미는 한 마리는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낳은 두 마리 중에서 한 마리는 엄마 아이바오의 품에 맡기고 다른 한 마리는 인큐베이터에서 사육사들이 돌보고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푸바오에 대한 관심이 더 뜨거워진 것은, 이 판다가 내년엔 중국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였다.
세계의 모든 판다는 중국 소유로 한다는 국제협약이 맺어져 있다.
외국으로 나오는 경우는 '대여' 방식으로 보내진다.
푸바오는 한국에서 출생한 '한국산 판다'이지만 소유권은 중국에 있고, 만 4세로 '어른'이 되면 중국에 돌아가 다른 판다를 만나
짝을 만나야 한다.
이미 정해진 '운명'이지만, 푸바오에 대한 애정이 더욱 각별해진 때인지라 많은 팬들에겐 마른하늘 말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지난 5월 TV의 한 프로그램에서는 강펄원 사육사가 등장해 푸바오의 이별에 관해 말하며 울먹였다.
'푸바오야, 넌 할부지에게 영원한 내 애기판다야.'
러바오와 아이바오는 2031년에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계약을 맺고 있다.
판다는전 세계에 1800마리 정도가 남아있기에 중국은 특별관리를 명분삼아 해외임대만 가능케 해놓았다.
쌍둥이 동생 생긴, '용인태생 판다'...대나무 우걱우걱 널 보는 게 인생피서야
낮잠 삼매경에 빠진 아이바오와 푸바오
용인소식 취재팀이 푸바오를 찾기로 한 것은, 그가 내년에 훌쩍 떠나기 전에 용인 시민들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여운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판다월드의 누적방문객이 1400만을 넘을 정도로 인기절정인 '용인의 귀요미'는, 폭염의 뜨거운 날들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스마트 줄서기' 방식으로 어렵사리 입장하던 관객들과 함께 들어섰을 때, 왼쪽 대나무 숲을 따라 흐르는 시냇물 끝 바위 위에서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는 엄마 아이바오가 보였다.
그리고 왼편의 느티나무(원래 아이바오가 애지중지하던 낮잠 터인지라, '엄마나무'라 부르는 바로 그 나무)엔 푸바오가 낮잠
삼매경이었다.
아빠 러바오, 그리고 신생아 쌍둥이는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았다.
이쯤에서 푸바오의 하루 '생활계획표'를 들여다 봐야 한다.
푸씨는 하루 5차례 수시로 잠을 잔다.
잠을 잔다는 것은 대개 직전에 대나무를 섭취를 했다는 뜻이다.
우리 일행은 오후 1시 반쯤 들어가서 ,10분 뒤 푸바오가 거의 정확히 깨어나 대나무 식사를 하는 장면을 행운처럼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그 앞으로 몰려들어 저마다 바쁘게 사진을 담았다.
이떄에도 엄마 아이바오는 요즘 육아로 몹시 피로하신지 잠에 꼻아떨어져 있었다.
그 덩치가 대나무만 먹고 어찌 살지?
판다가 곰인데 왜 초식동물일까.
신체를 살펴보면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이 있다.
내장기관도 육식동물의 형태와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이 곰은 대나무를 주식으로 하여 하루 종일 맛있게 먹어치운다.
200만 년 전 판다의 조상은 잡식성이었다고 한다.
그 무렵 기후변화 같은 이변이 있었고, 육식 먹거리가 부족해지면서 초식동물로 진화한다.
서식지에서 수비게 만날 수 있었던 것이 대나무였다고 한다.
단백질이 풍부한 죽순과 잎을 섭취하여 에너지원으로 삼았다.
야생판다가 하루 동안 섬취한 칼로리의 절반은 단백질이며 이는 다른 육식동물들의 단백질 섭취량과 비슷하다.
판다의 턱과 치아는 대나무를 으꺠는 데에 최적화되어 있다.
판다는 앞발바닥에 6번째로 짧은 엄지발가락이 하나 붙어있다.
발톱이 갈고리처럼 생겨 대나무를 잡고 뜯기에 편하도록 되어 있다.
이 빨가락을 이용해 판다는 하루 14시간 동안 약 40,KG의 대나무를 채취해 먹는다.
에버랜드는 대나무 공급에만 연간 1억 원 이상을 쓴다고 공개했다.
판다가 체형이 둥글둥글하여 귀여운 것도 이유가 있을까.
오스트리아 동물학자 콘라드 로렌츠는 이를 '베이비 스키마'로 설명한다.
아이처럼 생기면 귀여워진다.
머리가 크고 빰이 퉁퉁하며 이마는 튀어나왔다.
눈은 크고 몸통은 토실토실하다.
많은 포유류는 성체가 되면 '베이비스키마'가 사라지는데, 판다는 100kg이 되어도 여전히 그 모양이다.
'아기의 예쁨'을 장착한 100kg
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덕분에 에버랜드 최고 인기를 누리는 결과를 낳았지만 말이다.
혹시 어릴 때 베이비 스키마가 다른 동물보다 더 강력하게 심어지는 것은 아닐까.
어미의 1000분의 1 크기로 태어나는 아기는 '귀여움'이란 무기가 없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
부모에게 더 예쁘게 보이는 일은 조그마한 판다에게는 필사적인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이 판다에 열광하는까닭은, 예쁜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 그 자체로 진짜 예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 편안함과 친절함이 힐링의 원천이다.
용인에 판다가 산다는 것.
그건 '행복유발자'가 평화롭게 어슬렁 거린다는 뜻이다.
우걱우걱 대나무를 씹는, 더위도 잊게 할 만큼 멋진 '용인 푸씨'.
이 한 장면이 인생피서다. 용인소식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