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띠 사내의 수행법
최형만
제 꼬리를 삼키는 회귀처럼 한 사내가 원을 그리고 있다. 정수리의 빛을 놓지 않는 건 사내의
오랜 수행법. 한 번의 배밀이로 우르르 빛을 토하면 바닥에 획을 긋는 소리 들렸다.
깨문 이빨로 숨죽인 겨울잠마다 뒤틀린 은유가 자라고, 차갑게 건너가는 마디와 마디들. 갈
라진 혀가 깊어질수록 하루를 핥는다는 사내의 필체는 그늘의 서체다.
어쩌다 등짝이 가려운 날엔 그날의 운세도 살폈을 것이다.
서늘한 냉기로 사족을 감추듯 몸을 트는 사내. 수행은 풀어진 저녁과 곧추세운 새벽 사이의 일이다.
그때마다 지팡이를 휘감은 뱀이 약초를 물고 와 죽은 뱀의 입에 올렸다는 신화*가 있어.
사내는 이제 문장 하나를 되씹고 있다. 악착같이 흙내를 끌어안은 자세로 그윽한 잠에 드는 중이다.
직립의 기억도 없이 생각만 남은,
*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로 황도 13궁의 뱀주인자리
ㅡ 월간《모던포엠》2026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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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형만 : 1969년 경남 진해 출생. 2020년 《동리목월》 단편소설, 2024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등단.
제13회 천강문학상 대상, 2020년 동리목월 단편소설 신인상, 제6회 이병주 하동디카시 최우수상 수상.
현재 웹진 《시인광장》 디카시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