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한 방울 없이
새로운 종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탕, 탕 망치로 나비를 만든다
청동을 때려
그 안에 나비를 불러내는 것이다
청동은 꿈틀거리며
더 깊이 청동 속으로 파고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망치는 다만 두드려 깨울 뿐이다
수없는 뼈들이 몸 속에서
수없이 업치락뒤치락한 뒤에야
하나의 생은 완전히 소멸하는 것
청동을 붙들고 있던
청동의 손아귀를 두드려 편다
청동이 되기까지 걸어온
모든 발자국과
청동이 딛고 있는 땅을
무너뜨린다
그러자면 먼저 그 몸 속을
훤히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단단한 저편에 묻힌 심장이
따뜻해질 때까지,
금속의 몸을 벗고 더없이 가벼워져
꽃에 앉을 수 있을 때까지
청동의 뼈마디마디를
곱게 으깨고 들어가야 한다
탕, 탕
짐승처럼 출렁이던
무거운 소리까지
모두 불러내면
사지를 비틀던 차가운 육체에
서서히 온기가 돌고
청동이 떠받치고 있던
청동의 얼굴도 잠잠하게
가라앉는다
그렇게 오랫동안 두드리면
청동은 펼쳐지고
그 깊숙한 데서
바람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금속 안에 퍼지던 맥박이
마침내 심장을 깨우는 것이다
비로소 아 비로소
한줌의 청동도 남아 있지 않은
곳에서 한 올 한 올 핏줄이
새로 몸을 짜는 것이다
그 푸른 청동의 무덤 위에
나비 하나 유연하게
내려앉는 것이다.
첫댓글 시산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