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서울대 통합형 논술이 사교육을 확대하지 않을 것'이란 정운찬 서울대 총장의 장담과 달리, 정작 이 대학 현직 교수와 명예교수, 강사 등 대학 관계자들이 줄줄이 논술 사교육 시장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25일 밝혀졌다.
공무원 신분인 서울대 일부 교수들이 영리를 목적으로 한 논술 학습참고서 발간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위반 논란과 함께 도의적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아울러 사교육 팽창과 맞물린 2008 서울대 입시안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질 전망이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 한다"(제 64조)고 못 박고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영리업무가 아닌 다른 직무를 겸직할 때라도 소속기관장의 사전허가는 반드시 받도록 하고 있다.
|
|
▲ 지난 6월 창간한 논술학습지에는 서울대 교수 등 대학 교수·강사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
|
ⓒ2005 윤근혁 |
| "서울대 교수 등 서울대 팀 4명이 논술학습지 집필"
지난 6월 창간한 대입논술 학습지 '논술의 법칙'을 내는 C사 관계자는 이날 "전체 10명의 집필위원 가운데 서울대 박○○ 정치학 교수와 김○○ 철학과 교수 등 서울대 팀 4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재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도 맡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 회사에서 박 교수님을 직접 찾아뵙고 교재집필을 부탁드렸고, 이미 작성된 교재집필에 대한 대가도 지불한 상태"라고 말했다. 25일 오전 박 교수에게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구실과 핸드폰 전화를 모두 받지 않았다.
이 업체는 지난 6월 새로 '논술의 법칙'이란 논술교재와 첨삭지도 프로그램을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6개월 강의에 베이직, 퍼스널 코스로 나눠 24만원씩 모두 48만원의 수강료를 받고 있었다.
|
|
▲ 대성톱클래스 홍보 전단 내용. |
|
ⓒ2005 윤근혁 |
| 서울대 교수의 논술 교재 집필 개연성은 다른 곳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대성톱클래스 본사 홍보담당자도 22일 기자 신분을 밝힌 상태의 전화통화에서 "서울대 교수님들이 지금도 문제를 직접 출제도 하고 지도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분들에 대해 수고비를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서울대 교수들의 명단이 외부로 누출될 경우 피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참여 교수 숫자와 명단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학원가에 뿌린 광고 전단과 자체 사이트에 올린 홍보 문구에서도 "서울대ㆍ고려대ㆍ연세대ㆍ이화여대 등의 대학 교수들과 강사들이 각 대학의 출제 유형에 맞추어 출제ㆍ지도ㆍ강평하기 때문에 대학별 논술고사 실전 적응 훈련이 가능하다"고 적어 놨다. 온라인 오프라인 수능대비 학습지를 내고 있는 이 업체는 현재 대성학원 자회사다.
이에 대해 성아무개 서울대 기획담당관은 "우리 대학 교수가 사설학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무척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코멘트 하는 것도 어렵다"고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교수 그리고 명예교수와 강사까지 나선 전천후 사교육 잔치
|
|
|
▲ 서울 노량진에 있는 대성학원 입구. |
|
ⓒ2005 윤근혁 | 한편 서울대 국어교육연구소장까지 지낸 이아무개 서울대 명예교수와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구아무개 서울대 명예교수도 사설 업체의 대입논술수험서를 직접 집필하는가 하면, 이 업체의 자문교수까지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지난 6월 창간한 대입논술 월간 학습지 자문교수를 맡은 구아무개 명예교수는 이 잡지 창간호에 쓴 글에서 "새로 창간되는 ○○논술은 수시 합격을 노리는 수험생들에게 확실한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서울대 관계자들의 논술 사교육 사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강아무개 서울대 강사는 '○○논술' 첨삭지도 업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한아무개 서울대 미생물학교실 연구원은 대형 인터넷 논술학원인 '○○edu'에서 강의를 맡는 등 서울대 관계자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논술 관련 사교육에 직접 뛰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회장은 "서울대 교수들이 논술 사교육으로 사익을 챙기면서 본고사형 논술인 통합형 논술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면서 "특목고와 사교육을 많이 받은 학생들에게만 유리한 통합형 논술 확대 조치와 특기자 전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
대입논술 참고서 집필 나선 교수님들 |
|
|
6월 이후에만 3권... 대입 논술시험 대비용 숨기지 않아 |
|
|
|
|
|
▲ 대학교수와 강사들이 낸 책들. |
ⓒ윤근혁 |
| 서울대 2008 대학입시안 논란이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6월 이후 대학교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논술 참고서를 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서점인 알라딘 '참고서' 분류에 6월 1일부터 7월 24일까지 올라온 논술 관련 학습참고서는 모두 15권. 이 가운데 3권의 책이 대학교수와 강사 등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입 논술시험 대비 참고서 시장에서 논술을 직접 출제하는 교수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커지고 있는 실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아무개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같은 학교 이아무개 강사가 6월 30일 펴낸 'Nexus 영어논술 구술'이란 참고서의 감수를 맡았다. 이 책은 표지 글에서 "사회, 인문, 정치 등 각 분야에서 출제 가능성이 높은 35개 소재를 엄선했으며 예상 문항과 답안을 수록했다"고 밝히고 있다.
윤아무개 서울산업대 행정학과 교수도 황아무개 동아일보 논설위원과 함께 '뉴욕타임즈로 논술을 잡아라2'란 논술 참고서를 냈다. 책 표지 글에서 이 책은 "대입 수시, 특목고 시험뿐 아니라, 대기업체 입사 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고급 논술 가이드"라고 적고 있다. 책을 낸 곳은 동아일보사다.
이 밖에도 신아무개 고려대 대학원 강사도 '논술의 법칙'이란 논술 참고서를 최근에 냈다.
한편 지난해 10월엔 대학교수 20명이 함께 쓴 '심층면접 논술 알짜배기'란 책이 나오기도 했다. 서아무개 연세대 교수, 이아무개 국민대 교수, 홍아무개 한양대 교수 등 교수 20여 명의 글이 실려 있다.
이 책 또한 표지 글에서 "최근 시사 이슈를 총망라하여 대입 수시․정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면서 대학입시 전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 윤근혁 기자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