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명절내내 허리 한번 못펴는 부인이 안쓰러웠지만 주변 시선이 두려워 용기를 못냈습니다. 이번엔 설거지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서약했습니다”
주부들에겐 명절이 아닌 고생절. 그동안 팔짱끼고 안방에 앉아있던 남성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1999년부터 대안명절문화 만들기 ‘웃어라 명절’ 캠페인을 하고 있는 한국여성민우회에서는 올 추석을 맞아 ‘남성들이여, 설거지부터 시작하자’는 제목으로 남성실천서약운동(smile.womenlink.or.kr)을 전개하고 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나명찬(46·은행원), 탁양삼(32·공무원), 노경도(28·공무원)씨. 스스로 평범하다고 말하는 20~40대 세 남자의 명절얘기를 들어봤다.
“5남1녀 중 막내로 형수와 누나는 집안일 하고 남자들은 술마시고 화투치는 것이 화목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랐습니다. 대학 때만 해도 가사분담에 대한 생각이 있었는데 막상 결혼하고 보니 잘 안되더라고요. 명절 때마다 입이 부어있는 부인과 고향집에서 어른들 몰래 많이 싸우기도 했죠”
이제껏 10시간에서 많게는 15시간까지 걸려 고향에 내려가서는 낮에는 친척들과, 밤엔 친구들과 술마시는 명절을 보냈다는 탁씨는 이번엔 형들과 상의해 남자들이 돌아가며 설거지만이라도 하려고 굳게 결심하고 있다.
“형제들만 있으면 가능하겠지만 전 솔직히 걱정됩니다. 사촌형제들까지 다 모이는 앞에서 아들이 설거지하겠다고 나서면 어머님 충격이 크실 것 같아요. 우리 아들 다 버렸다고…”
집에선 본인은 물론 아들이 부인이나 딸보다 설거지를 많이 하는 나씨가족. 이런 나씨이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동료들에겐 서명운동을 독려하고 있지만 정작 친한 친구들한텐 왕따당할까봐 얘기도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속내. 대신 나씨는 이제까진 시간 있으면 처가에 들르고 연휴가 짧으면 못가는 식이었지만 이번엔 고향을 하루 늦게 가더라도 처가부터 들르려 한다.
나씨의 말에 두 남자는 “주변을 살펴보면 성역할에 대한 의식도 많이 바뀌었고 가사분담을 하는 친구들도 많지만 평소에 하는 일과 명절은 별개라는 생각이 아직은 대다수”라고 이구동성이다. 이어 이들은 “서약 한번으로 될 일은 아니다”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명절에 모여서 뭘 하느냐는 말에 나씨와 탁씨는 쭈뼛쭈뼛. 노씨만이 “친척들이 모두 지방 각지에 흩어져 있고 원래 격식보다 편하게 지내자는 주의이기 때문에 모두 일을 분담해 명절전에 차례 지내고 명절엔 주로 친척들이 모여 여행을 간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명절이 기다려지는 날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정말 공감합니다. 같이 할 놀이에 익숙하지 못하다보니까 제일 쉬운 술마시기며 화투치기로 보내게 되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텔레비전만 보고…. 지금은 발언권이 약하지만 언젠가 집안 어른이 되면 모두가 기다려지는 이벤트를 만들고 싶어요”(나명찬)
이들은 “올해는 설거지부터 시작하지만 ‘할만하네’라는 생각이 들면 전도 부치고 장도 보는 등 난이도 높은 것들도 할 수 있게 되지 않겠느냐”고 기세좋게 건배했다.
첫댓글 안그래도 뉴스에서 요 내용이 나오고 있었는데... 우리네 집은 아무리 봐도 동서들이 생기면 모를까.. 그럴일이 없을것 같네.. 여간... 우리 러뷰라도 그렇게 해서 행복한 추석을 맞이 했음 좋겠다... 이번이 결혼전의 마지막 추석이 되겠네... ^^
우리집 남자들은 힘든일 다 알아서 하더라구요...시골서 불때고..떡(인절미..그냥 먹으려고 하거든요..)치고..송편 빚고..장 보고..그래도 여자들이 훨 바쁘고 힘들고..그렇죠...다 우리 사촌 시숙들 이야기였슴다...울신랑은 거기서 세차나 하고 있죠...애보거나..
한번에 바뀔 순 없지만 조금씩 바뀌다보면 우리 아들 세대엔 부엌문화 명절 풍속도가 많이 합리적으로 바뀌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