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해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받아 온 인도가 신흥 경제 강국이 될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23년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3조 5,700억 달러로 세계 5위지만 2027년이면 독일과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가 되고, 2037년이면 중국까지 추월하게 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인도 열풍(India hype)’이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어서 오늘은 이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인도의 최근 GDP 성장률은 인도의 경제적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자주 인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GDP 대비 민간 투자 비율은 지난 15년 간 감소 추세에 있고 수출도 거의 늘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노동집약적 상품 수출에서 인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한데 이는 인구가 1억 명인 베트남의 시장 점유율보다 낮은 수치입니다.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충분히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도의 14억 인구 중에서 15세 이상의 생산연령인구는 약 10억 명인데 3억 명 이상이 일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 않으며 여기에 추가로 2억 명 정도가 불완전 고용 상태에 있습니다.
현재의 일자리도 부족한 상황에서 매년 약 1,000만 명의 인도인들이 생산연령인구에 편입되고 있는데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이들 중 대부분은 실업자와 불완전 고용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실업이 만연해 있다 보니 2017년 세계은행이 제시한 빈곤 기준치에 따르면 2011년 인도의 빈곤률은 60%에 달합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자면 인도 국민의 60%가 하루 3.2달러 이하의 생활비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산업화에 성공한 모든 국가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은 대중교육과 양성평등을 위한 노력입니다. 동아시아에서 성공적으로 경제 발전을 이룬 국가들 역시 여아에 대한 초등교육을 조기에 실시하고 이들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도왔습니다.
일본은 1920년대, 대만은 1950년대 중반,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 여아의 초등교육을 보편화했습니다. 여아의 보편적 초등교육은 노동집약적 제조업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직결됩니다. 일본, 대만, 한국은 공통적으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았고 전자 조립, 섬유, 의류, 신발산업 등에서 여성 노동자가 큰 기여를 했습니다.
인도는 최근에야 보편적인 여아 초등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학교를 졸업하더라도 경제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지 않습니다.
양적인 측면에서 차고 넘치는 인도의 노동력이지만 질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심각합니다. 우리는 인도공과대학교(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로 대표되는 인도 대학의 우수성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인도의 우수한 공과대학교의 수용 능력은 극히 제한적이고 대다수의 학생들이 다니는 공립대학은 그 수준이 매우 낮다고 합니다. 인도의 공립대학은 어린 시절부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대학 교육을 받을 준비가 거의 되어 있지 않은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에릭 하누셰크(Eric Hanushek) 교수에 따르면 인도 학생 가운데 약 15%만이 글로벌 경제가 요구하는 읽기와 계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비해 중국 학생들은 85%가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인도의 정치 역시 인도의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정치를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부를 축적하기 위한 사업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로부터 더 나은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인도 유권자들은 현금과 같은 즉각적인 유형의 혜택을 요구하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자리 창출과 공공재에 대한 투자 등과 같은 중/장기적 과제들은 정치권의 관심 밖에 있으며 어떤 정당도 이와 관련한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제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정치가 기능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도덕적 실패 때문입니다. 모두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공공 윤리의 부재는 사회 규범과 정치적 책임 의식의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인도에서는 누구나 자신이 속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피해자가 되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속이려는 경향이 만연해 있습니다.
인도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은 사회 규범의 지속적인 침식과 정치적 책임 의식의 붕괴 때문입니다. 경제는 사회 규범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민주주의 역시 시장이 주도하는 경제 발전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도에서는 경제 발전과 민주주의가 서로를 강화하는 선순환이 아니라 함께 해체되는 악순환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세계 최대의 인구 대국 인도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정상적인 시장 자본주의로 복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산업연구원 명예연구위원, (사)지역산업입지연구원 원장 홍진기 드림
첫댓글 좋은정보 잘보았습니다
건행하십시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