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병원생활 중에 위내시경이나 후두내시경을 받는 분들을 수없이 봐왔는데 식도나 기도에서 털 한가닥 나오는 일이 없었습니다. 개나 고양이 키운다는 분들에게서도 말이죠.
밝은 날 햇빛 들어오는 창가에 떠다니는 먼지를 본 경험이 누구나 있으실 겁니다. 어머 내가 이런 공기를 마신단말이야? 다들 경악하죠. 사람은 개털 뿐 아니라 공기중에 떠다니는 수많은 먼지와 유해성분에 노출된 채 살아갑니다.
하지만 후두가 고장난 분들(기형이거나 수술한 분들), 질병 등으로 인해 기관지의 보호기능이 다 파괴되어버린 분들(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폐암)이 아니면 그런 먼지따위는 몸속에서 다 청소되어 버립니다.
폐렴이나 기관지염처럼 기도가 건강하지 못한 경우에 생기는 기도폐쇄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먼지때문이 아니라 주로 기도내에서 분비되는 가래에 의한 경우가 많습니다.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 즉 천식이나 알레르기성 비염도 개털때문에 심해진다는 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알레르기는 부적절한 면역반응을 통칭하는 말입니다. 즉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쫓아내기 위해서 작동돼야 할 면역반응이 엉뚱한 것에 작동이 되는 것이지요. 면역기능이 형성되는 어린 시절부터 적절하게 노출이 되었다면 "탈감작"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결국은 알레르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게 됩니다. 어렸을 때 강아지와 함께 생활한 사람이 개 알레르기가 적다는 학설의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알레르겐이라는 원인물질입니다. 대부분이 단백질이고, 사람마다 알레르겐이 천차만별입니다. 알레르겐이 되려면 단백질로 분해되어 피 속으로 침투해서 면역세포와 결합해야 합니다. 알레르기 중 음식에 의한 것이 가장 많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알레르기성 호흡기질환 역시 호흡기 점막에 존재하는 면역세포와 결합해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납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개털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중 오염물질, 먼지, 집먼지 진드기가 알레르겐으로서 훨씬 강하게 작용하겠죠.
개털이 해롭다고 개를 키우지 않으면서 집먼지 진드기가 드글거리는 침대에 밤마다 얼굴 파묻고 잔다면 그처럼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또 한 가지, 알레르기성 호흡기 질환을 이미 갖고 계시다면 계절성인지 아닌지를 먼저 확인해 주세요. 만약 여름엔 괜찮은데 봄가을에 심해진다면 강아지 탓이 아닐 가능성 99%입니다. 꽃가루나 잔디씨가루 등에 의한 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