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약용의 哀絶陽(애절양-남편이 성기를 자름을 슬퍼하며)을 읽고 역사를 생각하다.
양주땅 두물머리 서쪽 조안 능내리 정다산 유적지에는 그의 생가터와 기념관 그리고 실학박물관이 있다. 기념관 벽에 붙어 있는 시 한 편을 소개한다.
哀絶陽
蘆田少婦哭聲長 갈밭마을 젊은 아낙, 울음소리도 서러워라
哭向縣門號穹蒼 고을문을 향해 호곡하며 하늘에 울부짖네
夫征不復尙可有 남편이 전장에서 못 돌아옴은 있을 법하지만
自古未聞男絶陽 예로부터 남자가 절양했단 말 못 들었소
舅喪已縞兒未澡 시아버지상복을 갖난애기 아직 배냇물도 마르지 않았건만
三代名簽在軍保 삼대의 이름이 군적에 함께 올랐다네
薄言往愬虎守閽 달려가 호소하려 해도 호랑이 같은 문지기가 버티고
里正泡涍牛去早 이정놈들 호통치며 소마저도 끓어가 버렸다오
磨刀入房血滿席 칼 갈아 들어간 방에 방바닥에 붉은피만 낭자한 채
自恨生兒遭窘厄 남편이 한탄하네 “아들 나아 액 만난 죄를 지워 주었다고.”
시골구석 갈밭마을이 배경이다. 시아버지 상을 치른 지 얼마 되지도 않은 한 젊은 아낙네가 자기 성기를 질라 피투성이가 된 채 가혹하고 부조리한 현실을 한탄하며 몸부림치는 남편을 바라보며 통곡하는 내용이다. 죽은 시아버지는 물론 갖난아기까지 군적에 올려 세금을 거둬 가고, 그 억울함을 호소하려 해도 고을 문은 높아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호랑이보다도 더 무서운 이정(탐관오리) 놈들은 한 마리 소마저도 끓어가 버린 현실에 남편은 물정 모르고 태어나 고난을 겪게 만든 아들에 대해 아비로서의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이에 자식을 나은 자신의 성기를 잘라 항변한다. 힘없는 자로서 택한 극단의 저항 방법이었다. 태어나는 것 자체가 원망스런 세상이다. 아내는 그것을 절망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다산은 다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 그들의 절규가 들려오는 듯 가슴을 후빈다.
황구첨정(黃口簽丁-갖난애도 장정에 올려 군역을 부여함), 백골징포(白骨徵布-죽은 이에게도 세금을 매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탐관오리의 횡포). 이것이 조선 후기 사회였다. 그것을 아내의 눈을 빌려서 풍자적 수법으로 고발함으로써 말 못하고 착취 당하는 서민들의 삶과 당시 시대상을 다산은 이 한 편의 시로써 아주 예리하고 실감나게 고발하고 있다. 몇 줄 시로 세상을 꿰뚫어 내는 다산의 촌철살인의 안목에 소름이 끼친다.
첫댓글 역사교과서에서도 삼정의 문란을 어려운 용어로만 얘기하기 보다는 다산의 시한편 같이 읽어보자 한다면 과한걸까요?? 참여시이자 저항시인인 다산을 다시보게 되는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