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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다 타대오의 집
가장 먼저 우리를 반기는 것은 파스텔톤의 예배당 유다 타대오의 집이었다
뾰족지붕의 부드러운 곡선과 작고 푸른 창문이 여러 개 있는 건축물이 바다와 한몸을 이루고 있었다
예배당 안의 작은 창문 앞에는 귀여운 천사의 조각품과 촛대가 놓여있었다
천사가 앉아있는 작은 창으로 봄볕이 쏟아져 들어와서 내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시몬의 집
유다 타데오의 집에서 오솔길을 따라 800m를 걸어가면 시몬의 집이 나타난다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은 시몬의 집은 문이 없어 시원한 바람이 그대로 관통한다
바다를 향해 열린 공간을 바람과 파도 소리와 넉넉한 바다 풍경이 채워준다
앞뒤가 탁~ 트인 문앞에 놓여있는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노라면 바다와 내가 한몸이 되어버린다
하얀 벽면에는 조개의 모형으로 장식되어 있고, 꽃게의 형상을 한 빨간 조형물이 시선을 끌었다
가롯 유다의 집
시몬의 집에서 대숲길을 통과하고 작은 모래사장을 지나면 가롯유다의 집이 나타난다
이곳은 딴섬이라는 무인도인데 예수를 배신한 유다의 집이 외로이 유배되어 있는 느낌이다
프랑스의 몽셀미셀을 연상시키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뾰족지붕과 붉은 벽돌, 둥근 첨탑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붉은 벽돌을 나선형으로 돌려 쌓은 종탑이 특이하다
가롯유다의 집을 지은 작가는 이곳에서 종을 12번 울리며 지치고 힘든 심사를 하나씩 허공에 날려버리라고 조언한다
작은 야고보의 집
소악도 노둣길의 끝에서 만나는 작은 야고보의 집은 프로방스풍의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소악도 남단의 바닷가에 있으며, 야고보의 집과 구분하기 위해 작은 야고보라고 부른다
건물의 외관은 중세 유럽의 농가처럼 평이해 보이지만 지붕이 굴곡지고 실내는 바루바닥이 꽤 널찍하다
오두막처럼 자그마한 내부로 들어가면 기도처가 있고, 푸른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다
소악도(小岳島)는 섬 사이를 지나는 물소리가 크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증도초등학교 소악분교장
소악도 중앙에 폐교된 증도초등학교 소악분교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시끌벅적했겠지만 적막감이 감도는 교정이 쓸쓸하다
아이들은 떠났지만 교정의 나무와 꽃들은 계절에 어울리는 옷을 입기 위하여 분주하였다
마테오의 집
마태오의 집은 위치도 건물의 모양도 특이하다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둣길 중간에 터를 잡았다
러시아 정교회를 닮은 작품의 돔은 섬에서 많이 재배하는 양파를 형상화 했다고 한다
이곳의 건축물은 예배당이란 이름을 가졌지만 특정 종교인들만을 위한 시설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기도처가 되고, 천주교인들에겐 공소가 되고, 여행자들에게는 쉼터가 될 수 있다
생각을 비워내고 채워넣으려는 누구에게나 열린 나만의 공간이 된다
게스트하우스
바르톨메오의 집과 토마스의 집 사이에 최근에 새로 지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기점.소악도에는 60여 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다
슈퍼나 편의점이 없고, 식당과 숙박시설은 최근에 생긴 마을 식당과 게스트 하우스가 전부다
섬 주민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게스트하우스 2층은 침대가 놓인 남녀 각 8인실(1박 2만원)이고. 아랫층에는 식당이 있다
이곳에서 할머니들이 차리는 8천원짜리 섬밥상을 받았는데 서너 가지의 깔끔한 반찬과 김국이 일품이었다
토마스의 집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단정하게 서 있는 토마스의 집은 새하얀 회벽에 비대칭 창문이 특징이다
정문을 장식한 푸른 안료는 신비감을 더 하기 위해서 모로코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별들이 내려와 박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구슬 바닥과 파란색 문이 인상적이다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이 내 가슴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이 길을 만드는데 신안군이 40억원의 예산을 댔고,국내외 6명의 설치미술 작가가 작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작가들의 쉼터
이곳은 작업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들의 쉼터이자 숙박지로 쓰이던 건물이다
작가들이 떠나간 공간은 잡초가 무성한채 남겨두고 간 물건들만 나뒹글고 있었다
순례길에 있는 12개의 작품 내부는 독특한 분위기와 작은 기도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12사도의 이름과 병행해 건강.생각.그리움.평화.생명.감사.인연.기쁨.소원.칭찬.사랑.지혜란 별칭을 갖고 있다
바르톨로메오의 집
바르톨로메오의 집은 소기점도 호수 위에 그림처럼 떠있는 모양이다
호수 한가운데 섬처럼 떠 있는 예배당은 유일하게 출입할 수 없는 공간으로 지어졌다
물이 찰랑찰랑 한 호수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 눈에는 고단한 날개를 접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한 마리 새로 보인다
스테인레스 구조물과 컬러 유리의 화려한 빛이 저수지에 비쳐져서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아름답다
대기점도 노둣길
섬사람들이 징검다리 만들듯 돌을 던져 만든 노둣길은 기점.소악도의 자랑거리다
썰물 때는 하나의 섬처럼 오갈 수 있지만 밀물 때가 되면 물에 잠겨서 건널 수 없다
노둣길 입구에는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절대로 건너지 말라는 경고문이 세워져 있다
지금은 시멘트로 덮어 차도 오갈 수 있는 도로가 됐지만 수위가 3.8m를 넘기면 길이 사라지는 것은 예전과 같다
필립의 집
노둣길을 건너자마자 만나게 되는 필립의 집은 프랑스 남부 건축 양식으로 지어졌다
인근 바닷가에서 주워온 갯돌로 벽돌 사이를 메우고, 주민이 사용하던 절구통으로 창문을 마감하였다
나무 판자를 물고기 비늘처럼 덧댄 지붕이 유려한 곡선으로 솟아오른 모습이 인상적이다
예배당 안에는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는 나무판이 놓여져 있다
요한의 집
첨성대를 닮은 건물 안팎에 생명.평화를 염원하는 작가의 바람이 타일아트로 채워져 있다
아낙네의 치마차럼 펼쳐진 계단과 염소 조각 작품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로로 길게 열린 바람 창 너머로 소박한 들판과 무덤 하나가 보인다
섬에서 가장 금슬이 좋았던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가 땅을 기증하여 건축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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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보의 집
야고보의 집은 그리스 신전풍으로 지어졌는데 논길을 지나 얕은 숲속에 안기우듯 서 있다
흰색 외벽과 분홍색 문으로 신비스럽게 단장한 집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스 제우스 신전을 닮은 기둥이 지붕 양쪽을 떠받쳐서 안정감을 주고 있다
12사도중 최초로 순교한 야고보는 유해가 스페인 산티아고로 옮겨졌다는 전설로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인공이 된 사람이다
안드레아의 집
안드레아의 집은 병풍도와 연결되는 노둣길이 내려다 보이는 대기점도 마을 입구에 있다
흰 외벽에 짙은 청옥빛의 둥근 지붕, 첨탑에 하얀 고양이 두 마리를 얹은 모양이 독특하다
교회 양식인줄 알았는데 이건 이슬람 양식이라고 한다
섬 주민들의 무사 기원을 담아 건축했다고 하는데 전통과 서구의 양식이 융합된 모양이다
건물 내부에는 정갈한 기도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상처 입은 십자가와 소박한 촛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안드레아의 집은 러시아에서 순교한 사도 안드레아를 기려 러시아 정교회 양식을 따랐다고 한다
섬 주민들이 많이 기르는 양파 모양으로 만들어진 첨탑 위에 고양이 두 마리가 앉아 있다
어느 집에선가 사용하던 돌절구는 반으로 뚝 잘라 종으로 매달았는데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나머지 돌절구의 절반은 그대로 창문이 되었는데 모진 풍파를 헤치며 살아온 섬 사람들의 자화상 같았다
흰색과 청옥빛으로 꾸며진 건물이 이곳 바다의 풍경과 완벽하게 하나를 이루고 있었다
베드로의 집
베드로의 집은 대기점항 방파제에 세워졌다
섬의 모양이 기이한 점처럼 생겼다 하여 기점도(奇點島)란 지명이 붙여졌다고 한다
작은 종탑과 코발트빛 지붕, 그림같은 화장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화장실의 남녀를 나타내는 그림이 예술스러워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윽한 행복이 밀려온다
이런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 배설물에서 향기롭고 예쁜 꽃이 피어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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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점도 선착장 끝에 지어진 베드로의집은 천국으로 가는 들머리 같다
바다 한가운데로 길게 뻗은 제방 끝까지 걸어가노라면 천국으로 가는 느낌이 든다
짙푸른 지붕의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면 천국으로 가는 티켓이 놓여있을 것만 같다
건물 안에는 역시 기도처가 마련되어 있고, 벽에는 섬에서 자생하는 야생초가 그려져 있다
거칠게 마감된 새하얀 벽과 코발트빛 지붕이 그리스 산토리니처럼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그리스 산토리니의 카페 테라스에서 에게해를 바라보며 마시던 미토스맥주 맛이 불현듯 그리워졌다
병풍도(屛風島)
대기점도에서 병풍도까지 국내 최장 975m의 노둣길을 걸어간다
마을 서북쪽의 산이 병풍처럼 보인다 하여 병풍도란 지명을 얻었다고 한다
기점.소악도와 진섬은 어미 섬인 병풍도에 딸린 새끼 섬이다
값싼 중국산 소금에 밀려 폐허로 변해버린 염전이 을씨년스러웠다
섬을 떠나다
병풍도에서 오후 4시 40분에 떠나는 마지막 배를 타고 섬을 나왔다
우리는 하루종일 섬의 이름다운 풍광과 어우러진 12km의 순례길을 걸었다
그 길은 유럽에서나 마주할 법한 외형에 절구통, 맷돌, 고목 등을 가져다 주민들의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뿐만 아니라 고양이와 염소, 양파와 물고기 등의 상징물을 통해 기점.소악도의 정체성을 표현하기도 했다
송공항에 내려서 광어회를 안주 삼아 하산주를 그윽하게 마신 후...다시 마스크를 쓰고 귀향하였다
첫댓글 COVID가 잠잠 해지면 우렁각시 모시고 다녀오겠습니다
지금 가도 괜찮습니다
상황이 좋아지면 사람들이 떼로 몰려올겁니다
물때를 잘 맞추어야 5개의 섬을 모두 돌아볼 수 있어요
노둣길이 물에 잠겨버리면 건너갈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