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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쟁이 계획표(가제) 서동애
지수는 위탁가정에서 사는 이른 여덟 살인 2학년이다. 세 살 때부터 위탁가정에서 자란 지수는 키가 아주 작고 몸도 가냘팠다. 어깨에 멘 책가방은 축 늘어져 늘 종아리를 툭툭 쳤다. 그래서 지수는 신주머니에 책을 담아 다닐 때가 더 많았다. 지수는 똥을 집에서만 싸는 버릇이 있었다. 그 버릇 때문에 수업을 빼먹고 옷에 똥 싸는 일이 정말 많았다. 오늘도 방과 후 활동시간에 똥을 싸러 집으로 뛰다가 그만 옷에 싸고 말았다. “에잇, 또 쌌어!” 점심 급식으로 나온 닭볶음탕이 너무 맛있어 더 가져다 먹었던 게 배탈이 난 모양이다. 물 같은 똥은 어느새 지수 다리 사이로 흘려 운동화에 가득했다. “흑흑.” 학교보다 높은 곳에 있는 집으로 숨차게 오르다 집을 코앞에 두고 일어나 더 짜증이 났다. “냠냠!” 어떻게 알았는지 길 강아지 길순이는 지수 운동화에 든 똥을 핥고 있었다. “저리 가지 못해! 똥강아지야.” 길순이에게 발길질하며 분풀이를 했다. “지수야, 맛있는 걸 두고 가라고! 싫어.” 길순이는 종일 굶다 먹으니 똥 맛이 아니라 꿀맛이었다. 지수 덕분에 배고픈 똥강아지 길순이만 횡재했다. “지수아, 고마워! 다음에도 부탁해. 멍멍.” 길순이는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약 올리지 말고 빨리 사라져! 똥강아지야.” 지수는 길순이가 핥고 있는 운동화를 걷어찼다. 똥을 담은 운동화는 멀리 날지 못하고 다시 지수 앞에 툭! 떨어졌다. 그때 아스팔트 길 위에 떨어진 운동화에서 똥이 팝콘처럼 튀었다. 길순이는 이때다 싶었는지 몸을 재빠르게 날려 똥을 핥기 시작했다. “에잇! 더러워, 저리 비켜, 비키라고!” 그런 길순이를 지수는 사정없이 찼다. “깨갱, 깽!” 걷어차인 길순이가 숨넘어가듯 소리쳤다. 마침 길 가던 사람들이 힐끗거렸다. 지수는 얼른 사람들을 등지고 선 얼굴은 번데기처럼 구겨졌다. 운동화에 코를 박고 냠냠거리는 길순이에게 다시 또 발길질하면서 화풀이를 했다. “그만해! 넌 불쌍한 강아지를 그렇게 때리고 싶니?” 언제 나타났는지 같은 반 은서가 놀려보며 말했다. “참견 말고 가던 길이나 가라.” 너무 창피하여 은서에게 더 거칠게 말했다. “길에서 똥 싼 주제에 큰 소리는. 어휴, 똥냄새!” 코를 쥔 은서는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남이 사!” 지수는 은서 가까이 다가서며 말했다. “에잇! 똥 냄새나 저리 가!” 은서는 코를 잽싸게 쥐고 뒷걸음질을 쳤다. 그 사이 길순이는 지수 운동화에 든 똥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그리고 입맛을 다시며 지수 바지를 노렸다. “길순이가 운동화를 깨끗이 닦아 놓았네. 길순이에게 바지도 벗어 주지그래.” 은서는 혀를 쑥 빼고 뱀처럼 날름거렸다. “뭐라고! 바지를 벗어! 너 변태야?” 지수가 씩씩거리며 은서를 쏘아봤다. “똥쟁이가 나보고 변태래. 히히.” 은서는 대놓고 똥쟁이라고 놀렸다. 그사이 지수를 향해 슬금슬금 걸어오는 길순이를 째려보았다. 지수는 눈에서 네이저를 발사하며 길순이를 쏘았다. “그러다 눈알 빠지겠다. 어, 벌써 학원 갈 시간이다. 내일 학교에서 보자, 똥쟁이!” 은서는 손목에 찬 시계를 보더니 지수를 놀리듯이 손을 흔들고 갔다. 지수는 은서가 사라질 때까지 전봇대를 기대고 움직이지 못했다. 왕왕거리며 지수가 싼 똥을 먹으며 좋아하던 길순이는 엉거주춤한 서서 똥을 싸고 있었다. “야, 똥강아지야, 거기다 싸면 어떡해!” 지수는 코를 쥐고 말했다. “흥,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라네.” 길순이가 낑낑대며 말했다. “뭐라고! 네가 개라고?” 지수는 목에 핏대를 세우고 물었다. “너랑 나랑 다를 게 뭐야. 너도 맨날 길에서 똥 싸잖아.” 길순이는 비아냥거렸다. “빨리 꺼져, 똥강아지야.” 지수는 길순이를 향해 주먹 쥔 손을 치켜들었다. 길순이는 똥 덩어리 서너 개를 담 밑에 남기고 어스렁거리며 골목안으로 사라졌다. 지수는 길순이가 핥다 둔 운동화를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지난해 입학 선물로 일본에서 엄마가 보내준 티라노사우루스 공룡 운동화는 더는 멋지지 않았다. 신발장에 넣어두고 특별한 날에만 신던 운동화를 오늘따라 왜 신었는지 모르겠다. ‘저걸, 집까지 어떻게 가져가지.’ 지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마침 대문 옆에 세워 둔 쓰레기봉투에 검정 비닐봉지가 보였다. 검은 비닐봉지에 입으로 바람을 훅 불어 넣자 입구가 벌어지자 손이 닿지 않아도 운동화를 검은 비닐봉지에 넣기에 성공했다. “후유, 다행이다.” 지수는 무슨 큰일이나 한 것처럼 한숨을 쉬었다. 운동화가 든 검은 비닐봉지를 오른손 집게 끝에 걸쳤다. 그리고 어기적거리며 걸음을 옮기자 바지 속에 있던 똥 찌꺼기가 떨어졌다. ‘뭐야, 길순이 자식! 먹으려면 제대로 핥아 먹든가.’ 지수는 주위를 살피고 담 밑에서 제자리 뜀뛰기를 했다. 그러자 바지 안쪽에 남아있던 똥 찌꺼기가 떨어져 나왔다. ‘길순이 자식이 얼른 먹어야 할텐데. 역시 나는 머리가 좋아.’ 다리를 타고 흘려서인 곁 바지는 별로 표가 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집 현관문을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밀었다. 그때 뒤에서 지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김지수!” 촉새 소원이 형이었다. 지수는 후닥닥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안에서 문을 잠가버렸다. 그것도 못 미더워서 보조키까지 걸었다. “김지수, 빨리 문 열어!” 쾅, 쾅 문을 두드리며 소리를 질렀다. 지수는 옷장 서랍에서 팬티와 내복을 챙겨서 욕실로 뛰었다. ‘어, 추워! ’ 봄이라지만 아직 찬물로 씻기는 추웠지만, 보일러를 켤 시간이 없었다. 급하게 씻고 나오자 보조키를 걸어 놓아서 들어오지 못한 소원이 형은 지수를 애타게 불렀다. “김 지수, 급해 빨리 문 안 열면, 옷에 오줌 싸버린다!” “열어, 열면 되잖아.” 지수가 문을 열자마자 소원이 형은 가방을 멘 채 화장실로 직행했다. “아악! 이게 뭐야?” 소리를 지르며 소원이 형이 코를 거머쥐고 화장실에서 뛰쳐나왔다. 지수는 얼른 옷장 속으로 청소기에 먼지가 빨려들어 가듯이 들어가 안에서 문을 꼭 붙잡았다. “야, 똥쟁아. 빨리 화장실 치워!” 옷장 문을 발로 툭툭 치며 소원이 형이 말했다. 지수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있었다. “에잇, 엄마는 어쩌자고 저걸 데리고 있나 몰라.” 소원이 형은 엄마를 원망하며 투덜거렸다. ‘피, 그 말이 왜 안나오나 했다.’ 지수는 옷장 안에서 혼잣말을 했다. 소원이 형은 언제나 지수에게 화가 나면 하는 말이었다. “옷장 문 부숴버리기 전에 나와라. 이 똥쟁아!” “자꾸 똥 쟁이라고 부를래? 누가 싸고 싶어서 싼 줄 알아.” 소원이 형의 반협박에 지수는 문을 삐죽 열고 말했다. “어쭈, 똥쟁이를 똥쟁이라고 하지, 똥장군으로 할까? 히히.” 소원이 형은 지수에게 알밤을 한 방 먹이고 방을 나가면 말했다. “학원 다녀올 때가 까지 깨끗하게 치워! 그렇지 않으면 소문 낼거 야.” 지수는 소원이 형이 나가자마자 옷장에서 나왔다. ‘후유, 답답해 죽은 줄 알았네. 치! 이른다면 무서워한 줄 알고.’ 지수는 바지를 꿰차고 화장실로 갔다. “웩!” 급한 마음에 보지 못했던 화장실 바닥에는 닭볶음탕에 들었던 당근, 감자와 닭고기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웩웩!” 지수는 미처 변기 뚜껑을 열지 못하고 변기 뚜껑 위에 토하고 말았다. ‘이번에는 변기 뚜껑까지, 오늘은 정말 재수 없네!’ 지수는 수건으로 입과 코를 감싸며 구시렁거렸다. 샤워기를 틀어서 화장실 바닥을 물로 씻어내렸다. 하수구에 걸린 당글과 감자, 닭고기찌꺼기는 고무장갑으로 집어서 변기어 넣고 물을 내렸다. ‘이만하면 큰엄마가 모르겠지. 소원이 형만 입을 다물어준다며.’ 지수는 이불 속으로 파고들자마자 스멀스멀 잠에 침입당한 듯이 잠나라로 빠졌다. “야, 똥쟁이 숨을 쉴 수가 없잖아. 빨리 씻어 줘.” “넌 누군데, 뭘 씻어 달라고 한 거니?” “시치미떼기는, 내가 누군지 몰라? 똥 묻은 너 운동화잖아!” 지수는 깜짝 놀라 눈을 뜨자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엄마야! 뭐? 내 운동화라고?” 지수는 얼굴을 감싸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고 목 안에서만 뱅뱅 돌았다. “그래, 똥통 운동화. 너만 몸만 씻으면 다야? 숨 막혀 죽겠다고!” 지수는 아차 싶었다. 그때야 검정 비닐봉지에 넣어 둔 운동화가 생각났다. “네가 멀리 일본에서 너 똥이나 담으려고 온 줄 알아?. ”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은 지수 얼굴에 혀를 날름거리며 말했다. “뭐, 일본?” “엄마가 사준 운동화란 것 잊었어? 넌 머리도 똥통이구나.” 지수는 운동화를 보내 준 엄마 얼굴이 스쳤다. “그럼 너도 우리 엄마를 알아? 제발 우리 엄마에겐 비밀이다.” 지수는 손바닥을 싹싹 비볐다. “그럼 지금 당장 씻어 줘!” “아, 알았어. 근데 지금은 너무 추워서 조금 있다가 씻어줄게.” “안돼! 넌 엄마가 힘들게 사준 것 모르지? 늘 똥만 싸는 똥쟁이가 알 리 없지.”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 말했다. “뭐? 우리 엄마가 힘들게 산다고?” 지수가 놀라서 물었다. 지수가 엄마를 못 만난 지 삼 년이 넘었다. 가끔 큰 엄마 스마트 폰으로 화상 통화를 하면서 얼굴을 본 게 다였다. 통화할 때마다 엄마는 지수를 곧 만나러 온다고 했다. 하지만 엄마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지수는 지금 사는 집에는 네 살 때 왔다. 그때 지수는 또래보다 아주 어렸으며 변기에 앉혀놓기만 해도 서럽고 슬프게 울기만 했다. “내가 그때 제대로 버릇을 들려서야 했는데. 어린 게 엄마와 떨어져 사는 게 불쌍해서 그랬더니 다 내 잘못이다.” 지수가 똥을 못 가리고 옷에 쌀 때마다 큰엄마는 자신을 탓했다. 지수의 배변 버릇도 엄마와 떨어져 살아서 생긴 버릇이라고 큰엄마가 알려주었다. 그래서 지수는 똥이 마려울까 봐,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 어쩌면 지수가 키가 크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지수는 따뜻한 이불 속에 있고 계속 있고 싶었지만,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 한 말이 맴돌아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났다. 현관에 던져 놓은 검은 비닐봉지를 검지 끝에 걸치고 목욕탕 바닥에 휙 던졌다. 주방에서 큰엄마가 설거지할 때 쓴 빨간 고무장갑을 찾아서 끼었다. 하지만 어른 손에 맞추어 만들어진 장갑은 지수에게는 오히려 불편했다. 비닐봉지에서 운동화를 꺼냈다. “어휴! 구린내, 내 똥이지만 정말 지독하다.” 지수는 얼른 코를 움켜쥐었다. 다른때보다 더 심한 구린내는 콧속을 지나서 뱃속까지 전달하여 온몸에서 나는 듯했다. 고무장갑에 다섯 손가락을 맞추어 넣어보려고 했지만, 더 불편하여 아예 벗어버렸다. ‘우리 손에 맞은 고무장갑은 왜 없을까. 나중에 내가 꼭 만들어야지.’ 지수는 목욕탕 샤워기를 틀어서 온동화에 묻은 똥을 씻어내고, 큰엄마가 하듯이 솔에 비누를 묻혀서 박박 문질렀다. 다 씻은 운동화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더니 여전히 구린내가 났다. 다시 대야에 물을 담아서 또 씻었다. 지수는 젖은 운동화 속에 화장지를 한 움큼씩 운동화에 넣은 뒤 방문 뒤쪽에 세웠다. ‘여기 두면 큰 엄마도 모르겠지.’ 지수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잠 속으로 빠졌다. “김지수, 씻으려면 제대로 씻어주지. 그래도 고맙다.” 티라노사우루스 공룡이 말했다. “너를 씻느라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지수는 달콤한 잠을 깨운 운동화가 얄미워 소리를 꽤! 질렀다. “똥은 네가 싸고 화를 내다니 웃겨. 똥쟁이!” “계속 똥쟁이라고 부르면 날마다 운동화에 싸 버릴 거야!” 지수는 계속 똥쟁이라는 말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럼 누가 겁낼 줄 알고, 똥, 똥쟁아. 듣기 싫으면 똥을 싸지 마!” 운동화에게 마저 똥쟁이라고 들은 지수는 머리끝까지 약이 올랐다. 지수는 얼른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똥을 잘 싸는 계획표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 한 번 시간 맞추어 똥 싸기, 음식 가리지 않기, 일어나서 바로 화장실 가기 등을 계획표에 적었다. ‘김지수, 잘할 수 있지. 아자아자!’ 지수는 큰소리로 다짐하며 잘 보이는 책상머리에 붙였다. 다음 날 아침을 먹고 있을 때 소원이 형이 싱글거리며 지수 옆에 빠짝 붙어 앉았다. “똥쟁이, 똥 싸는 계획표만 만들면 뭐하니. 히히.” 소원이 형은 히죽거리며 놀렸다. “남이야. 형이 웬 참견.” 지수는 비엔나소시지를 포크로 쿡 찍으며 말했다. “계획표엔 제일 중요한 걸 빼놓고. 뭘 하겠다는 거야.” “중요한 걸 빼먹었다고?” 지수는 소원이 형이 말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넌 역시 머리에도 똥이 가득한가 봐.” 지수가 좋아하는 비엔나소시지를 숟가락으로 퍼먹으며 말했다. “내 소시지 다 먹으려고 놀린 거지? 큰 엄마한테 다 이를 거야. 으앙!” 지수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형은 마지막 남은 소시지를 후다닥 입에 넣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수는 숟가락을 든 채 책상머리로 다가가 계획표를 몇 번이고 읽었지만, 형이 말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수는 신주머니를 들고 집을 나섰다. 어제 만났던 똥갈아지 길순이가 똥을 싸고 있었다. “야, 똥강아지, 넌 오늘도 그 자리냐?” 지수가 놀렸다. “그러는 너도 똥을 아무 데서나 못 싸잖아. 낑낑.” 힘을 쓰던 길순이가 대꾸했다. “그거야, 내 맘이다. 왜?” “나도 내 맘이야. 어이, 똥쟁이 가던 길이나 가라. 아 참, 오늘은 어디서 쌀 거야?” 지수는 똥쟁이라고 놀리는 길순이를 냅다 걷어찼다. “깨갱, 깽. 에고, 길순이 죽네.” “히히.” 지수는 똥을 싸다 나동그라진 길순이가 쫓아 올까 봐 줄행랑을 쳤다. 며칠 후, 지수는 첫째 수업시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뒤가 마려웠다. 항문을 쪼이며 참아보려 했지만, 똥이 금방 나올 것 같아 몸을 비비 꼬았다. 지수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선생님, 지수가 똥 마려운가 봐요.” 마침 지수 뒷자리에 앉은 은수가 선생님을 불렀다. “은수, 너!” 지수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반 아이들이 눈이 모두 지수에게로 쏠렸다. “빨리 집으로 뛰어야지.” “기저귀차고 다녀라.” “똥강아지 길순이 불러줄까? 히히.” 아이들과 은수가 한마디씩 하면서 지수를 놀렸다. 지수는 대꾸할 시간도 없이 후다닥 학교 화장실로 달렸다. 변기에 걸쳐 앉자마자 똥이 거침없이 밀고 나왔다. ‘어, 어떻게 된 거야, 집이 아닌 학교 화장실에서 똥이 나오다니.’ 지수는 믿기지 않는지 볼을 꼬집었다. “아야!” 볼이 아픈 걸 보니 꿈은 아니었다. 그때 번개처럼 소원이 형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김지수, 정말 중요한 것 알려주면 너는 뭘 줄 거야?” 형이 물었다. “큰 엄마가 치킨 사주면 닭 다리 두 개가 형 다 먹어.” 한 달에 한 번 큰엄마가 치킨을 사주었다. 그때마다 형과 나는 닭 다리를 하나씩 나누어 먹었다. 소원이 형은 그걸 달라고 했다. “좋아, 학교에서 똥 싸기.” “뭐, 그게 왜 중요해. 별것도 아닌데…… 닭다리 혼자 다 먹으려고 한 거잖아?” 지수 소리를 질렀다. “나는 분명히 알려줬다. 학교에서 똥. 싸. 기.” 소원이 형은 놀리듯이 말했다. 그런데 소원이 형 말처럼 되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똥 싸기 계획표 써넣었는데 그게 이루어진다니 놀라웠다. “아하! 바로 이것, 학교에서 똥 싸기!” 지수는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금방 교실로 돌아온 지수를 보자 선생님과 아이들이 놀라운 얼굴로 쳐다봤다. “지수야, 집에서 똥 싸고 온 거야?” 자리에 앉자 은수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아니.” 지수가 짧게 대답했다. “근데 왜 빨리 와. 어제처럼 또 길에서…….” 은수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지수가 눈총을 쏘며 말했다. “입 좀 다물어라. 미세먼지 들어가겠다.” “맞다, 오늘 미세먼지 정말 많지.” 은수는 얼른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궁금한 얼굴이었다. 지수는 집까지 가지 않고 학교에서 똥을 싸다는 게 영 믿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종일 기분이 좋았다. 다른 날보다 선생님 말씀도 귀에 쏙쏙 잘 들어왔다. 지수는 늘 지루에 하던 방과 후 수업을 마치고 부리나케 집을 향하여 언덕배기를 올랐다. 현관문에 열쇠를 꽂고 막 문을 열려고 하자 딸깍! 소리로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큰 엄마!” 이 시간에 집에 있는 큰 엄마를 보자 지수가 놀랐다. “지수 왔구나. 오늘은 똥 마렵지 않았어?” 큰 엄마가 물었다. “기쁜 소식 있어요. 뭘까요?” 지수가 코를 훌쩍이며 말했다. “기쁜 소식이 뭘까요? 아직 콧물이 나오는구나.” 지수 어깨에서 책가방을 받아 든 큰 엄마가 지수 말을 그대로 흉내 내었다. “큰 엄마가 알아맞혀 보세요.” 지수가 장난기가 발동했다. 처음 지수가 위탁가정인 큰 엄마에게 왔을 때였다. 큰 엄마는 엄마라고 부르라고 했지만 지수는 자기 엄마는 따로 있어서 부르기 싫다고 했다. “지수야, 엄마라고 해봐.” “우리 엄마 아니야. 싫어!” 지수는 완강했다. 무엇보다 소원이 형도 엄마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아줌마라고 하다가 조금 자란 뒤에는 큰 엄마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위탁가정에서는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입양을 하거나 다른 시설로 보냈다. 지수도 몇 번이나 그런 기회가 있었지만, 일본에 있는 엄마의 간곡한 부탁과 함께 낯가림이 심한 지수를 큰 엄마는 보내지 못했다. “지수야, 일본 엄마에게 기쁜 소식 왔어?” 큰 엄마가 물었다. “학교에서 똥을 쌌어.” “왜, 집으로 달려오지 그랬어? 어디 봐 옷에 싼 거야?” 큰 엄마는 말을 하면서 이미 지수 바지를 살피고 있었다. “그게 아니고 학교 화장실에서 똥을 잘 쌌다고! 헤헤.” 지수가 헤헤거리면 말하자 큰 엄마는 얼른 지수를 당겨서 안았다. “우리 지수가 큰일했구나. 정말 기쁜 소식이다. 이제 걱정 끝 행복 시작!” 큰 엄마가 손을 세우자 지수도 손을 세우고 하이파이브를 했다. 이갈이하느라 듬성듬성 빠진 입을 헤헤거리면 웃는 지수 얼굴에 함박웃음 꽃이 활짝 피었다. “그게 다 내 덕분 인줄 알지? 약속 지켜라.” 언제 왔는지 소원이 형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뭐가 네 덕이라고 하는 거야. 약속은 또 뭐냐?” 큰엄마가 지수와 형을 반가라 보면서 물었다. “큰 엄마, 그런 게 있어요.” “맞아, 엄마는 몰라도 돼요. 엄마, 이제부터 똥 빨래에서 해방이네요. 축하합니다.” 소원이 형은 큰 엄마를 놀리듯이 말했다. “그래 몇 년 만에 똥 빨래에서 해방되었구나.” “형아, 똥 계획표를 진즉 만들었으며 큰 엄마가 해방이 빨리 되셨을걸. 죄송해요.” 지수는 큰엄마 등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며칠 전 온동화도 큰 엄마 생각해서 닦았니? 우리 지수가 있어서 큰 엄마는 정말 좋아." "그럼, 다시 똥 쟁이 될까? 헤헤." 큰엄마는 대답 대신 뒤돌아 지수를 꼭 가슴에 품었다. (200/ 55매) ~ 장편으로 엮으려고 합니다. 잘 살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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