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너 [탄호이저]
배경 1842년 바그너는 바르트부르크의 옛 성에 관한 중세의 전설을 가극화하려고 생각하였다. 이에 대한 첫 계획은 같은 해 5월 파리에서 독일로 돌아온 그가 『리엔찌』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의 상연될 기회를 찾고 있을 때에 거의 완성되어 있었다.
그 전설이란 고대의 신들은 결코 죽은 것이 아니라, 땅속의 유명계(幽明界)에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랑의 여신 비너스는 베누스베르크의 산기슭 바르트부르크에 궁전을 가지고 있는데 사람의 혼을 먹으며 환락의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바그너의 시혼(時魂)이 전설에 의해 환상의 날개를 폈다고 할까 그의 상상력은 마침내 이 비너스에 비할만한 낭만적인 독일의 미네젱거(Minnesanger)를 생각하였다(이 미네젱거는 1150∼1350년경에 걸쳐 독일에서 성행한 음유시인이다. 그들은 이상화(理想化)한 연애와 아름다운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노래하면서 여러 나라를 방랑하였다). 그리고 튜링겐의 영주 바르트부르크의 성안에서는 노래의 경연이 성행하였다.
이 오페라에 나오는 탄호이저와 볼프람은 실제의 인물이다. 바그너의 이상두개의 전설과 사실들을 섞어 인간성에서 볼 수 있는 저속한 면과 높은 면과의 투쟁을 상징한 이야기를 창안하였다. 그는 여기서 종교적인 전설에 대한 자유의 욕구를 표현했으며, 탄호이저와 비너스의 사랑은 옛 사회의 대변자로서 로마 법왕의 억압에 대한 반역이며, 엘리자베트는 법왕이 주재하는 교회의 반항으로서 과감하게 자기의 사상을 관철하였다.
줄거리
기사이며 미네젱거이었던 탄호이저는 비너스의 복마전 베누스베르크에 있으면서 주야를 분별할 것 없이 정욕의 손길로 향락에 빠져 있다. 얼마 안되어 이 향락의 생활에 권태를 느끼게 된 그는 지상을 동경하게 되었다.
비너스는 자기의 마력(魔力)이 그 효능을 잃은데 대해 탄호이저를 위협하는데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듣자 홀연히 사라지고 탄호이저는 바르트부르크성 가까운 골짜기에 혼자 있게 된다.
그는 튜링겐의 영주 헤르만에게 발각되어 미네젱거 등이 하는 노래의 경연 대회에 참가하여 별로 생각없이 정욕의 쾌락을 즉흥적으로 불렀다. 그러나 그 노래가 영주의 기분을 거슬려 죽게 된 것을 애인 엘리자베트의 간곡한 애원으로 죽음은 면한다.
그리하여 신의 죄사함을 받기 위한 순례자의 무리에 끼여 로마를 향해 속죄의 길을 떠난다. 1년을 지나 돌아온 그는 법왕의 거룩한 지팡이에 푸른 잎이 나지 않는 한 자기의 죄를 속죄할 수 없다고 볼프람에게 이야기한다.
그때 지난밤에 세상을 떠난 엘리자베트의 장례가 가까워진다. 탄호이저는 절망한 나머지 그녀의 관 앞에 넘어져 죽는다. 그 무렵에 제2의 순례자들이 도착하여 푸른 잎이 난 거룩한 지팡이를 공손히 바치려고 온다.
서곡 Andante maestoso, E장조, ¾박자
대단히 유명한 이 서곡은 이 오페라 전체의 이야기를 압축하여 담고 있다. 세도막 형식은 이 곡의 처음과 끝은 경건한 순례자들의 합창이며, 중간은 관능적인 베누스베르크의 세계가 펼쳐진다. 바그너는 이 『탄호이저』의 스코어를 후에 자신이 몇 군대를 수정하였는데, 1861년 파리에서 상연할 때는 제1막 처음에 발레를 넣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서곡은 드레스덴의 것과, 16년을 지난 파리판이 있는데 이것은 조금씩 다르다.
제1막 비너스의 동굴
커다란 동굴 안에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요염한 모습으로 비스듬히 누워 있으며, 그 앞에는 하프를 든 탄호이저가 그녀의 무릎에 기대어 누워 있다. 동굴 속은 온통 장미 빛으로 감싸여 있어 야릇한 기분을 자아낸다. 호수에서는 여신들이 목욕을 하고, 그 옆에서는 사랑의 동신(童神) 아모레트와 시레네 등이 쉬고 있다. 님프와 여신들이 춤을 추어 동굴 안의 기묘한 기분을 고조시킨다. 여신들이 합창 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춤은 계속된다.
이때 꿈에서 깨어난 듯한 탄호이저는 이 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세상에 돌아가려고 하지만, 비너스는 「저주의 노래」를 부르며 한번 떠난 후에는 다시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러한 비너스의 유혹을 물리치려고 성모 마리아의 이름을 부르자, 갑자기 비너스를 비롯한 모든 것이 안개같이 사라지며 장면은 바르트부르크의 아름다운 계곡으로 바뀐다.
앞의 비너스의 동굴과는 모든 것이 대조적으로, 봄의 밝고 신선한 분위기이다. 저편 높은 언덕에는 젊은 양치기가 피리를 불고 있는데 사이사이에 순례자들의 노래 소리가 들린다. 여기에 서있던 탄호이저는 자기의 죄를 뉘우치며 기도를 드린다. 이때 영주 헤르만과 그의 기사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탄호이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을 기뻐하는데 그 중에서도 볼프람은 그들의 동지가 되어 주기를 부탁하는 「Ge-gruβt sei uns」를 부른다. 탄호이저는 이를 처음에는 거절하나 엘리자베트의 이야기를 하자 그는 마침내 따뜻한 구원을 바라는 마음으로 변하여 「그녀의 품안으로!」라고 노래하며 영주를 따라간다.
제2막 바르트부르크의 성 안
환희에 찬 서곡이 연주된 후 노래 경연대회 준비가 완료된다. 무대는 노래를 할 수 있는 넓은 방이다. 엘리자베트가 등장하여 그 유명한 「노래의 전당(Dich, teure halle)」이라는 아리아를 부른다. 그녀는 탄호이저가 실종된 이래 나타나지 않던 이 전당에 들어와 오늘 그가 다시 노래 경연에 참가한 기쁨을 노래하는 것이다.
탄호이저는 볼프람의 안내로 들어와 엘리자베트의 발 밑에 무릎을 꿇는다. 엘리자베트의 순결한 마음에는 탄호이저의 부재중에 있었던 불명예스런 행동을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엘리자베트가 그에게 지금까지 어디 있었느냐는 물음에 그는 지나간 꿈을 회상하는 듯 하다가 그저 먼 곳에 있었다고 대답한다. 그들이 새 생활에 대한 기쁨의 2중창을 부를 때 전부터 엘리자베트를 연모해 오던 볼프람은 단념하는 노래를 부른다. 탄호이저는 볼프람과 함께 다시 그 자리를 떠나고 영주가 나타난다.
엘리자베트의 백부인 영주가 나와 노래 경연대회 개막을 선포하자, 가수들과 귀부인들이 입장하는데 트럼펫이 높다랗게 울리는 그 유명한 「축전 행진곡(Fest march)」이 연주된다. 여기에 높고 아름다운 기사적인 테마는 처음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다가 합창으로 변한다.
영주가 일어나 노래의 제목「사랑의 힘」을 발표하고 탄호이저가 승리하면 엘리자베트를 그에게 줄 것을 암시한다. 일동은 합창으로써 영주만세를 부르는데 이제부터 노래 경연이 시작된다.
먼저 볼프람은 군중들은 진정시키고 「이 고귀한 모임을 돌아보면…(Blick ich umher in diesem edlen kreise…)」에서 시작하여 정숙하고 순결한 사랑의 이상을 남자답게 노래한다. 그러나 탄호이저는 그것으로 동경하는 점이 부족하다며 「환락의 샘을 나는 마셔 버린다」를 노래한다.
발터·폰데르·포겔바이데가 볼프람을 칭찬하고 노래를 부르자, 흥분한 탄호이저는 다시 사랑의 환락을 노래한다. 따라서 청중들은 술렁대고 격분한 늙은 기사 비테롤프는 검을 빼어 탄호이저와 싸우려 했으나 만류된다.
볼프람은 사람들을 진정시키려고 아름다운 노래 「Dir hohe liebe tome」를 부른다. 탄호이저는 드디어 비너스를 찬미하는 노래를 하여 베누스베르크에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폭로하고 만다. 이때 숙녀들은 공포에 질려 도망가고, 기사들은 칼을 뽑아 죄인인 탄호이저를 죽이려 하는데 엘리자베트는 간곡하게 탄호이저의 목숨을 애걸한다. 겸하여 속죄를 시켜 경건한 인간으로 돌아가게 해야 한다는 「Ich flehen fur ihn」을 노래한다.
그녀의 간곡한 부탁으로 기사들은 무기를 놓고 탄호이저도 잘못을 뉘우친다. 영주는 탄호이저에게 죄의 사함을 받으려면 로마로 순례 여행을 해야 한다면서 로마로 떠날 것을 명령한다. 먼 곳에서 순례자의 합창 소리가 들리자 탄호이저는 「로마로!」하고 외치며 순례의 일행에 참가한다.
제3막 바르트부르크의 산골짜기
도입부는 탄호이저가 순례를 위하여 로마로 가는 것을 의미하는 음악이지만, 동시에 여러 장면에서 일어나는 일과 기분을 여기에 표현하였다. 엘리자베트가 아베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언덕을 내려오는 볼프람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문득 서서 그녀의 불행한 운명을 긍휼히 여기며 신의 자비를 기도하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이때 멀리서 「순례자의 합창(Allmach suhn und Buβ)」이 들려 오는데 늙은 순례자들이 로마로부터 돌아오는 것이다. 엘리자베트는 탄호이저를 찾으려 했으나 없으므로 다시 마리아 상 앞에 엎드려 기도를 올리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전능하신 마리아여(Allmacht ge Jungfrau)」라는 노래이다. 그리고 그녀는 사랑하는 이의 죄를 용서받는다면 자기의 목숨을 버려도 좋다고 한다.
기도가 끝나자 볼프람이 엘리자베트에게 동행하자고 하나 그녀는 거절하고 혼자 가버린다. 혼자 남은 볼프람은 하프를 타면서 「저녁별의 노래(O dumein hol der Abend-Stern)」를 부른다. 그것은 죽음의 예감과도 같이 어둠이 산과 골짜기에 덮이기 시작하여 밤의 불안이 찾아올 때 하늘에 아름답게 빛나는 별이 골짜기로부터 나오는 길을 비춰 준다는 내용이다. 볼프람은 엘리자베트의 죽음이 멀리 않았다는 것을 느끼고 별을 향해 그녀가 천사가 되어 별 세계로 가게해 달라고 기도한다.
때는 밤으로 남루한 순례자 차림을 한 탄호이저가 창백한 얼굴로 허덕이며 나타난다. 볼프람의 부드러운 말에 감동한 탄호이저는 로마의 순례 이야기인 「로마의 이야기(Romerzahlung)」를 길게 노래한다. 「들으시오. 볼프람, 나는 로마에 가서 군중들과 섞여 죄 사함을 빌었다오. 그러나 법왕은 베누스베르크에 출입한 사람이 죄사함을 받으려면 자기의 지팡이에 푸른 잎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야 한다며 죄를 사하지 않았다오」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실망한 나머지 실신한 것같이 거칠은 들판에 나가 나에게 남은 것은 오직 환락뿐이라고 말하며 「비너스여! 당신 곁으로 가겠다」고 고함친다. 비너스가 나타나 탄호이저를 영접하려고 하자, 볼프람은 그를 가지 못하게 한다. 여기서 3중창이 불려지는데 갑자기 볼프람이 엘리자베트의 이름을 부르자, 탄호이저는 제 정신으로 돌아오고 비너스는 땅속으로 사라진다.
횃불을 든 행렬이 바르트부르크로부터 내려가고 있다. 볼프람이 엘리자베트라고 고함친 것은 그녀의 시체를 운반하는 장례식이 가까웠기 때문이다. 남자들의 합창이 들려 온다. 관이 탄호이저가 서 있는 곳까지 옮겨지자 그는 「깨끗한 엘리자베트여 나를 용서하라」고 고함치며 죽은 성녀의 유해 옆에 쓰러져 죽는다.
이때 젊은 순례자들의 일행이 잎이 나고 꽃이 핀 지팡이를 손에 들고 나타난다. 이 지팡이는 법왕이 탄호이저에게 준 것인데 "지팡이에 잎이 나고 꽃이 피지 않는 한 너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탄호이저는 엘리자베트의 희생적인 죽음으로 인해 죄를 용서받아 구원함을 얻게 된 것이다. 젊은 순례자들의 합창에 뒤이어 사람들은 신에게 감사하는 「할렐루야」를 부르는데 그 노래 소리가 골짜기에 퍼지면서 막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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