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교절의 첫날 곧 유월절 양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께 여짜오되 우리가 어디로 가서 선생님께서 유월절 음식을 잡수시게 준비하기를 원하시나이까 하매, 예수께서 제자 중의 둘을 보내시며 이르시되 성내로 들어가라 그리하면 물 한 동이를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리니 그를 따라가서, 어디든지 그가 들어가는 그 집 주인에게 이르되 선생님의 말씀이 내가 내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음식을 먹을 나의 객실이 어디 있느냐 하시더라 하라. 그리하면 자리를 펴고 준비한 큰 다락방을 보이리니 거기서 우리를 위하여 준비하라 하시니, 제자들이 나가 성내로 들어가서 예수께서 하시던 말씀대로 만나 유월절 음식을 준비하니라.” (마가복음 14장 12절에서 16절 말씀)
오늘 예수님께서 다락방을 준비하시는 장면은 지난번에 보았던, 나귀를 준비하시는 장면과 매우 비슷합니다. 예수님의 신성을 기초로 해서 생각한다면 예언하신대로 이루어지는 모습으로 볼 수도 있겠고, 인간적인 방면으로 생각한다면 예수님께서 미리 열두 제자들도 모르게 준비해 놓으셨던 것 같습니다.
원래 유월절 식사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습니다. 유월절(逾越節, Pass over, 넘어가다)의 기원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에서 구원받을 당시 하나님께서 최후의 재앙으로 이집트의 장자들을 죽이셨는데 이스라엘 백성들은 양의 피를 문에 바르고 가족들이 그 집안에 머물러 있으면 하나님의 심판이 '넘어간'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지금 제자들과 함께 식사를 계획하십니다. 이것은 제자들이 이제 새로운 가족이라고 선언하시는 모습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은 새로운 가족입니다. 특히나 한 교회로 묶인 사람들은 더 가까운 가족입니다. 사실, 옛말에 이웃사촌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이웃도 서로 잘 모르고 사는 세상이 되었고 교회사촌이 맞는 말이 되었습니다.
그런 가족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교회에서도 식사를 함께 하며 교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밥 한번 같이 먹자'가 얼마나 사람들을 가깝게 하는 지 우리 모두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점점 교회에서도 교제 없이 예배만 드리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개인의 성향일 수도 있겠고 이 세대의 풍조일 수도 있겠고 딱히 어울리고 싶은 사람들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혹시 교회에서 입은 상처의 기억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피로 인해 새로 만들어진 '교회'라는 가족은 추상적인 용어가 아닙니다. 실제로 함께 식사하고 교제하는 의미로서의 가족입니다. 교제하다보면 서로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실제 가족도 늘 그렇지 않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 교회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묶어주신 것은 그런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께서 자신의 영광과 지혜를 드러내시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런 저런 이유로 교제를 피하는 것은 아직 복음과 구원을 온전히 알고 누리는 것이 아닙니다. 예배를 드리고 모든 성도들이 함께 식사하는 우리 교회의 모습은 찐 가족같은 공동체교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