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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여행기 -13 / 아테네 -5 2004.02.21 토요일
제우스 신전
오늘이 아테네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어제의 날씨가 오늘은 더 심해져서 한겨울로 다시 돌아간 듯 바람도 많이 불고 손까지 시려울 정도다. 그래도 나가야지. 호텔 바로 앞에 있는 제우스 신전을 오늘에서야 가본다. 그런데 바로 코앞에 있는 거기까지 가는데 왜 이렇게 춥냐. 제우신 신전은 기원전 515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2세기경 로마 황제 아드리아스 시대까지 하다말다 했던 신전이라는데 결국은 그 규모가 엄청나 완공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은 코린트식 기둥 15개만 남아 있다. 원래는 104개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제우스 신전에서 보면 리카피토스 언덕도 보이고, 아크로폴리스 언덕도 보인다. 쓰러진 기둥 사이로 보이는 이 언덕들이 절경을 이룬다.
제우스신전/ 멀리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보인다.
제우스신전 / 멀리 리카피토스 언덕이 보인다.
올림픽 경기장
너무 춥다. 그래도 가 볼곳이 있다. 제 1회 올림픽 경기가 열렸던 로마스타디움. 걸어서 잠깐이지만 날씨 때문에 멀게만 느껴진다. 그 사이에 있는 공원으로 해서 걸어간다. 아니 그런데 이번 2004년 올림픽 준비 때문에 스타디움에 문이 닫혀있네. 할수 없다. 그럼 저기 옴모니아 광장 근처에 있는 국립고고학 박물관에 가서 이 추위를 피하도록 하자. 택시를 탄다. 아저씨 여기로 가주세요. 지도를 보여주며 말한다. 그러시죠. 가면서 이 운전수 아저씨 꼭 우리나라 기사 아저씨처럼 연신 정치하는 놈들 때문에 나라 다 망했다고 욕을 해댄다. 여기도 그렇군요. 우리나라도 만만치 않아요. 택시에서 내려 박물관 앞으로 가는데 어 좀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도 문이 닫혔네. 5월까지 내부수리중이란다. 아참. 우리 어디가서 몸 좀 녹이자. 애들은 박물관 안 간다고 하니까 더 좋아한다. 자식들.
스타디움/ 올림픽 경기장
옴모니아 광장
옴모니아 광장은 현대식 건물이 가득 찬 번화가 이다. 관광지라기보다는 아테네의 서민들이 자주 찾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큰 시장이 있고, 주변으로 여러 가지 상점들이 즐비한 아주 활기 있는 곳이다. 아크로폴리스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이고 사실 아테네의 현재의 모습을 볼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가봐야 한다. 아티나스 거리를 따라 아크로폴리스로 가는 길에는 어육시장과 청과시장이 있다. 어유시장쪽 육류코너로 가니까 무슨 살육의 현장에 온 것 같이 온갖 고기 덩이가 주렁주렁 메달려 있다. 어찌 보면 호로코스트같은 분위기 인데 이게 사람 사는 모습 아니겠는가. 아내는 빨리 나가자고 손을 잡아끈다. 난 재밌는데. 재밌잖아. 그런데 좀 으스스 하네. 저쪽 생선코너로 가니 우리나라와 같은 젓갈류도 보인다. 글쎄 무슨 맛일까. 맛을 못 봐서 무슨 맛인지는 모르지만 생김새는 비슷하네. 한참을 걸어 플라카 지역으로 들어가면서 배가 고파온다. 밥이나 먹자.
옴모니아 광장/ 현대식 건물들이 즐비한 곳.
어유시장의 정육코너/ 이러한 정유점이 쫙 깔려 있다. 으시시.
젓갈류
플라카지역에 있는 조그만 교회
플라카지역 어느 상점/ 둘이 싸우는줄 알았다.
필로파포스 언덕
오늘 정말 춥다. 나도 이젠 더 걷기가 싫다. 4시쯤 되었을까. 우린 호텔로 가서 좀 쉬기로 했다. 이제는 지도를 보지 않아도 플라카 지역은 골목길들이 낯익어서 금방 길을 찾는다. 호텔로 가서 잠시 몸을 녹인다. 아내와 아이들은 벌써 뻗었다. 오늘이 제일 힘든 것 같다. 그래 다들 좀 쉬고 있어라. 아빠는 가 볼데가 있다. 어디냐면 마지막 남은 언덕. 필로파포스 언덕. 거기를 가보아야 한다. 혼자 배낭을 다시 챙기고 길을 나선다. 오늘 날씨가 추워서 인지 세계적 명승지 아크로폴리스주변에도 사람이 보이질 않는다. 나 혼자만 있네. 오늘 안 보면 언제 내가 저 언덕에 오르겠냐. 가자.
바람은 더 거세 지는 것 같다. 소나무들이 엄청 우거진 언덕길을 따라 올라 간다. 이 언덕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좀 무섭네. 바람도 휙하고 불고 날은 어둑어둑. 사람은 아무도 없고. 그래도 저 언덕 정상에 서야지. 가쁜 숨을 쉬며 언덕위로 오른다. 점점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보이면서 내가 사진에서 보았던 그 장면이 눈에 펼쳐진다. 사실 이 언덕에 서서 아크로폴리스와 리카피토스 언덕을 한꺼번에 바라보는 이 장면이 가장 나는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아테네의 세 개의 언덕을 만끽하는 순간이다. 여기서 보는 아크로폴리스 언덕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수없이 사진을 찍었다. 손을 꽁꽁 얼었다. 카메라도 영 움직임이 둔하다. 바람 때문에 손을 뻗어 사진을 찍기 조차 힘들다. 그래 불어라. 한참이나 아크로폴리스를 쳐다보았다. 어쩌면 수 천 년 전에도 이 언덕에서 어떤 젊은이가 아크로폴리스를 보면서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나도 미래를 꿈꾼다. 여기서. 아크로폴리스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긴 시간을 언덕위에서 보낸 뒤 나는 다시 이 마지막 날이 아쉬어 아고라지역에서 꽁꽁 언 몸을 녹이며, 커피한잔을 하고 플라카 지역으로 빙 돌아서 이제까지 내가 돌아본 곳들을 다시 한번 나 혼자 다녀 본다. 그리고 이 여행을 끝마친다. 아테네여 잘 있거라. 내일 나는 간다. 로테르담으로. (끝)
필로파포스 언덕으로 가는 길거리에 있는 바닥패턴
필로파포스 언덕에서 보는 아크로폴리스와 리카피토스 언덕
언덕을내려오면서보이는파르테논
이 여행을 정리하면서 커피한잔을 한 아크로폴리스 뒷쪽의 어느 한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