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4일(화)께 귀국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우중 회장의 ‘공’과 ‘과’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김우중 전 회장의 측근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재평가를 운위할 때가 아니다.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첫번째 평가’, 즉 사법적 판단도 이루지지 않았으며, 이를 위한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우중 전 회장은 무엇보다 먼저 국민과 검찰 앞에서 진실부터 고백해야 한다. ‘김우중 회장이 귀국하면 밤잠 이루지 못할 사람이 많을 거다’라는 식으로 이른바 ‘김우중 리스트’를 통해 정치적 흥정을 시도하는 것은 그와 대우그룹이 국민경제에 끼친 죄악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2. 김 전 회장은 이미 확정판결이 내려졌거나 또는 현재 진행 중인 형사재판 3건, 손해배상 민사소송 40여건(청구가액 약 6,000억원)의 당사자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이 해외도피 중인 상태에서 ㈜대우, 대우중공업, 대우전자의 전직 임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형사재판에서 분식회계, 해외자금유출, 사기대출 등과 관련된 김 전 회장의 책임은 법원에 의해 모두 인정되었다. 징역 5년의 실형과 천문학적 액수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강병호 전 ㈜대우 사장에 비해 김 전 회장의 책임은 몇 배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
3. 그러나 김 전 회장의 사법적 책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우선, 부실기업의 인수를 통해 성장한 대우그룹의 역사, 그리고 외환위기 당시 전경련 회장으로서 정재계 밀실협상의 창구 역할을 담당했던 김 전 회장의 위상을 감안할 때, 그가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통한 정경유착의 핵심고리였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법 정치자금 제공을 어쩔 수 없었던 과거의 관행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경유착은 김 전 회장의 핵심적인 경영전략이었으며, 김 전 회장은 불법 정치자금 제공의 종범이 아니라 주범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비밀계좌인 BFC의 1999년도 입출금거래기록 중 용도가 확인되지 않은 7억 5,342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8,620억원)의 사용처를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예금보험공사의 조사기록을 통해 확인된 300만 달러 하버드대학 기부 등 BFC 자금의 개인적 유용 문제도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
또한 2001년 10월 공정위의 조사결과 밝혀진 6개의 위장계열사 이외에도, 항간에는 아직도 김 전 회장이 다수의 위장계열사를 통해 경제적 재기를 도모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나아가 아도니스 골프장, 경주 힐튼호텔 등 현재 김 전 회장의 가족 명의로 되어 있는 재산의 자금출처에 대해서도 철저한 소명과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4. 형사적, 행정적 책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우그룹의 부실로 인해 전체 공적자금 투입액 164조원의 1/5에 이르는 30조원 이상의 국민적 부담을 야기한 책임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옛 대우그룹의 상장계열사 주식을 보유했던 37만여명의 소액주주들의 피해, 그리고 워크아웃 과정에서 30-40%의 고용조정을 당했던 노동자들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나아가 이미 재무적으로 부도상태에 이르렀던 1998년 이후 대우사태가 표면화된 1999년 7월까지 18조원의 CP와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온갖 불법행위와 편법의 결과, 대우채 환매사태 이후 드러났듯이, 우리나라 자산운용산업이 완전히 고사상태에 이르게 된, 그럼으로써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친 것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이 모든 국민적 피해를 ‘정치적 음모에 의한 대우 타살설’로 은폐하려는 것은 한 때 재계 서열 2위 그룹의 CEO로서 자신의 책임과 명예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5. 김우중 전 회장은 개발연대식 경제성장전략의 표본이다. 그는 과거의 사람이며, 따라서 새로운 경제질서 구축을 위해 우리 모두가 극복해야 할 사람이다. 이제 김 전 회장이 한국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는,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진실되게 고백함으로써, 그 자산과 같은 불행한 기업인, 대우그룹과 같은 불행한 기업이 다시는 이 땅에 나타나지 않도록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교훈을 얻는 일이다.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돌리려는 헛된 노력을 하지 말기를 진심으로 충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