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대교 눈높이아동문학상은 아동문학의 새로운 기틀을 다지고, 역량 있는 아동문학가를 발굴하고자 제정되었다. 그 동안 여러 명망 있는 작가들이 눈높이아동문학상을 통해 등단하였고, 우리 아동문학계를 살찌우는 데 큰 역할을 해 왔다. <우투리 숲으로 간 아이들>은 제27회 눈높이아동문학상 동화 부문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우투리 설화를 이용하여 미래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우투리 숲의 비밀과 자라는 아이들
수천 년 후의 세상, 사막 한가운데 성 하나가 서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루고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성안에는 휘도는 물줄기를 따라 넓게 펼쳐진 들판에 사람들이 부지런히 키우는 농작물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성 밖은 온통 모래와 바람뿐인 사막, 다른 곳에 사람이 살고 있는지 성안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마을 끝자락에 살고 있는 부부는 오랜 기다림 끝에 목이라는 아이를 얻는다. 아이는 어느덧 자라 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런데 이 마을에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왕은 직접 ‘영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선발하여 궁으로 데리고 가고, 자신들의 아이들이 영재로 선발된 부모들은 이를 영광으로 여긴다. 하지만 궁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목이는 남들보다 빨리 자라는 아이들이 영재로 뽑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동생 지수가 영재로 뽑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목이의 키가 부쩍 자라기 시작한다. 목이는 자신이 궁으로 잡혀 갈 위기에 처하자 성을 떠나 사막으로 나가기로 결심한다. 목이는 사막을 지나 사람을 집어삼킨다고 알려진 우투리 숲으로 향한다. 과연 목이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왕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대체 무엇일까?
*원형적 동심을 일깨우는 민중적 상상력
현대인의 이성 중심 세계관은 인간을 우주 만물의 중심에 놓고 자연과 환경을 지배하고 황폐화하며 문명을 건설해 왔다. 그로 인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파괴된 자연환경의 문제를 누구나 실감한다. 물 부족, 화석 연료의 고갈, 대기 오염과 오존층 파괴, 어류의 멸종, 지구 온난화로 인한 이상 기후, 여러 전염병의 출현 등 그 대가는 실로 심각하다.
《우투리 숲으로 간 아이들》은 바로 이러한 우려와 두려움에 대답하는 우리 심연의 상상력이 펼치는 이야기이다. 우투리 설화를 바탕으로 인간의 영혼과 자연과 생명이 나누는 대화를 보여 준다.
‘설화’는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 자리한 원형적 심상을 형상화한다. ‘동심’ 또한 겉으로 드러나는 표면적 의식보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원형적 무의식에 잇닿아 있다. 인간 영혼의 원형적 이야기들은 계속해서 이어져 오는 우리의 집단 무의식을 일깨우고 우리 삶의 총체성과 자연 생명의 역동성을 경험하게 한다.
이 작품에서 영혼에 대한 작가의 중요한 상상력은 바로 ‘자라는 아이들’이다. 지구의 나무가 죽어 가고 물이 말라 땅이 사막화되고 결국 인간이 멸망의 길에 서 있을 때, 하나로 연결된 ‘온 생명’을 구하려는 영혼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 심층의 원형적 해결책은 인간이 나무가 되어 물을 만들고 그 물을 흘려보내 숲을 되살리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과 사람을, 사람과 사람을, 사람과 사물을 서로 분리하여 바라보고 이기적으로 살아가려는 표피적 사고를 하지만 우리의 내면에 자리한 원형적 소망은 스스로 나무가 되어 온 세상을 살려 낼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전설 속 영웅인 ‘날개 달린 우투리’는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다른 이를 이용하고, 여전히 온 우주와 생명체가 하나로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지 못하는 권력자들 때문에 또다시 무너질 위기에 처한 성을 구해 낸다. 또한 영웅 이야기가 갖는 한계를 넘어선다. 설화가 그러하고 동심이 그러하듯 집단 무의식으로 연결된다. 자라는 아이 우투리가 사막으로 나가 자신의 힘을 확인하지만, 그 힘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야기 속에서 우투리와 동생 지수, 천마, 부모와 이웃, 성안의 시민들은 각자의 모습 그대로 힘의 전체를 이루어 나간다.
세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우리 모두 영혼의 심연에서 들려오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한 걸음 더 내딛는 힘을 얻기를 바란다.
-심사 위원 진선희(대구교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