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프뉴스]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밀당의 진실
‘1만원’요구에 이른 노동자와 언제나 ‘동결하자’는 사용자
매년 이맘때쯤이면 최저임금위원회가 열리고 다음 해의 최저임금을 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총 27명으로 구성돼있다. 매년 4월1일부터 6월29일 사이에 최저임금 안을 논의하고 결정한다.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는 미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소득분배율 등이 고려된다. 19일 현재 다섯 차례의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25일 6차 전원회의를 거쳐서 29일까지 내년 최저임금 인상안을 의결해야한다. 의결 후 노사 양측의 이의제기기간을 거쳐 8월5일까지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종결정, 고시하게 된다.
10년간의 최저임금, 노동계 ‘1만원’ vs 경영계 ‘동결’
18일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임금안이 제시됐다. 근로자위원 측은 1만원을 제시한 반면 사용자위원 측에서는 2015년과 같은 금액인 5580원을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노동계(근로자위원)와 경영계(사용자위원)가 제시한 최저임금안을 살펴보면 매년 큰 간극을 보여 온 사실을 알 수 있다.
2010년 최저임금안의 경우에 경영계는 전년도와 대비해 낮아진 임금안을 제시했다. 매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전년대비 5% 이상을 기록했지만 2010년에는 2.75%에 그쳤다. 매년 보건복지부가 고시하는 최저생계비, 물가 모두 상승하지만 경영계가 제시하는 최저임금액은 2010년을 제외하고는 전년도와 같은 액수였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제시하는 임금안의 차액은 1000원 이상이었고 전원회의를 거쳐 결정된 최저임금액은 경영계가 제시한 금액에서 3~400원 인상된 수준에 머물렀다.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 이걸로 살 수 있나?
최저임금위원회는 ‘미혼 단신 근로자의 생계비’를 최저임금 산정의 기초자료로 삼고 있다. 1986년 최저임금위원회가 만들어진 후 계속돼왔다. 이는 최저임금법이나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은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법의 목적으로 정하고 있다. 최저임금을 통해서 보장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은 해당 노동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가 꾸리고 있는 가족 전체의 생활안정과 직결돼있다. 국제노동기구(ILO) 최저임금 결정 협약에는 “최저임금제도는 모든 노동자와 그 가족의 욕구를 충족시킬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있다. UN 사회권위원회는 “최저임금은 노동자와 그 가족의 품위 있는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한국노동연구원의 2014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이하 혹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는 세대주의 경우 60% 이상이 혼자 벌어서 가계를 유지하고 있고, 평균 가족 구성원수는 2.5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혼자 사는 노동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매년 고시하는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를 기준으로 비교해봐도, 최저임금 기준으로 월209시간을 일해서 받을 수 있는 급여가 최저생계비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월 209시간 일한다고 가정했을 때 받는 임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최저생계비와 매년 50여만원씩 차이가 발생해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5천원대에 접어들었지만, 그 해 최저임금과 최저생계비의 격차는 541,930원으로 가장 컸다.
이제는 최저임금으로 빅맥 하나는 사먹을 수 있다?
빅맥지수(Big Mac index)는 각 나라의 구매력 평가를 비교하는 경제지표이다. 전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빅맥을 살 수 있고 크기와 값이 비슷하기 때문에 각국에서 팔리는 빅맥의 값을 통해 물가를 예측할 수 있다. 최저임금으로 살 수 있는 빅맥의 개수를 비교해보면, 각 나라의 물가를 반영해서 최저임금의 수준을 비교할 수 있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의 최저임금 5,580원으로는 빅맥 1.36개를 사먹을 수 있다. 얼핏 보기에는 최저임금으로 빅맥을 한 개 이상 사먹을 수 있기 때문에 숫자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주요 OECD 국가 중 호주는 3.18개, 네덜란드 2.52개, 뉴질랜드 2.5개, 아일랜드 2.48개, 벨기에 2.46개, 일본 2.4개, 영국 2.25개 등 2개 이상을 살 수 있는 곳이 더 많다. 한국보다 수치가 적게 나온 나라는 스위스, 스페인, 그리스 정도에 그친다.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도 국가별 최저임금을 비교하는 지표가 된다. 이 수치는 ‘임금 노동자 100명을 일렬로 세웠을 때 50번째 오는 임금’이라고 할 수 있는 중위임금과 비교했을 때,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지 살피는 것이다. 한국은 2013년 기준으로 43.3%를 기록했다. 프랑스 61.3%, 뉴질랜드 59.5%, 호주 54%, 벨기에 50% 등을 기록한 반면 한국보다 낮은 수치를 기록한 국가는 일본, 스페인, 미국에 그친다.
‘현실적인’ 최저임금의 실현, 불가능할까?
5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간당 1만원을, 경영계는 시간당 5,580원을 제안했다. 6차 전원회의와 이후 의결과정, 고용노동부 장관의 고시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있지만, 경영계는 지난해와 같은 금액을 제안하면서 10년동안 달라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빠른 속도로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여당 내에서도 6,000원대, 7%(400원 가량) 인상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런 가운데 경영계가 동결안을 제시했고 최저임금안의 합의기한은 앞으로 10일이 남아있다.